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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등재 1주년, 중국에서 울려펴진 제주 해녀 시와 노래
유네스코 등재 1주년, 중국에서 울려펴진 제주 해녀 시와 노래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7.11.27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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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한국문화원, ‘해녀와 달, 시와 노래가 있는 밤’ 융합콘서트
한‧중 시인들의 해녀 시 낭송과 공연, 해녀 주제 사진전도 진행
허영선 시인 ‘파도 없는 오늘이 어디 있으랴’ 입체시 낭송 ‘눈길’
지난 24일 중국 베이징 주중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해녀와 달 그리고 시와 노래가 있는 밤 “파도 없는 오늘이 어디 있으랴”’라는 제목의 융합콘서트 모습. ⓒ이나연
지난 24일 중국 베이징 주중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해녀와 달 그리고 시와 노래가 있는 밤 “파도 없는 오늘이 어디 있으랴”’라는 제목의 융합콘서트 모습. ⓒ이나연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주 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주년을 기념해 제주 해녀를 다룬 시와 노래가 어우러지는 무대가 중국 베이징에서 펼쳐졌다.

지난 24일 오후 4시30분부터 주중 한국문화원 콘서트홀에서 ‘해녀와 달 그리고 시와 노래가 있는 밤 “파도 없는 오늘이 어디 있으랴”’라는 제목의 융합콘서트로 열린 11월 한국문화주간 행사였다.

날 행사는 주중한국문화원(원장 한재혁)과 한국서림 K-BOOK 차이나 센터(센터장 김구정)가 공동 주최한 자리로, 최근 시집 <해녀들>을 펴낸 허영선 시인(제주4.3연구소장)을 비롯한 한국 시인들과 중국 시인의 해녀 시가 낭송됐다.

특히 허영선 시인의 <해녀들>에 실려 있는 ‘파도 없는 오늘이 어디 있으랴’는 권대웅 시인이 각색, 극화해 한국어와 중국어로 시인 5명이 함께 낭송하는 입체시로 낭송돼 눈길을 끌었다.

제주 출신 가수 강아솔, 소심넷의 보컬 이진엽, 일렉트릭 기타리스트 이재원의 노래‧연주와 함께 해녀를 주제로 한 김형선 작가의 사진도 전시됐다.

이날 행사에는 특별 게스트로 참석한 노영민 주중대사가 자작시 ‘추석부근 1’을 직접 낭송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 10월 21일 제주시 김만덕기념관에서 열린 ‘해녀시와 노래 그리고 달 북콘서트’ 행사에 이어 주중한국문화원 주최로 중국의 중견 시인 베이타(北塔)와 가수 차오지우이(曹久亿)가 합류, 한동안 사드 여파로 얼어붙었던 한국과 중국간 해빙 분위기에 의미를 더했다.

한재혁 주중한국문화원장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한중간 인문 교류와 문학 관련 행사가 더 활발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행사를 공동 주최한 김구정 한국서림 K-BOOK 차이나 센터장도 “세계에서 유일한 한국의 해녀를 문화로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아주 뜻깊은 행사였다”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제주 해녀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주년 기념 11월 한국문화주간 행사가 지난 24일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열렸다. ⓒ이나연
제주 해녀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주년 기념 11월 한국문화주간 행사가 지난 24일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열렸다. ⓒ이나연
제주 해녀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주년 기념 11월 한국문화주간 행사가 지난 24일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열렸다. ⓒ이나연
제주 해녀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주년 기념 11월 한국문화주간 행사가 지난 24일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열렸다. ⓒ이나연
제주 해녀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주년 기념 11월 한국문화주간 행사가 지난 24일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열렸다. ⓒ이나연
제주 해녀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주년 기념 11월 한국문화주간 행사가 지난 24일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열렸다. ⓒ이나연
제주 해녀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주년 기념 11월 한국문화주간 행사가 지난 24일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열렸다. ⓒ이나연
제주 해녀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주년 기념 11월 한국문화주간 행사가 지난 24일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열렸다. ⓒ이나연

 

다음은 이날 낭송된 시 전문과 일부 내용이다.

 

해녀의 달

눈을 감아도 바다가 보여서
어두워도 찾아갈 수 있는
깊은 물의 골목길과
옛사랑이 살던
물의 주소까지 잊지 못해서
은하수가 지나가는 수초 아래
지느러미가 아름다운 젖은 별
반짝이고 있는 것들이 그리워
해녀는 밤마다 눈을 감고
하늘 바다 높이높이 올라가
환한 달을 따온다

– 권대웅 시 ‘해녀의 달’ 전문

 

파도 없는 오늘이 어디 있으랴

내 안에 오래도록 꽉 차 있던 소리
숨이 팍 그차질 때 터지는 그 소리
숨비소리
그 소리를 따라 여기까지 왔다
사랑 없는 숨비질은 죽음이란 것
기억한다
먹빛 바다로 몸을 투척하던 어머니를
늘 목젖을 통과한 마지막 숨을
쥐어짜듯 내뱉고는 사라지던 어머니를
사랑을 품지 않고 어찌 바다에 들겠는가
파도 없는 어제가 어디 있으랴
파도 없는 하루가 어디 있으랴

– 허영선 시집 <해녀들> 중 ‘파도 없는 오늘이 어디 있으랴’ 중에서

 

제주도 해녀

제주 섬의 해녀 바다는 당신의 어릴 적 동무보다 장난스럽다
파도는 지칠 줄을 모르고 당신의 몸 위에 익살스런 곡들을 연주한다
바다는 당신의 남편보다 믿음직스럽다
목마를 당신에게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건네주듯이
당신이 원할 때 바다는 언제든 오징어와 방합, 맛조개와 굴을 내어준다
자신의 깊은 품속을 찾아 누비는 당신에게 바다는 바위틈에 숨겼던
소중한 별들을 하나하나 드러내어 가져가라 한다
바닷가에 하염없는 돌이 되기 전 당신은 풍랑을 헤가르는 바닷물고기였으며
기어코 돌이 된 후에는 갈매기들이 매일 날아와 당신의 어깨 위에 머물러
귓속말을 속삭이며 당신을 도와 바다 속 빛났던 삶들을 회억할 것이다
절망의 몸을 바다에 던지려는 사람들과 물밖에 나오기를 주저하는 귀신들아
여기 바다 끝 절벽 위에 다 모여라 그리고 해녀들은
자신의 세련된 솟구침의 몸짓을 원없이 그들에게 보여주어라

– 베이타(北塔) 시 ‘제주도해녀(濟州道海女)’ 전문, 박은하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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