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3 18:27 (화)
무엇을 이겨야 할 것인가?
무엇을 이겨야 할 것인가?
  • 문영찬
  • 승인 2017.11.20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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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찬의 무술 이야기] <2> 아이키도를 하는 이유

나는 현재 일본 무술인 아이키도(合氣道)를 수련하고 있다. 이전 글에도 썼듯이 아이키도를 시작하기 전 타격기 계통의 무술을 15년 정도 수련했다.

아이키도를 배우기 위해 서울 본부도장에 첫 방문했을 때 내 파트너는 여성이었다. 타격기 계통의 무술 경력이 있었던 나는 “여성 정도면 힘으로라도 되겠지”라는 마음에 가볍게 시작을 하였지만 결과는 비참했다.

국내 알려진 합기도 또한 꽤 오랜 시간 수련했고, 합기도와 비슷한 형태라 자신 있었지만 그 여성을 상대로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첫 수련은 그렇게 끝났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 자괴감에 멍하니 계단에 앉아 있었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보니 그 여성은 본부도장 선생님의 부인이셨고 물론 지금도 수련을 하고 계신다.

어릴 적 나는 몸집이 매우 작고 힘이 없었으며 매우 약했다. 성격 또한 소심하고 여린 편이라 눈물이 많았고 동급생들에게 놀림도 많이 받았다. 이런 내 모습이 싫어서 운동, 특히 무술 쪽에 많은 관심을 보였고, 영화에서 보이는 그런 모습을 동경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중학교 3학년부터 무술에 뛰어들었고, 학교 가는 것보다 체육관에 나가 운동하는 걸 더 좋아해서 어머님으로부터 꾸중을 듣기도 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자 대학도 포기하고 하루 종일 체육관에 매달렸다. 그때는 목표가 그저 “남보다 강해지고 싶다”였던 것 같다.

키가 작고 힘이 없었던 나는 별 지식이 없이 그저 영화에서 보이는 대로 주먹이나 다리 등을 단련, 주먹 뼈가 으스러지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군대 또한 강해지고 싶은 목표로 특전사에 지원했다. 전역 후에도 그 목표는 변하지 않고 태권도 사범을 하며 스스로를 괴롭혔다.

아이키도를 접한 건 나이 서른이 되어서다. 이후 무술을 접고 강함의 기준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제껏 내가 알고 있던 강함은 단단함이 아닌 딱딱함이었다. 진정한 강함은 딱딱함이 아닌 단단함이라는 것을 아이키도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렇게 아이키도를 만나고 나서 15년이나 수련했던 타격계의 무술을 접고 다시 흰띠부터 시작했다. 지금은 4단으로 승단, 일본 치바현의 무형문화재이며, 고류검술인 텐신쇼덴 가토리신토류의 교사면허를 사사받을 수 있었다.

물론 좋은 스승을 만나고 좋은 도우들과 함께 하였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제주도에서만 아이키도 입회원수가 200명을 넘고, 전국적으로는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아이키도를 접하고 있다.

제주도지부에 처음 입회하여 아이키도를 만난 사람들은 이런다.

“무술이 너무 좋고 멋있어서 평생 해야죠.”

“이렇게 좋은 것을 왜 이제야 만나게 되었는지 후회스럽군요.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평생하렵니다.”

이처럼 말은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꾸준히 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어쩌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의 무술은 4단으로 승단하려면 매일 수련을 하더라도 10년에서 15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아이키도 또한 별반 차이가 없다.

자신이 속한 도장의 사범 및 지도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주면서 평생 할 것처럼 얘기하며 초단을 추천 받고, 자신이 목표로 한 검정띠를 받으면 갑자기 없던 일들이 생기고 바빠지기 시작한다.

평생한다고 큰소리 뻥뻥치던 사람들이 이제 겨우 초단을 받고 나면 수련을 등한 시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들의 목표는 단지 검정띠였던 것 같다.

선생님께서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초단은 2단을 승단할 사람들을 추천하며 3단 및 4단은 평생 할 사람을 추천하는 것이다.” 선생님이 왜 그렇게 강조하셨는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내가 수련하는 도장은 ‘제주오승(吾勝)도장’이다. 오승도장은 이름처럼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은 남이 아닌 나 자신인 것이다.

노스승처럼 70세, 80세가 되어서도 도복을 입고 젊은 학생들과 무술을 나누고 수련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나와 싸워야 한다. 어렵고 힘든 길이다. 그러기에 목표가 되고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

강자는 무엇을 이겨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답은 누구나가 다 알고 있으리라 본다. 남을 무조건 이기려 하기 보다는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 그 모습이 진정 강자의 모습이 아닐까?

 

문영찬의 무술 이야기

문영찬 칼럼니스트

(사)대한합기도회 제주도지부장
제주오승도장 도장장
아이키도 국제 4단
고류 검술 교사 면허 소지 (천진정전 향취신도류_텐신쇼덴 가토리신토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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