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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성은 아직도 최정숙에 머물러 있다”
“제주여성은 아직도 최정숙에 머물러 있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11.24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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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제주 여성사 연구의 회고와 미래 전망’ 학술대회 개최
김은석 교수 “엘리트 여성에 집착하면 과거 보는 가능성 놓쳐”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여성을 다루면 다 여성사일까. 제주여성을 다룬 저술들이 사회·경제에 대한 남성중심적 관점에서 이뤄진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주대학교 박물관과 탐라문화연구원이 24일 공동으로 진행한 학술대회 자리에서 이런 문제가 논의됐다. 이날 제주대에서 진행된 학술대회는 ‘제주 여성사 연구의 회고와 미래 전망’을 주제로 진행됐다.

기조발표를 한 김은석 제주대 교수는 ‘제주 여성사를 위한 회고와 전망’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제주 여성사는 여전히 최정숙 전 교육감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여성 엘리트 중심의 서술 탈피를 강조했다. 그는 “제주 여성은 아직도 최정숙에 머물러 있고, 여성사의 전부라고 한다”며 한계를 설명했다.

김은석 교수가 24일 진행된 학술대회 자리에서 '제주 여성사를 위한 회고와 전망'이라는 주제의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김은석 교수가 24일 진행된 학술대회 자리에서 '제주 여성사를 위한 회고와 전망'이라는 주제의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김은석 교수는 “최정숙을 근대교육으로 바라본다면 1910년대와 20년대, 30년대는 현모양처 개념에서 탈피하지 못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하는 건 역사는 소수가 아닌, 특정한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는 다수의 보통사람들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김은석 교수는 “엘리트 여성을 중심으로 제주 여성에 집착하다보면 제주여성의 과거를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을 자칫 놓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에 여성이 있었다는 걸 드러내는 ‘존재증명’이 중요한 건 아니라고 했다. 김은석 교수는 “소렌손 교수에 따르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여성이 선사 또는 역사시대에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다.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구석기시대를 설명하는 그림을 보면 남성은 사냥을 하고, 여성은 육아를 하는데 당시 성별 분업이 있었겠느냐”고 의문을 던졌다.

그는 아울러 “삼양동 선사유적의 주민 모형을 봐도 여성은 목걸이에 액세서리, 남성은 칼을 들고 있는데 이게 과연 청동기시대 모습인가”라며 “다른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남성문화 중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은석 교수는 “그동안 제주에서 발간된 여성사 관련 연구는 이런 점에서 적극적인 검토가 있어야 한다. 여성사가들은 역사 서술에 있어서 단지 여성을 다룬다고 해서 여성사는 아니라고 한다. 여성이 집필해야만 하는 것도 더더욱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여성이 역사에 종속되는 존재가 아니라 역사의 주체이기에 ‘제주여성사학회’를 검토해 볼 것도 제시했다.

한편 이날 박이은실 여성이론 편집주간이 ‘제주와 페미니즘-인지적 특권과 무지의 권력 그리고 퀴어’ 주제발표를, 문순덕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제주 여성생활문화사의 연구 동향과 전망’ 주제로, 김치완 제주대 교수가 ‘제주 여성 연구의 시선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종합토론은 박찬식 제주학연구센터장, 김명옥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소장, 윤용택 제주대 교수, 정광중 제주대 교수, 전영준 탐라문화연구소장 등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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