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제주도는 살기 편해 좋고, 고향은 가족이 있어서 좋고”
“제주도는 살기 편해 좋고, 고향은 가족이 있어서 좋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02.1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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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필리핀 이주여성 시에라씨와 김자넷씨

제주글로벌센터에서 일하며 자신들의 꿈 펼쳐
​​​​​​​“설과 크리스마스 때 고향 생각 가장 많이 나”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고향까지 가려면 비행기를 3번이나 갈아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두세 시간은 더 가야 한다. 그래야 반가운 가족들의 얼굴을 만나게 된다. 그 고향은 어디일까. 필리핀에서 제주로 결혼이주를 온 여성들은 그리운 가족을 만나려면 다들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날아가고 싶지만 그것처럼 어려운 것도 없다.

설날이다. 명절이면 고향에 있는 가족의 얼굴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고향에 있는 가족이 그립지 않은 이들이 어디 있을까. 그래도 새로운 고향에 둥지를 틀고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이 바로 이주여성들이다.

제주글로벌센터에서 일하는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 김자넷(왼쪽)씨와 시에라씨. 미디어제주
제주글로벌센터에서 일하는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 김자넷(왼쪽)씨와 시에라씨. ⓒ미디어제주

시에라씨와 김자넷씨는 제주글로벌센터를 직장 삼아 일한다. 김자넷씨는 센터의 통번역 업무와 사무를, 시에라씨는 프로그램 관리를 맡고 있다.

고향을 떠나 제주에 정착한 건 자넷씨가 2년 빠르다. 벌써 10년이란다.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제주도는 몰랐단다. 시에라씨는 자넷씨에 비해 제주 정착은 늦었지만 제주도라는 섬을 알고 왔다고 말한다.

필리핀은 섬나라다. 7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져 있다. 자넷씨는 필리핀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민다나오 출신이다. 민다나오섬에서도 가장 큰 도시인 다바오에서 제주로 왔다. 시에라씨는 필리핀의 가운데에 있는 마스바테섬 출신이다.

둘은 고향인 필리핀도 좋고, 새로운 고향인 제주도도 좋단다. 그에 대한 장단점을 늘어놓았다.

“제주도는 살기 편하고 교통도 좋고 공기도 좋아요. 고향과 제주도는 장단점이 있죠. 필리핀이 좋은 건 도움이 필요할 때 가족들이 나서주잖아요. 직장을 다니면서 애들을 돌보기가 막막한데 가족이 있으면 해결이 되잖아요. 음식도 그렇고요.”

제주글로벌센터에서 업무를 보다가 얘기를 나누는 자넷씨와 시에라씨. 미디어제주
제주글로벌센터에서 업무를 보다가 얘기를 나누는 자넷씨와 시에라씨. ⓒ미디어제주

자넷씨는 아홉 살과 다섯 살, 두 딸의 엄마가 됐다. 시에라씨는 일곱 살 딸과 여덟 살 사내를 둔 엄마이다. 그런데 제주살이가 여전히 어려운 면이 있다. 애들이 학교에서 배운 걸 물어볼 때가 난감하다고 한다.

“엄마 이게 뭐예요?라고 물어볼 때가 있어요. 모르는 단어들이 있으면 설명하기가 쉽지 않아요. 때문에 센터에서 계속 공부를 하고 있어요.”

필리핀은 자국어인 타칼로그어가 있고, 영어도 쓴다. 이주여성들은 한국어도 써야하기에 기본적으로 3개 언어를 쓰는 셈이다. 여기에다 제주어까지 동원되면 4개 언어를 쓰게 된다. 제주어에 대한 느낌은 어떨까.

“제주어는 어려워요. 센터에서 표준어를 가르치고, 학교에서도 다들 표준어를 쓰잖아요.”(자넷)

“저는 제주어가 좋아요. 할머니와 대화하는 것도 좋아요. 남편이 제주어를 잘 써요. ‘어디감수꽈?’라고 할 때 음악처럼 들려요. 필리핀의 사투리같은 느낌이죠.”(시에라)

시에라씨와 자넷씨가 고향 필리핀에 가고 싶은 때는 명절과 크리스마스 때라고 한다. 시에라씨는 덧붙여서 집에서 지내는 제사 때도 고향 생각이 난다고 전했다. 그게 다 인지상정이 아니던가. 가족들이 생일이면 더더욱 고향이 그리워질 법하다. 그렇다면 이들은 고향에 몇차례 오갔을까.

설 명절 때는 고향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는 자넷(왼쪽)씨와 시에라씨. 미디어제주
설 명절 때는 고향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는 자넷(왼쪽)씨와 시에라씨. ⓒ미디어제주

다들 두 번 고향 땅을 밟았다고 한다. 그들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고향을 찾으려면 가족들이 다 움직여야 해요. 대부분 4명인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마음먹고 가려면 5년 이상 돈을 벌어야 해요.”

고향 생각이 간절한 설 명절이다. 그래도 그들은 그들과 같은 마음을 지닌 고향 사람들이 있어 좋단다. 고향사람들이 모이는 ‘나필댄스팀’의 멤버이기도 하다. 내년 설은 어떨까. 한번 더 가고 싶은 게 고향이다. 하루하루를 열정적으로 보내고, 일하며 땀을 흘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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