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 건설로 한라산을 가려버렸어요”
“행복주택 건설로 한라산을 가려버렸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12.13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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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개마을 아이들] <4> 우리는 형제

‘봉개마을 아이들’ 유일한 형제인 고권영·권유 이야기
“어른 되면 고향에 돌아와 정착할 것”…고향사랑 가득
도로와 아파트 등의 마구잡이 개발에 반대하는 아이들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봉개마을 아이들은 마을신문인 <봉개엔>을 통해서도 활동을 하고 있다. 마을신문이 지속 발행이라는 기약이 없긴 하지만 봉개마을 아이들은 마을신문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고 있다. 그 사실은 바로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한 깊은 애정이다.

봉개마을 아이들은 ‘내가 과연 마을에 대해 알고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기도 하지만 봉개마을 아이들처럼 마을에 애착을 지닌 청소년들이 있을까 싶다. 때문에 봉개마을 아이들의 면면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봉개마을아이들 멤버 가운데 유일한 형제인 고권영(오른쪽) 고권유. 미디어제주
봉개마을아이들 멤버 가운데 유일한 형제인 고권영(오른쪽) 고권유. ⓒ미디어제주

봉개마을 아이들 가운데 꾸준히 출근(?)하는 아이들이 있다. 고권영·권유 형제이다. 둘 다 중학생으로 제주일중에 다니고 있다. 권영이는 내년이면 중3이 된다. 권유는 가장 무섭다는 중2가 된다.

거의 매주 일요일마다 만난다. 세속에 찌들리거나 하지 않은 모습이다. 그런 애들을 매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행복이다. 가장 무섭다는 중학교 2학년, 이제 중학교 2학년에 오를 이들인데 무겁기는 웬걸. 애들이 참 착하다.

권영·권유 형제는 봉개동에서 태어났다. 봉개동에서도 굳이 구분을 한다면 본동마을 출신이다. 언제부터 살았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을 한다.

“그건 모르겠고요. 할아버지도 봉개일 걸요.”

그러면서 할아버지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권영·권유 가계에 내려오는 전설(?)이다.

“똑똑한 말이 있었거든요. 아빠가 타려면 난동을 부리는데 할아버지는 탈 수 있었대요. 애지중지해서 키웠어요. 옛날에요, 말을 묶어놨는데 태풍 때 날아가서 삼양 앞바다에서 발견됐대요. 지금 할아버지는 소를 키워요.”

그들의 말을 들어보니 대략 짐작은 간다. 할아버지가 목축을 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어느 정도 규모인지는 모르겠지만, 말과 사람과의 관계성도 애들의 입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예전 백마를 타고 글쓴이의 마을을 돌아다니던 어떤 어르신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나이가 들면 반드시 고향에 정착하겠다는 고권유(왼쪽) 권영 형제. 미디어제주
나이가 들면 반드시 고향에 정착하겠다는 고권유(왼쪽) 권영 형제. ⓒ미디어제주

봉개동엔 고등학교가 한 곳 있다. 대기고등학교이다. 권영과 권유는 이 학교에 들어가길 원한다. 특별한 이유라기보다는 가깝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등학교를 마치면 어디론가 뜰 수밖에 없다. 대학을 가든, 직장을 선택하든지간에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권영이와 권유 생각은 어떨까. 형 얘기를 먼저 들었다.

“70대가 되면 귀농을 할 거예요. 그때까지는 돈을 벌어야죠.”

동생인 권유는 형과 다른 생각이다. 형보다 일찍 고향에 오겠다고 한다. 형보다 20년 빠른 50대에 고향을 밟을 계획이란다.

“50이 되면 올거예요. 직장도 끝날 테고, 편안하게 쉬면서 취미생활도 하고요.”

착한 이들 형제는 마을을 정말 사랑한다. 왜 마을이 좋은지 물었더니 사람들이 좋단다. 고향에 돌아와서 산다는 생각을 지닌 청소년들이 있을까. 특히 권영이는 서회천과 동회천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얘기를 꺼냈다. 실제 서회천을 답사할 때 글쓴이에게 내뱉은 말이 있다. “마을이 너무 예뻐요.”

중학생인 이들에게서 들은 의외의 말이다. 빌딩 숲이나 멋진 건축물이 있는 곳, 쇼핑할 공간이 많은 곳을 찾는 이들이 많은데 고향에 정착한다는 의지가 대단하지 않은가. 지금 이 상태대로 있어주길 원한다. 힐링할 장소로 자신들의 고향을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지역이 개발된다면 당연히 화를 낼 법하다.

개발에 반대한다. 글쓴이의 생각이 아니다. 이들 형제의 생각이다. 봉개동엔 한창 행복주택 단지 공사가 진행중이다.

무분별한 개발에 반대를 한다는 형제들. 어른들이 이들에게서 배워야겠다. 미디어제주
무분별한 개발에 반대를 한다는 형제들. 어른들이 이들에게서 배워야겠다. ⓒ미디어제주

행복주택 주변은 그들의 놀이터였다. 작은 골목이 있었고, 작은 주차장도 있었다. 작은 집도 있었다. 행복주택이 들어선다면서 주변은 싹쓸이됐다.

“주변에서 놀곤 했는데 사라졌어요. 도로도, 아파트도, 마구 개발돼요.”

“마음이 불편해요. 한라산을 볼 수 있었는데 이젠 가려졌어요.”

권영·권유 형제를 제주도건축심의위원회 위원으로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어른들은 무조건 개발에 치우치는데, 청소년의 생각은 의외로 다르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왜 청소년들의 생각은 정책에 전혀 반영이 되지 않을까. 지금이 좋다는 애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을 어른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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