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개헌을 보는 각계 전문가들의 ‘동상이몽’
지방분권 개헌을 보는 각계 전문가들의 ‘동상이몽’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8.01.30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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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헌법적 지위 확보를 위한 도민대토론회 열띤 토론
‘제주특별도 기본헌법 제정’ 투트랙 전략 제안에 찬‧반 의견 ‘봇물’
‘제주특별자치도 헌법적 지위 확보를 위한 도민 대토론회’가 30일 오후 2시부터 제주근로자종합복지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제주특별자치도 헌법적 지위 확보를 위한 도민 대토론회’가 30일 오후 2시부터 제주근로자종합복지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6월 지방선거 때 지방분권 개헌 투표를 동시에 실시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이 실현될 수 있을까?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의 반대로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를 위한 도민 대토론회’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주최로 30일 오후 2시부터 제주근로자종합복지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하지만 결국 이날 토론회는 토론자와 발표자들이 제각각 지방분권 개헌과 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라는 사안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이 다른 채로 각자의 주장만 펼치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연방제 수준 자치분권 시범지역 운영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 용역을 수행중인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최지민 수석연구원은 이날 ‘제주특별자치도 헌법적 지위 확보 전략과 핵심과제’ 주제발표를 통해 ‘제주특별자치도 기본헌법 제정’이라는 방안을 새롭게 제시했다.

제주특별법에서 부여받은 지위를 기반으로 지방의회와 도지사가 제주도민을 위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자치입법과 자치정책을 논의하고 결정한 뒤 자치법률을 어떻게 입법할 것인지에 대한 절차와 방법을 규정한 제주특별자치도 자치정부의 자치기본법을 제정하자는 취지다.

그는 “자치입법의 범위는 주민복리, 재산, 문화, 교육, 지방자치, 지역발전, 경제 진흥 등으로 명시하고 그 외 사항에 대해서는 경합적 입법권을 허용함으로써 중앙정부의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치입법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단일 국가 내에서 분권화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제주도의 자치입법을 ‘자치(self-rule)’와 ‘협치(shared-rule)’로 이뤄가려는 준연방주의적 시각에서 접근해보자는 제안인 셈이다.

최지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이 30일 열린 도민대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최지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이 30일 열린 도민대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이같은 제안에 대해 그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자치의 기본적인 운영 원칙을 종합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자기 통치권한의 범위와 권한을 명확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제주특별자치도 기본헌법의 특징을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개헌 여부에 따라 기본헌법에서 보장하는 자치권의 범위는 유동적이 될 수 있다”면서 개헌이 지연될 경우 특별법 또는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기본헌법 제정의 근거가 되는 특례조항을 신설, 이를 토대로 제주특별자치도 기관 구성의 원칙과 특례의 범위, 도민의 책임성 확보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제시해 도정 운영의 핵심 규범으로 삼는다는 ‘투 트랙’ 전략으로 접근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 개헌이 이뤄져 법률 제정 수준의 자치입법권이 보장된다면 영국이나 미국의 ‘홈룰’ 제도에 준하는 자치권 행사가 가능해져 주민투표로 자치권의 수준을 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토론 순서에서는 지방분권과 제주특별자치도를 바라보는 우려와 기대가 뒤섞인 각기 다른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제주특별자치도 헌법적 지위 확보를 위한 도민 대토론회’가 30일 오후 2시부터 제주근로자종합복지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제주특별자치도 헌법적 지위 확보를 위한 도민 대토론회’가 30일 오후 2시부터 제주근로자종합복지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

#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 “특별자치도, 평균 이하가 돼버릴 수도”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방분권 개헌이 이뤄진다면 제주는 더 이상 특별자치도가 아니라 평균자치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평균 이하가 될 수도 있다”면서 제주의 경우 특별자치도를 출범시키면서 이미 기초단체가 소멸돼버린 상황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어 그는 “다행히 새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를 세트로 묶어 분권모델을 완성시키겠다는 구상이 포함돼 있다”면서 “이게 관철되지 않는다면 제주는 결국 10년 동안 연습한 내용을 전국적인 지방분권의 성과로 나눠주고 실질적인 이익이 없는 아쉬운 결과가 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박재율 지방분권개헌 국민행동 공동의장
박재율 지방분권개헌 국민행동 공동의장

# 박재율 지방분권개헌 국민행동 의장 “최대치 지방분권 이번에 확보해야”

강 대표의 이같은 토론 내용과 전혀 상반된 시각의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박재율 지방분권개헌 국민행동 공동의장은 “애초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 외에 다른 지역은 분권을 하지 않고 제주도만 하겠다는 취지가 아니었다”면서 최지민 연구원이 제안한 제주특별자치도 기본헌법의 목적에 대한 내용 중 ‘법률에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고 돼있는 부분을 들어 “기본헌법의 목적에 이렇게 규정해놓으면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 돼버린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공동의장은 “최대치의 지방분권을 이번 개헌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제주의 차등적인 권한도 확보할 수 있다”면서 “자치법률을 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헌법에 신설해놓고 부칙을 통해 제주에 원하는 내용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소순창 건국대 교수
소순창 건국대 교수

# 소순창 교수 “교육, 복지, 지역경제‧산업 기능 지방정부로 완전 이양해야”

이어 토론자로 나선 소순창 건국대 교수는 “지방정부라는 차원의 모델이 되려면 자치분권의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면서 자율적으로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교육, 복지, 지역경제 산업에 대한 기능이 완전하게 지방정부로 이양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으로 간다면 교육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의 기능이 모두 지방으로 이양돼야 한다”면서 “이같은 기능을 이양한 후에 마지막으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위한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이뤄져 광역 단위의 지방정부로 개편된다면 대한민국 정부의 구조 개편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구상을 설명했다.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홍완식 교수 “제주특별자치도, 입법적 특별자치 아닌 입헌적 특별자치로 가야”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진행중인 개헌 논의에 대해 “불씨가 꺼져가고 있는 것을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하는 상황”이라면서 자유한국당이 반대할 경우 개헌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들어 최 연구원이 제안한 투 트랙 전략이 유연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이와 함께 그는 “지방정부의 입법권에 대한 내용은 추상적으로 하는 것보다 중앙이 가질 수 있는 권한을 헌법에 열거해놓고 나머지는 지방이 갖도록 하는 것이 잘된 입법 례”라면서 “제주도가 실질적으로 특별한 권한을 갖고 발전되려면 입법적 특별자치가 아닌 입헌적 특별자치로 나가야 한다”고 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

 

#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 “분권 강화 체감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실험 필요”

마지막 토론자는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이었다.

김 소장은 “지방자치단체들의 과세권과 입법 권한이 강화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 것으로 보느냐”면서 “과연 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국민의 권리를 더 제한하는 입법을 할까 아니면 더 완화할까 하는 민감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결국 이같은 권리 제한이 벽에 부닥치는 문제를 봉합하려 한다면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규제프리존법과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고 사실장 지방분권 개헌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어 그는 “헌법 개정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만약 개헌으로 간다면 제주특별자치도는 소멸되고 지방분권 개헌을 통해 전체적으로 자치권이 확대되는 쪽으로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과세권 강화는 국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없을 거라고 본다”면서 “제주도는 분권 강화를 위해 자치를 희생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에 그는 “분권 강화가 주민들에게 무엇으로 다가올 것인지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주도는 훨씬 더 많은 자치적 실험을 해야 한다”면서 “읍면동 단위 지방자치를 실험할 수도 있고 기초단체를 부활시키되 위원회형으로 짜는 등 다양한 실험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체감도도 높이고 분권을 강화해가는 전략과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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