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6 15:53 (화)
“제주성은 복원이 아니라 있는 걸 활용하는 게 중요”
“제주성은 복원이 아니라 있는 걸 활용하는 게 중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12.18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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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11> 원도심 해설사 등장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제주성터 걷기 첫 행사 마련
해설사로 나선 박명순씨 첫 시연 맛깔난 입담과시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길을 걷는다. 길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관심을 두지 않는 사이에 길 이야기는 묻히고 만다. 길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사람들은 떠나고, 옛 이야기는 고리타분하다고 느끼는지 잊힌 기억이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린 길을 알아야 한다. 길에 모든 게 있기 때문이다. 원도심이야 더 하지 않은가. 길 이야기를 뺀다면 원도심이라는 단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올해로 일흔 둘인 박명순씨는 해설사라는 이름에 너무 익숙하다. 그의 명함은 온통 해설사다. 제주시 원도심 해설사, 제주유배문화해설사, 제주의 아픔인 4.3역사문화해설사라는 이름이 그의 명함에 박혀 있다. 그뿐이 아니다. 문화유산체험 전문가라는 이름도 있다.

그는 제주시 원도심 출신은 아니지만 ‘원도심 해설사’라는 낯선 이름을 달고 있다. 그 낯선 이름은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추진하는 사업의 결과물이다.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원도심 해설사를 양성한다고 하자 곧바로 뛰어들었다. 사실 그는 목관아에서 해설을 하며 원도심을 공부해온 터였다.

박명순 원도심 해설사가 걷기 행사 시연에 앞서 코스를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박명순 원도심 해설사가 걷기 행사 시연에 앞서 코스를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원도심에 대한 연구를 해왔죠. 마침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원도심에 대한 해설사를 모집한다고 하길래 지원을 한 겁니다.”

원도심 해설사는 고향이 원도심이거나 해설사 경력을 지닌 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박명순 해설사는 후자에 해당한다. 고향은 아니지만 원도심을 잘 알고, 공부를 해왔기에 도전을 했다.

18일은 자신의 해설 경력을 뽐내는 날이다.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추진한 ‘제주성터 걷기 및 해설사 시연행사-옛 제주성을 거닐다’라는 자리였다. 그의 머리와 입을 통해 원도심에 대한 이야기들이 술술 나왔다.

“저기 보이는 퐁낭은 이기풍 목사가 설교를 했다는 곳입니다. 오랜 기념비죠. 1910년에 성내교회를 지을 돈이 없었는데, 마침 철종의 사위인 박영효가 유배를 와 있었길래 도움을 줄 수 있었죠. 이 땅을 매입해 교회를 짓게 됩니다.”

박명순 해설사는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맛깔나게 소개했다. 이날 해설은 모두 3개 코스에서 진행됐다. 박명순 해설사가 맡은 건 A코스이다. 예술공간 이아를 출발해 성내교회를 거쳐 관덕정, 성굽을 거닐며 참석한 이들을 위한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원도심 출신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원도심을 잘 아는 이가 됐다. 그가 제주에 대한 이야기에 뛰어든 이유는 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20년만에 고향에 내려왔어요. 돌아가신 아버지가 했던 작업을 정리하면서 제주를 더 알려고 애를 썼죠.
그의 아버지는 향토 사학자이기도 했던 고(故) 박용후씨다. 박명순 해설사는 아버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주를 알아가려고 공부를 해왔고, 2004년부터 해설사라는 해설사는 다 그의 명함에 새기게 됐다.

그는 제주시에 대한 원도심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언제든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 그러면서 원도심은 마구잡이 개발이 아닌 현재에 있는 것을 지키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제주성의 문루를 복원한다는 계획을 수립한다는데 그런 것도 필요하겠지만 있는 걸 그대로 활용하는 게 중요하죠. 현재 제주성의 성담을 울타리로 사용하는 집도 있고, 성담 위에 집을 지은 경우도 있어요. 이런 건 쉽게 매입을 할 수 있단 말이죠. 이런 걸 매입해서 쉼터도 조성하고, 카페도 만든다면 되는 거죠.”

원도심 현장에서 해설을 하고 있는 박명순씨. 미디어제주
원도심 현장에서 해설을 하고 있는 박명순씨. ⓒ미디어제주

대정 출신인 그는 대정성의 복원도 엉망이고, 주변에 널린 연대 복원 등도 엉망이라고 덧붙였다. 전부 육지 전문가를 데려와서 쌓았기 때문이라는 답도 덧붙였다.

도시재생은 박명순 해설사의 말처럼 뜯어 고쳐서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있는 걸 그대로 활용한다면 도시재생의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질 듯하다.

그는 해설을 하면서 오히려 제주도민보다는 다른지방에서 오는 육지사람들을 더 긴장한단다.

“관광객들은 오히려 공부를 하고 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더 조심스레 설명을 하죠. 이왕이면 그들에겐 스토리텔링식으로 설명을 해줍니다. 제주사람들에겐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가져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죠.”

첫 걸음이다. 첫 걸음이이게 많은 걸 얻는다는 건 어렵다.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가 첫 걸음을 디딘 제주성터 걷기. 원도심을 알아가는 또다른 방식이기도 하다. 거기에 늘 하겠다는 박명순 해설사가 있기에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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