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놀이공간은 마을도 살려낸다
좋은 놀이공간은 마을도 살려낸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11.21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놀이공간이 우선이다] <15>제주지역의 과제 ➀

젊은 층 유입-녹지 확보 ‘두마리 토끼’
인구 노령화 제주 구도심 대책 될수도
놀이터에 ‘활동가, 지킴이’ 배치 추세
아이들 안전 보호로 어른들 부담해소

앞서 열네 번의 연재를 통해 우리는 국내·외 여러 놀이터들을 소개했다. 이들의 공통점을 살펴 제주지역에 접목 가능한 부분을 고민해본다. <편집자주>

# 도전, 모험, 상상으로 아이들의 심장을 뛰게 하라

지난 8월 국내·외 사례로 가장 먼저 소개한 곳은 전남 순천의 ‘기적의 놀이터’였다.

순천은 10호 개설을 목표로 지난여름 두 번째 공간의 문을 열었다. 1호 놀이터(‘엉뚱발뚱’ 기적의 놀이터)가 경사 지형에 물과 돌·모래·통나무 등 자연적 놀이재료를 담았다면, 2호는 스페이스 네트·워터 슬라이드·잔디 미끄럼틀·바구니 그네 등 도전과 모험정신을 기를 수 있는 놀이시설을 채워 넣었다. 강원도 주문진에서 공수해왔다는 모래는 놀이터 전체를 1m 깊이로 덮었다. 파고 또 파도 바닥이 안 보이는 모래사장에서 아이들은 집을 만들고 발도 묻는다.

제2호 순천시 기적의 놀이터 개장식 모습. 사진=순천시 제공
제2호 순천시 기적의 놀이터 개장식 모습. 사진=순천시 제공
서울시 도봉구의 뚝딱뚝딱모험놀이터 입구. 미디어제주
서울시 도봉구의 뚝딱뚝딱모험놀이터 입구. ⓒ미디어제주

서울시와 도봉구는 서울시 1호 ‘모험놀이터’(‘뚝딱뚝딱 놀이터’)를 개장했다. 녹음이 푸른 도봉구 초안산 기슭이었다. 기존 자연지형을 살리고, 2층높이의 나무 집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동화 속에나 나올 듯한 나무집에 들어가기 위해 높은 밧줄 사다리를 오르거나 흔들거리는 그물 사다리를 건너야 한다. 이 과정을 해낼 수 있는 아이들만 ‘오소록한 아지트’에 들어갈 자격을 얻는 것이다. 물이 흐르고, 흙이 있고, 계절마다 다른 공기와 풍경이 있는 곳, 울창한 잎이 하늘을 뒤덮어 한여름에도 아이들이 놀기에 제격이다.

# 엄마들의 힘이 시발이 되다

일본 도쿄에서는 플레이파크로 통용되는 ‘모험놀이터’를 찾았다. 들어선 위치는 달랐지만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을 부모들이 직접 고민하고 연대의 방식으로 대안을 찾아 나선 사례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대표적인 부자동네 시부야의 ‘하루노오가와 플레이파크’의 경우도 13년 전 ‘시부야에서 놀 수 있는 곳을 생각하는 모임’이 중추가 됐다. 이웃 마을 놀이터로 가야하는 번거로움에 엄마들이 공감하면서 플레이파크 조성 움직임이 일었다. 엄마들의 바람은 10년간 투쟁으로 이어졌다. 그 무렵 주5일제 수업이 도입되면서 토요일에 어린이들이 갈 곳이 시급했고, 구청장 선거에서 필요성을 이해하는 후보가 도움을 주면서 실현됐다.

신주쿠 도심 공원 안에 있는 ‘토야마 플레이파크’도 엄마들의 힘이 주효했다. 18년 전, 아이들이 더 즐겁게 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시작됐다. 토야마 공원에 모험놀이터가 안착한 것은 12년 전. 행정을 설득한 끝에 도쿄 건설국으로부터 사용허가를 받았다. 운영 비용은 회원 회비로 충당한다.

