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남양군도 ‘조선인’의 이야기
끝내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남양군도 ‘조선인’의 이야기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7.11.0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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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조성윤 교수, ‘남양 섬에서 살다 - 조선인 마쓰모토의 회고록’ 출간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남양군도(南洋群島). 일본어로 ‘난요군토(なんようぐんとう)’라고 불려지는 이 곳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 태평양 전쟁 때까지 일본 제국의 지배 하에 있던 미크로네시아의 섬들이다.

일제 강점기 당시 비행장 건설과 사탕수수 재배를 위해 강제동원됐던 한인 노무자들이 태평양전쟁 발발 이후 총알받이와 자살 테러, 굶주림 등으로 희생된 곳이기도 하다.

지난 2010년 ‘일제 강점 하 강재동원 피해 진상규명위원회’의 발표 결과를 보면 당시 남양군도에 간 ‘조선인’은 5000명 이상이며,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시작된 태평양전쟁 이후 징용자의 60%가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남양군도에서 전쟁을 겪으면서 살아낸 조선인 전경운씨의 ‘남양 섬에서 살다 - 조선인 마쓰모토의 회고록’이 출간됐다.

제주대 조성윤 교수가 그의 회고록을 입수해 책으로 엮어낸 이 책은 1915년생인 전경운이 스물다섯살이 되던 1939년 사이판 섬으로 간 뒤 ‘일본 회사에 입사한 조선인이면서 야자 농장에서 일하는 원주민 인부들에게는 일본인 관리자로서’ 살다가 종전 후에도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숨지기 전에 남긴 자신의 이야기다.

전쟁이 끝난 후 미군으로부터 일본인이 아니라 ‘조선인’으로 분류된 그는 돌아가지 못하게 된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의 자세로 자신의 지난 삶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그가 볼펜으로 쓴 뒤 여러 번 복사해 묶어낸 회고록은 이후 한국의 방송과 역사가들을 통해 전해졌고, 티니언섬에도 일부 지인들에게 남아 있다가 조성윤 교수가 그의 회고록을 찾아 내용을 편집해 ‘남양 섬에서 살다 - 조선인 마쓰모토의 회고록’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일제 강점기를 살았던 조선인 한 사람의 이야기지만 이 책은 그가 쓴 회고록의 사소한 장면들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노동자들의 임금이나 물가, 일본군과 일본 회사의 경영 행태, 남양군도에 가게 된 조선인들과 모집책, 남양군도에 살던 현지 주민의 삶의 모습 등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제주대 조성윤 교수. ⓒ 미디어제주
제주대 조성윤 교수. ⓒ 미디어제주

자신의 개인사를 통해 직접 보고 느낀 당시 남양군도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일제 강점기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조선인’ 신분으로 겪어야 했던 그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나 인간적인 모습 등을 엿볼 수 있다.

책을 엮어낸 조성윤 교수는 <제주지역 민간신앙의 구조와 변용>(공저), <일제 말기 제주도 일본인 연구>, <빼앗긴 시대 빼앗긴 시절 : 제주도 민중들의 이야기>(공저) 등 저서가 있다.

2014년 이후 ‘오키나와 전쟁의 기억’, ‘남양군도’, ‘일본 신종교의 평화운동’ 등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최근에는 ‘제주‧오키나와학회’ 창립을 주도, 초대 회장을 맡아 제주와 오키나와간 학술 연구 교류를 위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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