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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중국사 인물과 연표』 - 제주국제대 심규호 교수
<서평> 『중국사 인물과 연표』 - 제주국제대 심규호 교수
  • 미디어제주
  • 승인 2018.01.3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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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의 장점에 기전체의 장점을 적극 수용한 책
​​​​​​​"중국의 시공간을 따라 긴 여행을 시작 해보자"
책 표지. ⓒ미디어제주

중국을 이야기할 때 흔히 ‘지대물박(地大物博)’이라는 말과 더불어 ‘구라오(古老)’라는 말을 쓰곤 한다. ‘지대물박’은 당대 문인 한유(韓愈)가 헌종 원화(元和) 12년(817년) 배도(裴度)가 회서(淮西, 하남성 동남부)의 번진 오원제(吳元濟)를 평정한 일에 대해 쓴 비문 「평준서비(平淮西碑)」에서 처음 언급했다고 하나, 사실 원문은 ‘물중지대(物衆地大)’로 약간 차이가 있다. 여하간 영토가 광활하고 자원이 풍부하다는 뜻이니 공간적으로 중국을 잘 표현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비해 ‘구라오’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연로하다, 고아하다는 뜻이 섞여 있는데, ‘古’는 말 그대로 오래되었다는 뜻이고, ‘老’는 노숙하다는 뜻을 함유하고 있다. 오래되면 절로 익게 되고, 익으면 자연스레 아취를 띠기 마련이다. 이는 중국의 역사가 오래되었으며, 그만큼 농익어 풍부한 문화를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듯 양자는 중국의 시공간을 표현하는 데 참으로 적절한 말이다.

‘나무발전소’라는 예쁜 이름의 출판사에서 나온 중국사 인물과 연표라는 책을 받아들고 처음 생각난 것이 바로 이 두 가지 말이었다. 중국의 역사를 배우고자 할 때 제일 힘든 점 가운데 하나는 방대한 양(量)이다. 예컨대 25사(史)는 사기부터 시작하여 신원사(新元史)(또는 청사고(淸史稿)까지 역대 기전체 사서의 총칭이자 정사로 알려져 있다. 시작인 사기가 전체 130권인데, 송사는 496권, 청사고는 536권이니 전체 몇 권인지 세는 것조차 힘들다. 물론 여기에는 편년체나 기사본말체 사서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처음 중국사를 배우는 사람은 물론이고 중국사 연구자들 역시 먼저 전체 중국사를 조감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마땅할 듯하다. 도대체 중국의 역사는 어떤 혈맥을 타고 흐르고 있는가? 그 맥락을 먼저 훑어보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중국사 인물과 연표는 바로 이러한 맥락을 살펴보는데 큰 도움을 준다.

전체 5000년의 중국 역사를 각 조대별로 구분하고, 역대 제왕의 용맥도(龍脈圖)를 초상과 더불어 재현하면서 정권교체와 제왕 계승, 그리고 민족의 변천을 시간 축에 따라 기록하고 그림을 실어 요약하고 있다. 또한 중요 역사 인물 사진 1,443장에 간략한 소개를 덧붙였으니 마치 역사 인물들이 되살아나 오랜 세월을 관통하여 우리들에게 다가서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역대 도성과 고금지명 대조표, 고대 중요 소수민족의 상황을 알 수 있는 도표와 행정관련 명칭과 약칭 등을 소개하고 있기에 독자들에게 말 그대로 ‘너무 재미나서 한 눈에 읽히는’ 중국사 인물과 연표로 손색이 없다.

책을 펼치면 연표 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중국사 인물과 연표』를 펼치면 연표 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미디어제주

사실 중국사서는 편년체부터 시작되었으니 시간에 따라 역사를 살펴보는 것이 그리 낯선 것만은 아니다. 공자가 편수한 것으로 알려진 노나라의 사서 춘추는 노나라 은공(隱公) 원년(기원전 722년)부터 애공(哀公) 27년(기원전 468년)까지 전체 255년에 걸친 열국의 역사를 담고 있다. 은공 원년의 기록을 보면 정월부터 시작하여 격월로 중요 왕사(王事)를 기록하고 있다. 편년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역사적 사건들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역사적 사건의 선후관계나 이와 관련된 인물의 사적을 살피는 데 부족함이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기전체와 기사본말체 등이다. 그러나 기전체나 기사본말체 역시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기전체는 역사적 사건의 내용이 본기나 열전, 지(志) 등에 분산되어 중복되는 경우가 많고 사건의 과정이나 다른 사건과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지대박물’한 중국에서 동시대에 다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역사적 사건에 대해 한꺼번에 살펴보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기전체 정사는 표(表)를 통해 이러한 단점을 메꾸고자 했던 것이다.

실제로 기전체 정사에서 사기와 한서를 비롯하여 송사, 원사, 명사, 청사고에 이르기까지 모두 ‘표’를 두고 있다.

‘표’는 유지기(劉知機)가 사통(史通)에서 말한 바와 같이 “기전체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은 것”으로 지금의 연표에 해당한다. 사기는 전체 열 개의 표, 즉 「십표(十表)」를 만들었는데, 이를 통해 하은주(夏殷周) 삼대 제왕의 사적은 물론이고, 전국시대 여덟 나라의 역사(「六國年表)」를 동시대별로 조감할 수 있다.

중국사 인물이 한눈에 들어오게 편집돼 있다.
 『중국사 인물과 연표』는 중국사 인물이 한눈에 들어오게 편집돼 있다. ⓒ미디어제주
책 활용법. 미디어제주
 신간 『중국사 인물과 연표』 활용법. ⓒ미디어제주

또한 한나라가 흥한 이래로 제후왕과 왕자후자(王子侯子), 장상명신(將相名臣)에 관한 연표인 「한흥이래제후왕연표(漢興以來諸侯王年表)」, 「한흥이래장상명신연표(漢興以來將相名臣年表)」 등을 통해 군국제(郡國制)를 지방행정 제도로 삼았던 한나라의 동시대 역사를 총체적으로 살필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전통이 지금의 연표에 남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금 필자가 적극 추천하는 중국사 인물과 연표는 바로 이러한 전통의 뒤를 이어 ‘표’의 장점에 기전체의 장점을 적극 수용한 책이다. 게다가 다양한 사진과 도표를 넣었으니 말 그대로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역사는 지난 삶의 궤적이다.

나무발전소에서 출간한 중국사 인물과 연표를 통해 중국사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며 중국인들이 살아왔던 삶의 흔적을 찾아가는 긴 여행을 시작해보시는 것이 어떨까? 이런 마음에서 본서를 적극 추천한다.

<심규호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언어통상학과 교수, 연표와 사진으로 보는 중국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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