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위원장 “여기서 물러서면 고향 떠나 난민 신세” 강경입장 고수
강 주교 “국책사업 일방적 결정 후에 주민 설득하는 것 맞지 않아”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가 31일째 제주도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김경배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 부위원장을 만나 단식을 중단해줄 것을 호소했다.
강우일 주교는 9일 오후 5시20분께 도청 앞 천막농성장을 찾았다.
지난달 26일 교구청 집무실에서 김 부위원장과 면담을 가진 후 2주만에 다시 그를 만난 강 주교는 손을 잡고 “지난번에 만났을 때보다 몰라보게 야윈 것 같다”면서 “싸움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연대해서 함께 하는 거다. 함께 하는 동료들을 생각해서라도 단식을 중단하고 몸을 추슬러야 한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이제 충분히 도민들의 고통을 혼자 온 몸으로 버텨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면서 “주민들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라도 일어나셔야 한다”고 거듭 단식을 끝내고 건강을 챙겨줄 것을 권유했다.
특히 그는 “더 이상 단식을 진행한다면 회복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면서 “이제는 단식을 그만두더라도 혼자 보식을 하면서 회복할 수 없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김 부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살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김 부위원장은 “지금 고향을 떠나야 하느냐 하는 중대기로에 있다”면서 “여기서 물러선다면 고향을 떠나 난민 신세가 될 거다. 원희룡 지사가 지사로서의 직무를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강원보 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도 “180㎝ 키에 80㎏이었는데 지금 63㎏까지 체중이 줄었다”면서 “저도 이제는 병원에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계속 얘기하는데도 끝까지 버티겠다는 김 부위원장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김 부위원장을 위해 기도를 한 후 천막을 나온 강 주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주민들의 입장이나 얘기를 듣기도 전에 결정해놓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면서 주민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를 발표하면서 주민들을 위한 대토 방안을 제시한 것을 두고 “이 분들에게는 보상이 문제가 아니라 삶의 터전을 뺏기지 않겠다는 거다. 공권력이라고 해도 이걸 박탈할 수 있는 권리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국가 정책이라는 미명 하에 밀고 가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본인 국민들의 기본 인권과 생존권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제주해군기지 공사 강행으로 산산조각이 나버린 강정마을의 예를 들어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강행한다면 엄청난 저항에 부딪치는 것은 물론 후대에 가서 큰 후회를 하게 될 것”이라고 심각한 우려 입장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