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무술 수련은 이기는 기술을 배우는 게 아니”
“무술 수련은 이기는 기술을 배우는 게 아니”
  • 문영찬
  • 승인 2017.11.23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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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찬의 무술 이야기] <3> 지켜야 할 것

내겐 고3 아들이 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16일 목요일 수능을 치르고 조금은 여유를 가져야 할 시간이다. 그런데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되었다.

여기저기서 혼란과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물론 나 또한 수험생 학부모이기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천재지변은 누구를 탓할 것도 없다. 포항 지역 이들에겐 불행이다. 항간에는 그 불행을 외면하면서 포항 수험생들 때문에 59만명의 수험생이 피해를 본다는 글들이 올라와 참 안타까웠다.

세월호 참사나 천안함 사태가 떠오른다. 많은 사람들은 소수의 사람들 때문에 피해를 본다는 이유를 대곤 한다. 소수는 다수에 희생되어야 하나.

국가나 조직이 소수를 지켜주지 못한다면 그 국가나 조직이 존재가치가 있을까? 개개의 국민이 버림을 받는다는 느낌이라면 그게 과연 국가인가.

엄마부대라고 일컫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자기 자식이 세월호에 갇혔더라도 자신들은 포기했을거라며 수색을 중단하라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과연 정상적인 모습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엄마이고 부모인지.

웃으면서 훈련하는 필자. 미디어제주
웃으면서 훈련하는 필자. ⓒ미디어제주

힘을 가졌다고 함부로 써서는 안된다. 힘을 어느 시기에 쓰고, 어떤 때 쓰느냐에 따라 힘의 가치는 달라진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인터뷰는 그런 의미에서 힘의 가치를 느낀다. 김부겸 정관은 “수능 수험생 59만명이 불편해도 6000명 버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 인터뷰 내용은 ‘힘과 권력은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출처 : 노컷 뉴스 www.nocutnews.co.kr/news/4880961)

세월호에서 보듯 각종 사고로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힘을 가지고 있는 국가가 단 한사람의 국민이라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일 때 모든 국민은 그 국가를 신뢰한다. 동맹국인 미국의 경우 자국민 보호를 위해 하는 행동을 보면 부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싸움은 지켜야 할 것이 있을 때 싸우는 것이다. 예전 스승이신 윤대현 선생이 미국에 지도하러 갔을 때 제자로 따라 나선 적이 있었다. 그때 윤대현 선생은 미국의 수련생들에게 “언제 싸워야 할까요?”라는 물음을 던졌다. 그 질문에 미국 수련생들은 “불의를 보면”, 혹은 “강도가 들면”, 또는 “누가 괴롭히면” 등등 여러 가지 답을 했다.

윤대현 선생은 그 자리에서 이런 답을 했다. “지켜야 할 것이 싸움보다 가치가 있다면 그때 싸우세요.”

그렇다. 무술은 어찌 보면 싸움에서 이기는, 또는 지지 않는 방법을 연구하고 훈련하는 도구이다. 더 싸움을 잘하기 위해, 또는 그저 강해지기 위해 배우고 훈련한다면 그것은 시장의 시정잡배와 하나 다를 것이 없다.

아이키도(合氣道) 수련을 하다보면 기술이 잘 풀리지 않을 때가 많다. 나보다 힘이 약한 여성이거나 어린아이에게는 쉬운 기술조차 잘 되지 않으며, 공격의 의사가 없는 사람과는 아이키도(合氣道) 훈련 자체가 잘 되지 않는다.

반면 힘이 세거나 정말 공격적으로 훈련을 해 주는 파트너에게는 짜고 하는 것처럼 기술이 잘 들어간다.

처음엔 몰랐다. 왜 기술이 잘 풀리지 않는 지에 대한 이유를 몰랐다. 수련 시간이 반복될수록 깨달아갔다. 아이키도는 나를 공격해 오는 사람마저 보호한다라는 윤리성이 무도 자체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러기에 나보다 약한 사람에게 사용하는 무술이 시현되지 않았다. 이렇듯 공격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사용되는 무술은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을까.

무술 수련을 통해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은 이기는 기술이 아닌, 무엇을 이기고 무엇을 지켜야 할 것인가를 깨닫는 것이다. 그 길을 아이키도를 통해 배우고 있다.

 

문영찬의 무술 이야기

문영찬 칼럼니스트

(사)대한합기도회 제주도지부장
제주오승도장 도장장
아이키도 국제 4단
고류 검술 교사 면허 소지 (천진정전 향취신도류_텐신쇼덴 가토리신토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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