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원의 혈세를 투입해 옛길을 조성한다고요?
10억원의 혈세를 투입해 옛길을 조성한다고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11.09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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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옛길 조성’에 꽂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들
‘옛길 조성 등에 관한 조례안’ 도의회 정례회서 다뤄질 예정
‘지역주민 주체’는 빠지고 도민세금을 위탁 운영하도록 만들어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욕심이 너무 많다. 뭔가를 하고자 하는 욕망을 넘어, 남의 것까지 뺏으려는 탐욕에까지 이르고 있는 게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제주이다. 제주도는 누구나 꿈꾸는 ‘욕망의 섬’이면 좋으련만, 요즘은 아쉽게도 ‘탐욕의 섬’이 되고 있다.

공자의 말을 빌린다면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고 했다. 너무 욕심을 내지 말라는 뜻이다. 욕심은 자칫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다. 좀 엉뚱한 얘기일 수 있으나 철책선이 있는 전방엔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는 문구가 정말 있다. 공자의 말씀을 이해해서 붙인 건 아니다. 자칫 철책을 넘을 경우 지뢰밭에 목숨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길은 다양하다. 수많은 차량이 오고가는 대로가 있고, 아주 작은 소로도 있다. 나 혼자만 걷고 싶은 길도 있다. 내 마음의 길도 있다. 그런데 요즘은 길을 만드느라 난리법석이다. 올레길, 둘레길, 무슨 무슨 순례길…. 안 그래도 새주소에 엉뚱한 길 이름을 붙이는 바람에 지역이 엉망이 된 상태인데, 무슨 길은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길에 이름만 붙이면 좋은 줄 아는 모양인데, 착각을 하며 살지 말라. 우리가 ‘길 공화국’에 살고 있나.

다가올 제주도의회 정례회에서 통과될 '제주특별자치도 옛길 조성 등에 관한 조례안'. 옛길이 조성되면 누군가에게 위탁을 주도록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다가올 제주도의회 정례회에서 통과될 '제주특별자치도 옛길 조성 등에 관한 조례안'. 옛길이 조성되면 누군가에게 위탁을 주도록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전에 문제가 됐던 ‘제주특별자치도 옛길 조성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안’이 또다시 제주도의회에 상정될 모양이다. 의원 입법 발의니까 통과가 될 건 100% 뻔하다. 조만간 열릴 제주도의회 정례회에서 다뤄진다.

지난 9월 입법예고를 거친 조례안은 옛길을 관광자원으로 조성한다는 반대의견이 접수되면서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는 옛길 운영으로 자구를 수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건 말 뿐이다. 옛길을 조성해서 위탁 운영을 줄 모양이다. 조례안은 ‘옛길조성심의위원회’를 꾸리도록 돼 있고, 위원회는 옛길 위탁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도록 만들어두고 있다.

조례안은 지역주민을 강조한다고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조례안을 들여다보면 ‘지역주민 주체’라는 말은 없다. 정말 꼼꼼하게 조례안 제목부터 제1호 목적, 부칙까지 꼼꼼히 읽어봤다. 죄송하게도 ‘지역주민 주체’라는 말은 없다. 무슨 말이냐면 옛길을 만들어 어떤 단체에 주겠다는 말이다. 어떤 단체인지는 모르겠다. 조례안은 옛길의 관리를 위해 기관이나 단체에 위탁할 수 있다는 조항도 들어 있다.

옛길 조성에 5년간 도민 혈세 10억5000만원이 투입된다. 미디어제주
옛길 조성에 5년간 도민 혈세 10억5000만원이 투입된다. ⓒ미디어제주

 

옛길에 투입될 돈은 얼마나 될까. 조례안이 통과되면 내년 한해 2억5000만원의 도비가 들어간다. 도비는 도민들이 낸 세금이다. 2019년은 3억원이 투입된다. 2022년까지 5년간 10억5000만원이 들어가는 사업이 바로 옛길 조성이다. 다시 말하지만 10억5000만원은 국비는 전혀 없는 100% 도비이다. 제주도민들이 낸 세금이라는 말이다. 그걸 누구에게 위탁을 줘서 돈을 주겠다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욕심 내지 말라. 공자의 말씀이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는 건 억지로 행하지 말라는 말씀이다. 10억원에 욕심을 내다가 자칫 내가 사랑하는 길이, 내 마음 속의 길이 엉망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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