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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의 보여주기식 문화재 행사는 언제까지 하려나
행정의 보여주기식 문화재 행사는 언제까지 하려나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11.06 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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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한마당 허와 실] <1> 문화재 위원도 모르는 행사

제주목관아에서 지난 4일과 5일 이틀간 ‘2017 제주무형문화재 한마당’이 펼쳐졌다. 지난해와 명칭은 달라졌으나 올해로 2회째가 된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2억원씩의 예산이 투입됐다. 과연 누구를 행사였는지 2회에 걸쳐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국가사적지인 제주목관아에서 진행하며 반쪽 행사에 그쳐
“문화재들끼리 무형문화재가 무슨 원숭이냐는 이야기도 한다”
이틀 가운데 하루는 제주무형문화재와 관계없어 예산만 낭비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2017 제주무형문화재 한마당은 ‘소박하고 특별한 삶, 일상의 예술’을 주제로 제시했다. 제주도내 무형문화재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예술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형문화재가 제대로 전수되고 보존되는 게 원칙이다.

지난 4일과 5일 이틀간 제주목관아에서 2017 제주무형문화재 한마당이 펼쳐졌다. 미디어제주
지난 4일과 5일 이틀간 제주목관아에서 2017 제주무형문화재 한마당이 펼쳐졌다. ⓒ미디어제주

 

무형문화재 전수는 문화재로 활동하는 이들의 삶이 안정돼야 하는 건 물론이다. 그들의 삶이 안정되면 더 나은 예술활동을 펼치게 된다. 무형문화재 한마당은 그렇게 만들겠다는 행위로 받아들일 수 있다.

무형문화재를 위한 행사를 여는 게 나쁜 건 아니다. 그들이 마음껏 활동할 장소가 있는 건 좋다. 문제는 1회성 예술이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특히 행정이 원하는 식의 “행사를 열었다”는 보여주기 활동은 경계의 대상이다.

행사는 이틀을 잡았으나 무형문화재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첫날인 4일은 제주도내 무형문화재와는 전혀 관계없는 축하마당이 열리면서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됐다.

제주도내 무형문화재들을 불러 모아 간담회도 가졌다고 한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이들은 대부분 입을 닫았다고 한다. ‘할 말을 해보라’고 하지만 “어느 누가 쉽게 입을 떼느냐”는 거였다. 대신 기자에겐 “무형문화재가 무슨 원숭이냐는 이야기를 하는 문화재도 있다”고 전했다. 불만은 있으나 그걸 제대로 털어놓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틀째인 5일은 시연 행사가 본격 진행됐다. 오전 10시와 오후 2시, 4시 등 세차례 이뤄졌다. 오전엔 참석자가 없어서 문화재들끼리 놀았다는 이야기도 기자에게 전해줬다. 오후에는 그나마 참가자들이 등장하며 문화재들을 위안해주기는 했다.

하지만 무형문화재의 활동을 제대로 들여다보기엔 한계가 있는 행사이다. 행사도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진행하도록 했다. 2억원의 행사이지만 실제 문화재에게 돌아간 돈은 5000만원이란다.

2017 제주무형문화재 한마당은 이틀 일정이지만 첫날은 제주도내 무형문화재와는 전혀 관계없는 행사가 열리며 예산만 낭비했다. 미디어제주
2017 제주무형문화재 한마당은 이틀 일정이지만 첫날은 제주도내 무형문화재와는 전혀 관계없는 행사가 열리며 예산만 낭비했다. ⓒ미디어제주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은 사적지라는 장소 문제 때문에 당초 장소에서 치르지 못하고 목관아 밖으로 옮겨야 했다. 미디어제주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은 사적지라는 장소 문제 때문에 당초 장소에서 치르지 못하고 목관아 밖으로 옮겨야 했다. ⓒ미디어제주

 

장소도 문제가 있다. 목관아는 국가사적지다. 불을 피울 수도 없고, 사적지내에서 음주행위를 할 수도 없다. 때문에 불을 써야 하는 불미공예는 아예 배제됐다. 당초 고소리술과 오메기술 음주시연은 목관아내 귤림당과 망경루 1층에서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부랴부랴 수정, 목관아 밖으로 내쳐야 했다.

일부 문화재는 문화재 시연보다는 마치 상행위를 하러 온 것은 아닌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들기도 했다.

오히려 문화재들은 탐라문화제 때 장시간을 투입해 시연을 하도록 해주거나, 문화재별 행사 때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를 전했다. 그것도 안된다면 재료비를 지원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설명이다.

더 웃긴 건 무형문화재 한마당이 열리는 걸 제주도문화재위원들이 행사 하루 전에야 통보받았다는 점이다. 무형문화재를 직접 찾아보고 제대로 전수되는지 들여다보는 문화재위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문화재위원들이 지난 3일 받은 문자는 이렇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무형문화재 재현행사가 11월 5일 10시부터 목관아에서 열림을 알려드립니다. 11월 4일 오후 5시에는 축하공연도 있습니다.”

문화재 위원들은 축제만 하나 더 늘어난 꼴이다고 한다. 문화재는 여느 예술행위와는 다르다. 전통이 담겨 있기에 보전이 우선돼야 한다. 보전도 되고, 그들의 삶을 대중들에게 제대로 인식된다면 모르지만 이번 제주무형문화재 한마당은 한마디로 ‘미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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