최종편집 2024-04-16 17:57 (화)
“도라가 탐라라는 단정은 하지 말자”
“도라가 탐라라는 단정은 하지 말자”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03.09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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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학연구센터, 탐라사 국제학술대회서 논쟁 불붙어
​​​​​​​오창명 교수 “증거로 내세우는 것은 모두 추측 불과”
9일 열린 탐라사 국제학술대회 자리에서 오창명 제주국제대 교수가 '도라=탐라'라는 주장에 대해 단정짓지 말자며 강조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9일 열린 탐라사 국제학술대회 자리에서 오창명 제주국제대 교수가 '도라=탐라'라는 주장에 대해 단정짓지 말자며 강조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도라(度羅)’는 ‘탐라(耽羅)’가 맞을까.

<속일본기>를 들여다보면 당나라 음악, 백제 음악, 고려(고구려를 의미함) 음악, 신라 음악에 대한 기사가 나온다. 시기는 서기 731년이다. 고구려와 백제는 이미 멸망한 시점이다. <속일본기>는 이어 앞서 거론된 나라에 대한 음악은 ‘당번(當蕃)’에서 맡아서 배울 사람을 뽑는다고 나온다. 도래인들이 삼국의 음악을 유지시켜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기사에 나오는 ‘도라악’, 즉 도라 음악이다. 도라가 과연 탐라일까인가의 문제이다.

도라가 탐라로 인식되는 건 1870년 무라오 겐유가 펴낸 <속일본기고증>과 도리이 류조의 1914년 저술인 <제주도>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 두 저술 가운데 도리이의 저서 <제주도>를 들여다보면 “일본의 음악사에 있어서 탐라의 음악이 어땠는지 전해지고 있지 않다. 다만 <속일본기>에 탐라의 악인 64명을 정했다고 한다. 여기에 보이는 무용은 탐라의 오래된 음악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쓰고 있다.

도리이는 ‘도라’를 아예 ‘탐라’로 정해버렸다. 그렇다면 진짜 ‘도라’가 ‘탐라’이긴 할까. 이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주학연구센터가 9일 제주시내 아스타호텔에서 진행한 ‘고대 탐라문화의 수수께끼-탐라복 도라악’이라는 주제의 국제학술대회 자리에서 이런 논의들이 이어졌다.

오창명 제주국제대 교수는 이날 ‘도라와 탐라의 관계와 어원’이라는 주제발표에서 ‘도라악=탐라악’이라는 설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오창명 교수는 “일본 학자들이나 비일본 학자들이나 우리나라 학자들이나 대부분 <속일본기>에서 확인되는 도라악의 도라를 탐라라고 하고 싶은 심정인 듯하다. 대부분 도라와 탐라가 음성적으로 유사하다고 해서 도라를 탐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증거로 내세우는 것들은 모두 추측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오창명 교수는 또한 “<일본서기> 또는 <속일본기>에도 제주도를 이를 때는 ‘탐라’나 ‘탐라도’로 표기했다. ‘탐라복’에서도 탐라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 ‘탐라’도 제주도일 것이다”며 “이와 같이 당시 제주도를 일반적으로 ‘탐라’라 표기했는데, <속일본기>의 일부 기사에서 탐라의 음악과 탐라 출신 음악인을 부를 때만 ‘도라악’이라고 했다고 하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아주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도라악에 대한 실체도 알지 못해서 추측만 할 뿐인데, 그것을 탐라악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어설퍼 보인다. 300년동안 일본 학자들이 도라악과 도라에 대해 연구해왔지만 일본 사전에조차 단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음악학자들이 일부 학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고정화시킨 것은 문제가 있다”고 ‘도라=탐라’라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오창명 교수는 이어 “도라악과 도라에 대한 구체적 자료가 확인될 때까자, 도라는 탐라의 다른 표기라는 단정을 미루는 것이 바람직히다. 더욱이 도라악이 탐라악이라는 단정도 사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행복 제주문화예술진흥원장은 ‘탐라의 무속 군무, 도라악’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도라악을 탐라의 음악이라고 설파했다.

현행복 원장은 “도라악은 8세기 일본 궁중음악 중 한 형태로 존재했던 탐라의 무속 음악이며, 군무에 참가한 연주자 62명은 탐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이주민들이다”고 강조했다.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 자리에서도 ‘도라’가 ‘탐라’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유진 숭실대 교수는 “도라악의 형태나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도라악=탐라악’이라는 단정은 성급한 감이 있다. 탐라인명에 나타나는 ‘도라(都羅)’, 일본에서 호랑이를 ‘도라’라고 읽는 것 등과 연결해 ‘도라=탐라’일 가능성을 제기하는데, 발음의 유사성만 강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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