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3:40 (금)
“민호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민호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7.12.06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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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 사고 사망 고 이민호군 영결식 6일 엄수
침통한 분위기속 추도사 이어질 때마다 유족 오열
6일 치러진 고 이민호군 영결식에서 아버지가 눈물을 닦고 있다. ⓒ 미디어제주
6일 치러진 고 이민호군 영결식에서 아버지가 눈물을 닦고 있다.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민호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지난달 현장실습을 나가 작업 중 사고를 당해 사망한 서귀포산업과학고 3학년 고(故) 이민호군의 아버지가 막내 아들을 떠나보내며 건넨 마지막 한마디다.

6일 서귀포산업과학고 체육관에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장(葬)으로 치러진 고 이민호군 영결식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유족과 학생, 학부모를 비롯해 원희룡 제주도지사,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윤춘광 제주도의회 부의장, 학교 관계자 등이 참석해 고 이민호군을 추모했다.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좌중은 침묵했고 조사와 추도사, 고별사 등이 이어질 때마다 유족은 오열했다.

이석문 교육감 “어른들 욕망‧이기심이 꽃다운 삶 저물게 해”

6일 고 이민호군의 영결식에서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조사(弔詞)를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6일 고 이민호군의 영결식에서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조사(弔詞)를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장례위원장을 맡은 이석문 교육감은 조사(弔詞)를 통해 "어른들의 왜곡된 욕망과 이기심이 이군의 꽃다운 삶을 저물게 했고 피와 눈물이 없는 쇳덩어리에 눌려 고통을 호소할 때조차 어른들은 한 줌의 온기 어린 손길을 건네지 못했다"며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민호야 사랑한다, 민호야 고맙다, 민호야 보고 싶다, 민호야 미안하다, 이 말을 하면 웃어줄까, 차라리 화를 내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헛된 기대를 갖다가도 되돌릴 수 없는 시간임을 알기에 그저 눈물만 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당신이 우리의 눈물을 닦아주며 아이들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고 전해주는 진심을 가슴 깊이 새기고 이 자리에서 시작할 것"이라며 "사력을 다 해 아이들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펼쳐 보이겠다. 하늘에서 우리의 노력을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원희룡 지사 “학생이 안전한 환경서 교육 받도록 최선”

6일 고 이민호군 영결식에서 윤춘광 제주도의회 부의장(왼쪽)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헌화 및 분향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6일 고 이민호군 영결식에서 윤춘광 제주도의회 부의장(왼쪽)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헌화 및 분향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원희룡 지사는 추도사에서 "유가족께 도민의 마음을 담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고 이민호군의 모습을 우리는 잊지 않겠다"고 운을 뗐다.

원 지사는 "고 이민호군의 희생은 안전한 교육환경이라는 기본과 원칙에 대한 중요성을 새삼 되새겨주고 있다"며 "다시는 안타까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 고인을 편히 보내드리는 길이라 믿는다"고 부연했다.

또 "모든 학생이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남아있는 우리들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여선 공동대표 “우리가 너무 안일했다…또 다른 이민호 없도록 행동할 것”

추도에 나선 김여선 현장실습고등학생사망에따른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고 이민호군이 사망에 이르게 된 책임이 어른들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김 공동대표는 "기계가 고장 나도 회사는 실습생에게 일을 시켰고 민호는 할 수 밖에 없었다. 회사에서 일을 잘하면 정직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믿었기 때문"이라며 "학교에게 묻겠다. 민호가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기계를 다루는지, 고장이 나도 혼자 고치면서 일을 한 것을 알고 있었느냐"고 울먹였다.

이와 함께 고 이민호군이 현장실습을 했던 업체의 이름을 거느리며 "학생이 배우러 갔는데 왜 하루 14시간씩 을을 시켰는가. 기계가 자꾸 고장이 났는데 왜 수리를 하지 않았느냐"며 "왜 경력자 없이 혼자 일을 하다가 말썽이나 (민호가) 죽게 했느냐. 국민의 세금을 지원받으면서 왜 학생을 착취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공동대표는 "학교도 회사도 정부도 관심이 없었다. 우리가 너무 안일했다"며 "억울하고 원통한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또 다른 이민호가 없도록 목소리를 내고 함께 행동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고 이민호군의 유족들이 6일 영결식 후 이군이 생전에 공부했던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 미디어제주
고 이민호군의 유족들이 6일 영결식 후 이군이 생전에 공부했던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 미디어제주

 

강진우군 “너는 저기에, 나는 여기에…함께 한 날들 기억으로 간직”

학생 대표로는 고 이민호군의 친구인 강진우군이 나서 고별의 인사를 건넸다.

강군은 "내 친구 민호를 보내려니 가슴이 먹먹하다"며 "친구들과 게임을 하며 행복해했던게 어제 같은데 너는 저기에, 나는 여기에 서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강군은 "전화로 안부를 묻고 (함께) 미래를 꿈꿨던 친구 민호야. 너를 떠나보내야 하는 이 순간이 믿기지 않는다"며 "너와 함께한 날들과 너의 웃는 얼굴을 영원한 기억으로 간직하겠다"고 약속했다.

6일 고 이민호군의 영결식에서 서귀포산업과학고 학생들이 양 옆에 서서 지나가는 운구차량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6일 고 이민호군의 영결식에서 서귀포산업과학고 학생들이 양 옆에 서서 지나가는 운구차량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고 이민호군의 유족은 이날 영결식이 끝난 뒤 이군의 영정을 들고 공부했던 3학년 1반 교실 등을 돌아본 뒤 제주시 양지공원으로 향했다.

한편 고 이민호군은 지난달 9일 현장실습 중 기계에 끼이는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열흘 뒤인 19일 오전 다발성장기손상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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