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10:04 (토)
“적까지도 보호하며 완벽하게 제압하는 게 아이키도”
“적까지도 보호하며 완벽하게 제압하는 게 아이키도”
  • 문영찬
  • 승인 2018.02.12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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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찬의 무술 이야기] <16> 나를 보호하고 상대를 보호한다
제주시에 내린 폭설. 문영찬
제주시에 내린 폭설. ⓒ문영찬

지난 2월 7일부터 경찰서 무도 교육을 위해 외부 강사로 초청되었다. 2016년 한해동안 제주경찰특공대 무술지도를 한 인연 때문이다. 당시 알게 된 경찰특공대 대장과의 인연으로, 이달부터 제주동부경찰서 외부 무술 사범으로 초정되는 영광을 얻게 된 셈이다. 경찰을 대상으로 하는 무도 수업은 매주 1회 진행된다.

그런데 또다시 폭설이다. 2주 전 금요일 밤부터 눈이 내리더니 지난주 목요일까지 매일 눈과 마주했다. 제주에서 태어나 이렇게 오랫동안 폭설과 마주하기는 처음이다. 너무 많이 오니 두려움까지 느껴졌다.

뭐든지 과하면 부족한만 못하다는 말이 여기서도 느껴지는 한 주였다. 또다시 눈이 온다는데 다른 피해는 없어야 할텐데. 하여간 너무 많은 눈이 내려 2월 7일 교육은 14일로 연기가 되었다.

아이키도는 ‘사랑의 무술’이라 불린다. 내가 이성을 잃지 않는 한 나를 공격하는 적까지 보호한다라는 윤리성에 중점을 준 무도이다. 적을 죽이고 상대방을 정복하는 특수목적을 가진 조직에게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제주경찰특공대 지도 모습. ⓒ경찰특공대 홈페이지
제주경찰특공대 지도 모습. ⓒ경찰특공대 홈페이지

그러기에 아이키도는 승부를 중요시 하는 시합이 없다. 시합의 형태를 지니지 않았기에 유도나 공수도처럼 지명도는 없지만 아이키도가 가지고 있는 윤리성이 세계의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고, 지금은 전 세계에 보급되는 무술로 성장했다.

최근 모 신문에 ‘무늬만 무도훈련…강력범 대처 못하는 경찰’이라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처럼 치안이 좋은 나라도 없다. 뉴스에 많은 범죄가 보도되긴 하지만 총기 규제가 완벽하게 되어있고, 밤거리를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중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다. 여기에는 대한민국 경찰의 노고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대한민국 경찰은 범죄자를 죽이고 범죄자를 적으로 삼는 조직이 아니다. 범죄자도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시민이기에 보호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미온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여기에 있는 것 아닐까?

강력하게 대처하면 폭력경찰이라고 뉴스에 나오고, 대처가 약하면 위 기사처럼 무능한 경찰로 폄하하기 바쁘다. 경찰도 사람인지라 강력범, 특히 흉기를 소지하고 있는 강력범을 대처하는 것은 대단히 두렵고 위험한 일이다. 매일 무술 수련을 하는 사람도 흉기를 든 사람을 제압하는 일은 정말 어렵고 위험한 일이다.

나 또한 학생들에게 흉기를 든 사람을 만나게 되면 절대 싸우려 하지 말고 피하라고 교육한다. 자신이 지닌 기술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고, 어쩔 수 없을 때 보험처럼 사용되는 것이지 그 기술이 마치 나만 할 수 있는 특권인 것처럼 사용하다가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무술을 배웠다고 해서 흉기든 사람을 제압하겠다고 나서는 일은 무모하다 못해 바보같은 일이다. 이렇게 위험하고 어려운 일을 처리하는 경찰이 마치 무능한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대한민국 경찰을 무시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경찰의 업무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많다. 그런 바쁜 일상에서 매월 한 두 차례의 무도훈련으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범죄자들과 싸운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대단한 일이다. 그 노고를 치하하지는 못할망정 폄하하진 말아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경찰서에서 진행되는 무도 훈련은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이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범죄자를 제압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범죄자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이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것은 너무나도 큰 피해를 입는 것이다. 자신을 보호하며 남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서 나를 해치려하는 적까지도 보호하며 완벽하게 제압하는 기술을 훈련하는 무술이 아이키도이다. 이런 아이키도를 통해 제주경찰서의 모든 분들이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주기를 희망해 본다.

 

문영찬의 무술 이야기

문영찬 칼럼니스트

(사)대한합기도회 제주도지부장
제주오승도장 도장장
아이키도 국제 4단
고류 검술 교사 면허 소지 (천진정전 향취신도류_텐신쇼덴 가토리신토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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