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0:21 (목)
“민족이라는 울타리에 갇힌 삼별초를 던질 때가 됐다”
“민족이라는 울타리에 갇힌 삼별초를 던질 때가 됐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02.09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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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제주박물관-제주고고학연구소, 9일 삼별초 관련 심포지엄
​​​​​​​윤용혁 교수 “국제화와 지역 강조하는 글로컬 콘텐츠로 부각을”
항파두성에서 나온 수막새 등 기와 조각. 미디어제주
항파두성에서 나온 수막새 등 기와 조각.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민족주의 시각에 사로잡혀 온 삼별초의 변신은 가능할까. 아니 변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바로 9일 국립제주박물관 2층 대강당에서 열린 ‘동아시아와 삼별초 연계 학술 심포지엄’ 자리에서다.

국립제주박물관과 제주고고학연구소가 공동주최한 이날 심포지엄은 ‘삼별초의 여정과 성격’을 주제로 진행됐다.

삼별초는 박정희 정권 때 ‘민족’이라는 이름을 업고 성역화된다. 제주에 있는 ‘항파두리 항몽유적지’도 마찬가지이다.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보다는 국가가 주도를 한 측면이 강했다. 이제는 그런 ‘민족’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주장이 이날 제기됐다.

윤용혁 공주대 명예교수는 ‘동아시아 관점에서의 삼별초 재발견’이라는 기조강연에서 이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삼별초에 대한 정리와 평가는 국가사적 관점, 혹은 정치사적 관점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걸 벗어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용혁 교수는 “항파두성의 지정 명칭이 ‘항파두리 항몽유적지’가 된 것은 국가사적 역사성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문화유산 자체에 대한 과학적 인식을 저해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달리 말하면 민족을 강조하다보니 삼별초의 역사성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윤 교수는 “문화다양성이 강조되는 21세기의 우리 시대에 삼별초가 제주도에서 갖는 다양한 의미를 희석시키고, 오히려 그 진면을 왜곡하고 있다. 이젠 민족이라는 울타리를 넘어서서 국제적 시각, 혹은 문화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족’이라는 울타리 대신 ‘글로컬’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서의 삼별초 가치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게 요점이기도 하다.

윤 교수는 “삼별초는 종래의 민족주의 관점의 가치를 벗어나 국제화와 지역을 강조하는 ‘글로컬 콘텐츠’로 재평가 돼야 한다. 삼별초 정체성을 재정리하고 이를 국제적 관점, 지역과 연관된 글로컬 역사 콘텐츠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의 전환 필요성을 주창했다.

이를 위해 윤 교수는 삼별초 관련 정보를 축적하고, 고고학적 조사 이후의 활용도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삼별초를 매개로 지자체간 협력 구조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제주에서는 김통정이라는 인물을 집중적으로 조명해보라는 요구였다. 김통정을 구심점으로 설정한 기존 자료의 재구성, 동상 제작 등을 제시했다.

시기적으로도 삼별초를 띄우기에 적당한 시점이 됐다. 2019년은 고려가 몽골과 맹약을 맺은지 800주년이 되고, 2020년은 삼별초 봉기 750년이 된다. 윤 교수는 이런 시기를 활용하는 것도 삼별초를 글로컬 콘텐츠로 부각시키기에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10일엔 항파두리 내성 발굴조사 현장 등을 둘러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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