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억원 들여 매입한 주정공장 터에 꽃밭을 가꾼다고?
38억원 들여 매입한 주정공장 터에 꽃밭을 가꾼다고?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8.01.02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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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마을’ 정비사업도 화북 곤을동, 영남동 2곳뿐

제주도, 4.3 유적지 정비‧추가 조사에 올해 5억원 투입
지난해 1억4000만원에 비해 3.6배 이상 사업비 늘려
지난 2008년 4.3 60주기를 맞아 제주시 주정공장 옛터에서 열린 제9회 행방불명인 진혼제 모습. ⓒ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지난 2008년 4.3 60주기를 맞아 제주시 주정공장 옛터에서 열린 제9회 행방불명인 진혼제 모습. ⓒ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올해 제주 4.3 유적지 정비와 추가 조사 사업에 5억원이 투입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4.3 유적지가 평화와 인권의 4.3 정신을 알리는 학습장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업비 5억원을 들여 1월부터 본격 정비에 나선다고 2일 밝혔다.

4.3 70주년을 맞아 유적지를 찾는 탐방객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 4.3 유적지를 평화와 인권의 4.3 정신을 알리는 학습장으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다. 실제로 4.3 유적지 정비 예산은 지난해 1억4000만원에 비해 3.6배 이상 늘어났다.

제주도가 이날 정비 계획을 발표한 주요 유적지는 모두 18곳. 정비 계획을 보면 우선 북촌 너븐숭이 학살터와 낙선동 4.3성, 섯알오름 학살터, 성산 터진목 등 4곳은 이미 정비‧복원사업 계획이 수립돼 기념관 건립과 위령탑 및 위령비 설치, 주변 정비가 거의 마무리된 상태다.

각각 무장대와 주민들의 은신처였던 한수기곶(한경면 산양리)과 큰넓궤(안덕면 동광리), 빌레못굴, 교래 북받침밭(속칭 이덕구 산전)에는 안내판 설치와 함께 진입로 정비도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4.3 당시 아예 마을이 사라져버린 ‘잃어버린 마을’의 경우 화북 곤을동과 영남동 두 곳 외에는 정비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아 추가로 ‘잃어버린 마을’에 대한 조사와 정비 계획 수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 2012~2013년 2년에 걸쳐 38억원을 들여 매입한 주정공장 터의 경우 안내판 설치와 함께 꽃밭을 조성한다는 계획 뿐이어서 70주년을 맞이하는 4.3 유적지 정비계획이 소리만 요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제주4.3연구소 관계자는 주정공장 터에 대해 “‘평화와 인권’이라는 4.3 정신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평화인권센터 혹은 4.3트라우마센터 등이 들어설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시 건입동 940-4 번지 등 2필지 5272㎡ 규모의 옛 주정공장 터는 4.3 토벌이 한창이었던 1949년 봄 피난 입산자들 중 살아남은 주민들이 대거 귀순하면서 이들의 수용소로 사용됐던 곳이다.

당시 혹독한 고문과 열악한 수용환경 때문에 죽어나가는 사람이 헤아릴 수도 없이 많았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수용자들 중 청년들은 대부분 재판에 회부돼 육지 형무소로 이송됐고, 이들 중 상당수가 6.25 직후 집단 희생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시 주정공장은 산비탈 아래 현재 여객선터미널 입구 맞은편에 SK주유소가 들어서 있는 곳에 있었고, 수용소로 활용됐던 창고는 산비탈 위 현재 현대아파트가 들어선 자리였다.

지난 2001년부터 매해 4월 ‘제주 4.3 행방불명인 진혼제’가 봉행되고 있지만, 지금은 당시 건물이 모두 헐렸고 수용서 터에는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 있어 당시 흔적은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도 4.3지원과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정비 또는 사업계획이 수립돼 있지 않은 상태”라면서 “조경수를 심고 꽃밭 등을 조성함으로써 4.3의 어두운 이미지를 탈피,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밝은 에너지로 승화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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