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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프랑스영화제는 원도심의 ‘별’이라고 봐요”
“제주프랑스영화제는 원도심의 ‘별’이라고 봐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11.21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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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9> 원도심의 프랑스영화제

제주시 원도심 활성화시키려고 시작한지 올해로 8년째
성민정 운영팀장 “육지에서 보러오는 등 모든 영화 만석”
“원도심 행사는 굉장히 많지만…질 높은 행사 많아지기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유독 환상에 젖게 만드는 도시가 있다. 파리다. 가봐야 파리의 멋을 알지만 가보지 못한 이들에게, 파리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유혹을 뻗히는 손길이기도 하다. 그 때문일까. 프랑스 영화에 대한 애정을 가진 이들도 많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열리는 유일한 프랑스영화제는 제주도를 근거지로 한다. 올해로 8회째를 맞았다. 올해는 지난 11월 7일부터 12일까지 6일간 진행됐다. 6일간 4500명에 달하는 이들이 영화를 봤다고 한다. 적지 않은 숫자이다. 그 숫자는 그만큼 프랑스에 대해, 파리에 대한 그리움을 대변하는 건 아닐까.

그건 그렇고, 영화 이야기를 하려고 펜을 든 건 아니다. 제주프랑스영화제는 원도심을 근거로 한다는 점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왜 제주프랑스영화제는 원도심에서 진행할까. 2010년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원도심에서 프랑스영화제를 보여주고 있다. 이유는 있다.

제8회 제주프랑스영화제 고영림 집행위원장(왼쪽)과 영화제 사무국 성민정 운영팀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8회 제주프랑스영화제 고영림 집행위원장(왼쪽)과 영화제 사무국 성민정 운영팀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주프랑스영화제를 연 첫 해. 프랑스영화제 집행위원장인 고영림씨를 통해 이유를 들었다. 원도심을 살리겠다는 의지였다. 그 후로 7년이 흘렀다. 원도심은 예전 그대로일까.

올해 프랑스영화제의 실무를 맡았던 젊은이를 만날 수 있었다. 대학생인 성민정씨(제주대 음악학부 작곡전공 3)다. 성씨는 제주프랑스영화제 운영팀장을 맡아 분주히 오갔다. 그는 한마디로 말한다. “도시재생이어야 하는데, 신생이다”고.

“원도심에 살고 있어요. 전엔 집에서 바다가 보였는데 탑동에 고층호텔을 세우는 바람에 이젠 호텔밖엔 보이지 않아요. 원도심 재생을 꺼내지만 신생이어서는 안되잖아요.”

성민정씨는 6년 전 원도심에 정착했다. 고등학교를 다닌 때 원도심으로 이사를 했기 때문이다. 사실 원도심도 몰랐고, 원도심에 대한 관심도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그에겐 통학길에 시장을 지나야했고, 때문에 강렬한 비린내에 대한 기억이 더 강하다. 그러던 그가 프랑스영화제 때문에 원도심에 관여를 해버렸다.

제8회 제주프랑스영화에서 운영팀장을 맡았던 성민정씨가 활짝 웃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8회 제주프랑스영화에서 운영팀장을 맡았던 성민정씨가 활짝 웃고 있다. ⓒ미디어제주

“3년 전 대학 수업으로 ‘프랑스문화의 이해’라는 강좌를 들으면서 프랑스영화제를 알게 됐고, 영화가 너무 재밌길래 영화를 더 보려고 영화제 집행위원회에 들어오게 됐어요. 막상 들어오니 영화를 보는 것보다 스탭 역할이 더 강했지만요.”

성민정씨는 프랑스영화에 끌려 프랑스영화제에 참여하게 된 셈이다.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원도심에 대한 더 강한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 또한 원도심에 사는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에 더 그럴지도 모른다. 그가 바라본 프랑스영화제는 뭘까. 그는 ‘별’이라는 단어를 끄집어냈다.

“원도심에서 열리는 제주프랑스영화제는 별입니다. 8회째를 하면서 많은 관객을 끌어 모으고, 영화를 보러 오는 이들의 연령대도 다양해요. 저와 같은 20대 초반도 있고, 30대와 40대도 있어요. 50대 이상도 많아요. 육지에서도 제주프랑스영화제를 보러 일부러 오기도 해요. 이렇게 사람을 끌어 모으는 힘은 뭘까요. 그게 바로 별이니까요.”

별? 하늘에 있는 수많은 별은 밤일 때 더 빛난다. 빛이 없으면 더 빛난다. 원도심을 찾는 이들에겐 그야말로 프랑스영화제가 어두운 밤길에 친근한 별과 같다고 해야 하나. 성민정씨는 별에 대한 이야기를 더 이어갔다.

“프랑스영화제를 보러 사람들이 원도심으로 오게 되죠. 오는 중간중간에 원도심의 다양한 모습을 보게 됩니다. 영화를 기다리면서도 원도심을 둘러보는 이들도 있죠. 프랑스영화제는 별을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위성도 보게 해주고, 저 행성은 어떨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만드는 그런 존재랍니다.”

성민정 운영팀장이 영화제 책자를 보여주며 자신의 역할을 설명했다. 미디어제주
성민정 운영팀장이 영화제 책자를 보여주며 자신의 역할을 설명했다. ⓒ미디어제주

올해 제주프랑스영화제는 씨네토크를 포함해 모두 41차례 상영됐다. 모든 상영관은 만석이었다. 당연히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성민정씨는 그런 이들을 보며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이 정도라면 ‘성공’이라는 단어를 붙일만하다. 제주프랑스영화제 입장에서는 성공이다. 하지만 원도심 입장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제주프랑스영화제와 같은 콘텐츠 확보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도심에서 축제는 많이 열려요. 음악회나 축제는 굉장히 많은데, 좀 더 알맹이 있는 질 높은 행사들이 열렸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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