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문화보다는 쓰레기 감시가 더 중요”
제주시 “문화보다는 쓰레기 감시가 더 중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01.05 11: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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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생존 기로에 서 있는 제주시 원도심의 현대극장
예산 10억원으로 매입하려다가 2016년부터 행정은 아예 포기
소유주 지난해말 매물로 내놓아…서울 등지에서 오피스텔 입질

2016년 연말부터 도민들을 짜증나게 만든 게 있다. 바로 요일별 쓰레기 배출이다. 지난 한해는 시범단계를 거쳐 본격적인 요일별 쓰레기 배출이 시행되고 있다. 벌써 1년이 넘었다. 바꿔 말하면 1년 넘게 짜증을 겪고 있다.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하는데 돈은 대체 얼마나 투입됐을까. 더 정확하게 말하면 시민들이 감시를 당하는데 투입된 예산은 얼마일까. 제주시가 지난해 클린하우스 감시요원(행정에서는 ‘도우미’라고 부름)에 투입한 예산은 재활용 도움센터를 포함해 86억원에 달했다. 올해는 더 많다. 일반 도우미들에게 79억원을 주고, 재활용 도움센터 도우미들에게 39억원을 들일 계획이다. 어쨌든 올 한해 클린하우스 감시요원들에게 들어가는 혈세는 118억원에 달한다.

돈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있다. 제주시청이 쓰레기에만 혈안을 하다 보니 정작 중요하게 여겨야 할 문화는 팽개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극장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극장은 제주의 아픔인 4.3과도 연관이 있다. 아시아구락부라는 권투체육관이 있던 이곳은 4.3 당시 서북청년단에 의해 도민들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기도 했다.

현대극장은 4.3 이후엔 문화의 중심이 된다. 당시엔 목조 건물로 무대를 만들고 무성영화를 틀었다. 나운규의 ‘아리랑’을 마지막으로 튼 장소가 이곳이라고 한다. 당시 영화관 이름은 현대극장이 아닌, 제주극장이었다.

4.3의 아픔이 서려 있고, 현대 극장의 문화도 간직하고 있는 현대극장. 곧 헐릴 위기에 놓여 있다. 미디어제주
4.3의 아픔이 서려 있고, 현대 극장의 문화도 간직하고 있는 현대극장. 곧 헐릴 위기에 놓여 있다. ⓒ미디어제주

그러다가 현재 모습을 갖게 되는 건 1960년대이다. 누가 개축을 했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지금의 모습으로 탄생했다. 단순 목조건물에서 트러스 지붕을 올리고, 벽면은 콘크리트로 단장됐다. 이름도 제주극장에서 현대극장으로 바뀌게 된다.

건물은 사라지고 나면 다시 만들 수 없다. 간혹 부순 건물을 되살리기도 하지만 건축물이라는 건 그 땅에, 그 모습을 하고 있을 때라야 가치가 있다. 현대극장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오자 제주도정도 관심을 기울이며 매입을 하겠다고 했다.

2016년 4월 19일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자리였다. 제주도청을 상대로 한 도정질문에서 원희룡 지사는 “경제가 아무리 성장하더라도 역사와 기억을 만들 수는 없다. 옛 현대극장 활용방안에 대한 고민은 당연하다”고 했다. 원희룡 지사는 그러면서 “돈을 주고 새로 짓는 것과 현대극장은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정말 그리됐을까. 행정은 손을 뗐다. 10억원을 주고 매입을 하려 했으나 소유자는 조금 더 얹혀달라고 했다. 매입을 추진하던 제주시는 더 이상 협상을 하지 않았다. 제주시는 2016년에 들어와서 현대극장 매입 추진을 없던 걸로 결정을 해버린다.

역사는 한 번에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며, 문화도 단박에 이뤄지지 않는다. 시간이 중첩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이 스며들어야 역사가 되고, 문화가 된다. 현대극장도 그렇게 해서 지금의 모습이 돼 있다. 현대극장은 잘 살려내면 원도심의 아이콘이 된다. 그런데 행정이 손을 놓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팔릴 처지가 됐다.

한 달 전에 매물로 나온 현대극장. 미디어제주
한 달 전에 매물로 나온 현대극장. ⓒ미디어제주

소유주는 한 달 전에 현대극장을 매물로 내놓았다. 서울에서도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있단다. 현대극장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은 매입해서 문화시설로 꾸민다는 구상이 아니다. 최대 10층 이상의 건물을 올릴 수 있다. 현대극장이 사라지고 대형 오피스텔이 떡하니 등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의 도시재생은 접는 게 낫다. 아니 제주시는 도시재생을 접어야 한다.

감시요원들에게 100억원 넘게 주는 건 아깝지 않다고 보는 제주시청. 100억원은 눈에 보이는 돈도 아니다. 쓰레기에만 혈안을 하는 사이에 반드시 지켜야 할 건축물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옛 제주시청사를 한방에 훅 보낸 제주시가 이젠 현대극장도 한방에 훅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행정에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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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애 2018-01-05 23:28:48
뭣이 중헌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