# 우연히 혹은 계획적으로도

‘하루노오가와 플레이파크’와 ‘토야마 플레이파크’가 엄마들의 연대로 만들어진 곳이라면, ‘네리마구 어린이숲’과 ‘세타가야구의 뎃토히로바’는 우연히 혹은 계획적으로 들어섰다.

일본 도쿄의 네리마구에 있는 플레이파크. 네리마구청이 직접 어린숲을 조성하며 만들었다. 걸려 있는 장화는 여기에 온 어린이들이 어떻게 노는지를 보여준다. 미디어제주
일본 도쿄의 네리마구에 있는 플레이파크. 네리마구청이 직접 어린숲을 조성하며 만들었다. 걸려 있는 장화는 여기에 온 어린이들이 어떻게 노는지를 보여준다. ⓒ미디어제주

네리마구 어린이숲은 네리마구청이 관여해 만들었다. 녹지율이 1971년 40.8%에서 2001년 20.9%로 급격히 줄자 네리마구청은 녹지 늘리기 사업을 추진한다. 어린이숲은 그 일환이다. 일본에서 녹지는 지역의 부와 경쟁력을 나타내는 척도다. 때문에 일본 지자체들은 녹지율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더불어 일본 지자체들이 가장 탐내는 계층이 어린아이가 있는 30대 가족이다. 네리마구는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모험놀이터를 개설, 젊은 층 유입과 녹지 지키기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 노력하고 있다. 인구 유출과 노령화로 고민이 많은 제주의 구도심에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세타가야구의 뎃토히로바’는 마을에 고층 공동주택이 건립되는 것을 반대한 어느 부호가 땅과 건물을 기부채납하면서 만들어진 공간이다. 드문 사례이지만, 이 것 역시 마을의 장기적인 삶의 질을 생각할 때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어떤 새로운 부가가치를 갖는 지 고민하게 한다. 지금은 비영리법인이 운영을 맡아 아이들에게 놀 공간을, 엄마들에게는 정보공유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 놀이터를 지키는 사람들도 필요해

위에 소개한 놀이터들에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놀이터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이른 바 ‘활동가’ ‘지킴이’ ‘플레이리더’로 불리는 이들이다.

일본 신주쿠에 있는 토야마 플레이파크 운영진과 플레이리더들. 미디어제주
일본 신주쿠에 있는 토야마 플레이파크 운영진과 플레이리더들. ⓒ미디어제주

모험놀이터란 기본적으로 아이들에게 다양한 놀이 활동을 허용한다. 불을 피우거나 망치질을 하거나 나무에 오를 수 있다. 이럴 때 아이들의 최소한의 안전을 지켜주는 사람이 바로 이들이다.

참고로 일본모험놀이터만들기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모험놀이터 가운데 67.5%에 플레이리더가 있다. 물론 이들의 참여 형태는 다양하다. 돈은 받지만 급여형태가 아닌 경우(31.5%), 자원봉사(27.6%), 직업으로 선택(22.8%), 아르바이트(18.1%) 등이다.

전남 순천의 기적의 놀이터에도 활동가와 지킴이가 있다. 활동가는 오후 1~8시 놀이터에 상주하며 놀이를 어떻게 하면 즐길 수 있는 지 알려준다. 놀이터의 변화를 주도하는 이들이 활동가인 셈이다. 오후 2~5시에 놀이터에서 만날 수 있는 지킴이는 아이들이 놀면서 다치는 일이 없는지 멀리서 관찰한다. 2인 1조로 놀이터를 돌본다. 퇴직한 이들을 위한 일자리도 되고 있다.

서울시 도봉구의 뚝딱뚝딱모험놀이터에도 매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놀이전문가와 자원봉사자가 배치된다.

지킴이, 놀이전문가, 활동가, 플레이리더로 불리는 이들은, 잘 노는 것 같지만 잘 놀지 못 하는 아이들에게 신나게 놀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다쳤을 때 응급조치를 해줌으로써 아이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준 어른들의 부담까지 줄여주고 있다. <글·사진=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