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처럼 오래된 건축 부재 활용할 방법을 찾읍시다”
“서울처럼 오래된 건축 부재 활용할 방법을 찾읍시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11.08 0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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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8> 사라져가는 건축 부재

기억의 산물인 대산상회 철문 열리며 리모델링
오랜 부재는 개축이나 신축을 거치며 매립장行
서울 종로구는 ‘한옥자재은행’ 만들어 재활용
대산상점의 문이 닫힌 2010년 12월 10일 일력이 그 시점을 보여준다. 오른쪽 사진은 대산상점의 전신인 대산상회 간판이다. 미디어제주
대산상점의 문이 닫힌 2010년 12월 10일 일력이 그 시점을 보여준다. 오른쪽 사진은 대산상점의 전신인 대산상회 간판이다.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멈춘 시각은 2010년 12월 11일이다. 그 후로 7년이 흘렀다. 굳게 닫혀 있던 철문이 열렸다. 대산상점 이야기다. 대산상점은 제주시 원도심을 살았던 이라면, 굳이 원도심에 살지 않더라도 2010년 12월 11일 이전에 이곳을 들를 정도의 사람이라면 어떤 의미인지를 안다.

대산(大山)이라는 이름에서 오래된 이미지가 느껴진다. ‘대산’을 일본어로는 ‘오야마’라고 부른다. 그렇다. 대산상점의 시작은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다.

대산상점은 제주에서 근대적 상권이 가장 이른 시기에 발달한 칠성골에 위치해 있다. 당시는 대산상회라고 불렸다. 각종 지물류를 판매하고, 석유와 잡화 등도 이곳을 통해 공급됐다.

7년간 닫힌 철문이 열린 이유는 대산상점의 영업을 재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너무 오랜기간 문을 닫고 있자 행정에서가 보기 흉하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마침 대산상점을 빌려서 쓰겠다는 이도 나왔다. 10월초부터 내부를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철문을 열고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가기 직전의 대산상점 내부 모습. 미디어제주
철문을 열고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가기 직전의 대산상점 내부 모습. ⓒ미디어제주

 

시간이 흐르면 변하기 마련이다. 원도심의 역사를 간직한 대산상점, 아니 대산상회의 기억도 언젠가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집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내부를 수리하게 되면 당연히 예전에 집을 지탱했던 부재들을 끄집어내고 새로운 건축자재가 도입될 수밖에 없다. 그 얘기를 해보겠다.

건축에서의 리모델링은 기존 부재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새로운 걸 입히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귀찮다는 이유로, 옛 것이라는 이유로 골조만 놔두고 싹 바꾸는 게 더 많다. 대산상점이 어떤 모습으로 새로 등장할지 모르지만, 기억은 한순간 날아가는 것임을 일깨워줄 뿐이다.

오래된 기억을 억지로 남기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좀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기억을 가진 부재를 살릴 방법은 없을까에 있다. 예전 건축재료는 전부 나무다. 나무는 재활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리모델링을 하면서 뜯겨나간 나무는 사람의 손을 거쳐 재탄생하기도 하지만, 매립장으로 가서 불태워질 가능성이 짙다. 결국은 기억을 지닌 나무라는 부재는 기억을 소멸하고 만다. 우리의 기억과 함께.

대산상점을 비롯, 원도심에 있는 수많은 건물들은 증축하거나 개축을 하며, 혹은 아예 헐리면서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앞으로 그런 건축물도 수없이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재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서울시 종로구는 ‘한옥 철거자재 재활용은행’이라는 이색적인 사업을 하고 있다. 종로구가 직접 운영하지는 않고, 전문인들에게 위탁을 줘서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한옥을 전문적으로 수리하고 설계하는 사회적기업에 위탁을 주고 있으며, 사회적기업들이 모여서 협동조합을 꾸려 좀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한옥 철거자재 재활용은행은 말 그대로 한옥에 쓰일 부재가 있는 창고이다. 종로구는 북촌한옥마을이 있기에 여느 곳에 비해 한옥 자재를 재활용해야 한다는 욕구가 강했다. 한옥자재은행이 있기 전에는 북촌한옥마을에서 나온 부재가 어떻게 쓰였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한옥자재은행이 만들어지면서 한옥을 개보수할 때 쓰였던 부재는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한옥자재은행은 80평 규모로, 북촌한옥마을에서 나오는 부재들을 다 소화하기에 부족하다고 한다. 목재 부재와 함께 기와나 돌도 한옥자재은행에 쌓인다. 한옥자재은행은 다양한 용도로 팔려나간다. 물론 재활용 효과가 크다. 장남경 문화재청 사회적기업협의회장 이야기를 들어보자.

장남경 문화재청 사회적기업협의회장이 한옥 부재를 재활용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장남경 문화재청 사회적기업협의회장이 한옥 부재를 재활용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에 위치한 한옥 철거자재 재활용은행 내부 모습. 미디어제주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에 위치한 한옥 철거자재 재활용은행 내부 모습. ⓒ미디어제주

 

“점차 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오래된 부재 역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엄청 비싸거든요. 종로구에서만 소비를 하려는 이들에게 좀 더 싼 값에 보급해주고 있어요. 문짝이 가장 인기가 있죠.”

오랜 자재는 변형이 일어나지 않는다. 150년을 넘은 자재들도 한옥자재은행에 쌓여 있다. 종로구는 한옥자재은행에 있는 자재를 활용, 정자를 만들거나 길거리 의자 등으로 쓸 계획도 잡고 있다. 당연히 오랜 부재를 사용하게 되면 이야깃거리가 의자나 정자에 실리게 된다.

제주의 도심에 있는 건축물도 헐릴 운명이라면 한옥자재은행의 형태를 닮은 창고라도 만들었으면 어떨까 싶다. 오래된 부재를 불태워서 사라지게 만들게 아니라, 오랜 부재를 사용하고 싶은 이들에게 공급을 해주고, 종로구청처럼 부재가 살아서 움직이는 날도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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