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삭제된 시간’ … 작품 30여점 전시 예정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3년 전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처음으로 구조 책임을 다하지 않는 현장 상황을 고발했던 홍가혜씨가 컨버전스 아티스트(이종 예술가)로 인생 제2막을 시작했다.
제주시 아라동 소재 심헌 갤러리는 12월 4일부터 12월 20일까지 ‘심연(深淵)’(부제:삭제된 시간)이라는 주제로 홍가혜씨의 개인전을 기획초대전으로 마련했다. 전시회에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담은 3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첫 개인전을 갖게 된 홍씨는 작가 노트를 통해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목격한 국가의 구조 방기를 세상에 폭로했다가 죽음과 맞먹는 고초를 겪고도 사람 사는 세상을 포기하지 않으며 살아가고 있다”며 “6월에 제주로 내려와 제2의 인생을 시작하던 중 난생 처음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사연을 밝혔다.
심헌 갤러리측은 홍씨 작품에 대해 “삶을 노래하면서도 죽음을 춤추는 양면성을 지니면서 비정상이 정상으로 취급받고 정상이 비정상으로 다뤄지는 인간의 삶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홍씨도 출구를 찾지 못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누군가에게 치유를 선물하는 전시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메시지를 지우기 위한 작업에 삭제되고 말았던 시간들을 작품에 풀어냈다. 바다와 육지를 잇는 갯벌처럼 누군가의 마음에 내 작품이 와 닿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제주를 여행하던 중 소식을 접하고 이튿날 진도 팽목항으로 간 홍씨는 민간잠수사들의 구조 현장 투입을 막고 있다는 내용의 방송 인터뷰를 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되는 등 고초를 겪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