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를 쓰는 제주남성은 가치 없어요”
“사투리를 쓰는 제주남성은 가치 없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11.28 13:35
  • 댓글 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 窓] ㈜한라산, 제주어 깎아내리는 광고문구 논란
“제주남성들이 쓰는 말은 알아듣지 못하니 표준어로 하라”
제주어를 깎아내리고, 제주남성을 비하하고, 여성을 상품화시킨 (주)한라산 술 광고. 고성환 페이스북
제주어를 깎아내리고, 제주남성을 비하하고, 여성을 상품화시킨 (주)한라산 술 광고. ⓒ고성환 페이스북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여기 술 취한 기업이 있다. 자칭 도민의 기업이라는 회사이다. 이름을 대겠다. ㈜한라산이다. ㈜한라산은 술을 생산하는 기업임에도 좋은 일도 많이 하길래 술독에는 빠지지 않은 줄 알았다. 그런데 오산이었다. 술독에 빠졌고, 숙취가 얼마나 심한지 깨어나지도 못한다. 아래 문장을 읽어보자.

“제주도 오빠들, 내가 굿 바디에 매력이 좀 있어서 저한테 작업 거는 거 알겠는데요.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저도 밀땅도 하고 싶고, 튕기고도 싶은데 이제 작업 걸 땐 사투리 말고 표준말로 합시다. 저도 제주도의 멋진 로맨스를 꿈꾸는 여자라구요.”

㈜한라산의 광고문구다. 제주소주처럼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술꾼들에게 작업(?)을 걸겠다는 심산인지는 모르겠다.

문제는 ㈜한라산 광고문구는 제주소주보다 더 심각하다는 데 있다. 제주소주는 ‘긴밤’과 ‘짧은밤’이라는 성매매를 연상시키는 은어를 등장시켰다면, ㈜한라산은 제주도민을 깔보고, 제주남성을 비하하고, 여성을 상품화시키고 있다.

문구를 다시 읽어보자. ‘제주것’들이 육지의 여성을 대할 때는 제줏말을 쓰지 말라는 그 당당함에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제주 남성들이 내뱉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겠으니, 표준어로 말하라는 게 맞는 말인가.

제줏말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위기에 처한 이유는 있다. 촌놈들이나 쓰는 사투리라면서 학교에서 쓰지 말라고 했던 시절이 있다. 그래서 위기를 자초했다. 제줏말을 쓰는 어르신들이 세상을 뜨게 되면 제줏말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유네스코가 제주도 사람들이 쓰는 말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제줏말은 경상도나 전라도, 충청도 사람들이 쓰는 사투리와 달리 유독 언어로 불린다. ‘제주어’라는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 그만큼 가치가 있고, 보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말이다. 제주어 보존 조례도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한라산은 왜 제주사람들이 쓰는 언어를 무시하면서까지 광고를 해댈까. 술꾼들에 작업을 걸어서 소주 몇 병 파는 게 제주어를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할까.

㈜한라산 광고문구는 이처럼 도민을 깔보고 있다. 더욱이 제주남성을 아주 불쌍한 존재로 만들어버렸다. ‘제주것’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말만 내뱉기 때문에 고귀한 육지 여성을 넘보지 말라는 것 아닌가. 표준어를 써야만 육지 여성들이 받아주겠다니, 제주남성들이여 분기탱천하며 ㈜한라산으로 달려가야 할 판이다.

광고는 여성도 상품화시켰다. 술 광고는 늘 여성을 등장시켜 남성을 유혹하려 든다. ‘굿 바디’라는 단어를 통해 상품화된 여성의 이미지를 광고가 말하고 있지 않은가.

㈜한라산은 과연 제주도민의 기업이 맞을까. 제주어를 비하시키고, 제주남성 역시 싸잡아 뭉개는 걸 보니 제주도민의 기업이 아님이 분명해졌다. 제주사람들이 그렇게 가치 없게 보이는지 ㈜한라산에 묻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원시 2017-12-06 11:00:53
이건 참.. 다른 대기업에서 성광고 하는건 찍소리도 못하면서
동네 기업들 다 잡아먹을려고 단체나 기자나 ㅉ ㅉ

제주돌맹이 2017-12-01 14:53:00
음... 이거 심각한데요. 안그래도 근 몇년 사이에 무지막지하게 참이슬한테 시장 뺐겨놓고는 관뚜껑을 닫는군요.

고민관 2017-11-30 22:52:06
허허 어이가 없구나. . .20살때부터 지금까지 20년간 한라산만 마셔왔지만.
같이 술자리하는 형 동생 누나들이 참이슬 시켜도 난 꿋꿋히 올레 시켜먹었지. .

방금 전에도 올레마셨지만. . .

이 기사를 본 지금 17년 11월 30일 22시47분 이후로는 반드시 참이슬만 마시겠습니다.

더불어 이 기사는 널리 공유토록 하겠습니다.

향토기업이라 눈여겨 봐왔고.

올레로 이름 바꿀때부터 ㅂㅅ같았는데. 시에프는 상상초월이군요.

이제 영영 안녕이네요. 제주도향토기업이면 향토기업 답게

행동하시길 바랍니다.

김미정 2017-11-30 07:44:16
정말 정신이 나갔네요. 제주가도 꼭 먹고 서울에서도 찾아마시는데 너무 실망스럽네요.

어이상실 2017-11-30 07:24:56
인권위 제소감, 무섭고 서글프다.
가장 제주적이어야 할 향토기업이 이렇게 반제주적이라니 와~
제주도청에서는 행정적 제재나 지원중단 같은 거 검토해보세요. 우리가 제주정신을 지켜야 할 것 아니겠습니까. 긴장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