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까지 도문예회관에서 제주건축가회 회원들 작품도 조명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건축을 유기체로 해석하기도 한다. 건축물 자체가 살아있는 건 아니지만 사람이 살면서 드나드는 공간이 건축이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건축과 주변 공간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기에 유기체로 부르곤 한다. 그러나 유기체라는 관점으로서 건축을 바라보는 건 쉽지 않다. 설계를 하는 건축가 입장에서 유기체를 온전히 담는 건 더더욱 어렵다.
그런 점에서 우린 새로운 건축 형태를 바라보는 일도 필요하다. 다소 생소하지만 ‘상황건축’이라는 이름이 그런 게 아닐까.
한국건축가협회 제주건축가회가 6일 제주도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마련한 제주건축대전에서 이런 논제가 나왔다.
논제를 던진 이는 한은주 소프트아키텍쳐랩 대표였다. 그는 제주건축대전 오프닝 행사에 앞서 ‘리듬분석, 동시대 건축의 지평’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자신의 건축작업을 사례로 들어 설명했다.
사례로 든 그의 작품은 인천대공원 수목원에 있는 목재문화체험장인 ‘목연리’다. 세계건축상 수상작으로, 외벽은 움직이는 건축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건축가로서의 매력을 두는 작업은 라이프 스타일이다. 건축가가 동시대성을 잘 파악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게 건축에 잘 반영돼야 한다”며 “철학자 리페브르가 공간 생산을 얘기했고, 그게 건축비평에도 영향을 줬는데 그 때문에 한때 르페브르에 꽂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건축가 한은주는 이처럼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일상적인 삶에 상황을 끌어들였다. 바로 목연리라는 건축물에 투여됐다.
그는 “나무는 계절에 따라 움직인다. 날마다 바뀌고, 주마다 바뀐다. 계속 변하는 상황을 건축으로 끌어들이고 싶었다. 목연리라는 건축공간을 아예 목재문화를 경험해보게 만들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리듬(rhythm)’과 ‘엠비언스(ambiance)’를 설명했다.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나 그가 말하는 리듬은 시간을 공간화시키는 방식이며, 엠비언스는 인간이 공간을 경험할 때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걸 말한다.
건축가 한은주는 “목연리는 나무를 느끼게 만드는 상황건축이다. 앞으로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엠비언스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기술은 일상을 풍부하게 만들어줘야 하는데, 일상을 괴롭히면 기술이 아니다. 우리는 새로운 공간경험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건축에 꼭 새로운 걸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새로운 걸 하더라도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건축가의 역할을 말하기도 했다.
어쨌든 건축가 한은주 대표의 설명은 리듬을 탈 수 있는 공간, 상황에 따라 변화가 일어나는 건축 행위도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한편 2017 제주건축대전은 6일 오프닝을 시작으로, 10일까지 만날 수 있다. 제주건축대전은 ‘오래된 미래’를 주제로 한 대학생들의 수상작품을 마주하는 기회가 된다.
아울러 ‘지역성 그리고 시간성’을 주제로 내건 회원들의 작품도 있다. 오랜 기간 제주건축에 정진해 온 강행생 건축가의 ‘불사불루(不奢不陋)’라는 주제의 아카이브전도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