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04 (금)
“전쟁‧학살 겪은 제주와 오키나와가 함께 만드는 미래는?”
“전쟁‧학살 겪은 제주와 오키나와가 함께 만드는 미래는?”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7.11.04 2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오키나와학회 4일 창립총회 갖고 공식 출범
초대 회장에 조성윤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 선출
8시간 이어진 국제학술회의, 학회 출범으로 결실
“우리 미래의 꿈 자유롭게 토론하는 장이 되기를”
제주‧오키나와 학회 창립대회를 겸한 국제학술회의 참가자들이 창립총회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오키나와 학회 창립대회를 겸한 국제학술회의 참가자들이 창립총회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주도와 일본 오키나와 관련 학술연구와 교류를 도모하기 위한 제주‧오키나와 학회가 창립됐다.

제주‧오키나와학회는 4일 제주대 인문대학 2호관 진앙현석관에서 ‘제주와 오키나와가 함께 만드는 미래’라는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가진 데 이어 창립총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초대 회장으로는 학회 출범 준비를 주도해왔던 조성윤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가 선출됐고, 김창민 전주대 교수가 감사를 맡게 됐다.

학회는 앞으로 정기 연구발표회와 부정기적인 강연회를 개최하고 정기 간행 학술지와 연구조사 보고서 발간 등의 사업을 하게 된다. 학회 명칭은 ‘제주‧오키나와학회(Association for Jeju & Okinawa Studies)’로 정해졌다.

조성윤 교수는 이날 국제학술회의 개회사에서 “제주와 오키나와는 동아시에서도 매우 긴 역사를 갖고 있는 지역이면서 섬”이라면서 “근대사회에 와서는 한국과 일본이라는 국민국가의 변방이 됐을 뿐만 아니라 전쟁과 학살로 깊은 상처를 입었고, 그 상처 위에 군사기지가 들어서 있다”고 두 곳의 공통점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두 곳 모두 매력적인 관광지이자 휴양지로 알려지면서 관광객 뿐만 아니라 이주민들로 넘쳐나고 있다는 점을 소개하기도 했다.

제주‧오키나와 학회 창립총회에서 초대 회장으로 선출된 조성윤 제주대 교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제주‧오키나와 학회 창립총회에서 초대 회장으로 선출된 조성윤 제주대 교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조 교수는 이어 “이렇게 두 섬은 변방이면서 군사 요충지이면서 동시에 자본주의의 물결이 넘쳐흐르는 곳이 돼있다”면서 “오키나와에서는 미군기지 건설을 밀어붙이는 아베 정권과 미군과의 끊임없는 긴장상태가 계속되고 있고, 제주도에서도 전쟁은 바로 옆에 다가서 있고 지나친 관광객 물결 때문에 섬 주민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고 과거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닮은 모습이 이어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오키나와를 연구하는 이유는 오키나와를 통해 제주도를 더 잘 알고 싶기 때문이고 오키나와와 제주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한국과 일본, 더 나아가 세상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폭넓게 이해하고 미래를 열고 싶기 때문”이라고 학회를 출범시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학술회의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제주와 오키나와의 미래를 만드는 방법’ 주제 라운드테이블에서는 학회 출범에 대한 기대가 섞인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허남춘 제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두 곳이 모두 민족국가로부터 피해를 본 민족 혹은 지역이라는 데서 관심이 시작됐다”면서 ‘주변부’로서 제주와 오키나와의 정체성을 찾는 데서부터 앞으로 역사와 문화, 민속, 관광, 축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교류와 상생의 관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피력했다.

김창민 전주대 교수는 학회 출범과 관련해 몇 가지 뼈 있는 조언을 건넸다.

김 교수는 “언제부터인지 실증적인 조사 연구를 하는 사람이 없다. 실증적 연구가 없이 제주 연구와 오키나와 연구에서 확장된다면 전혀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실증적인 조사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주변부가 자기 스스로를 제대로 인식해야 뭔가 시작할 수 있는 단서가 만들어진다”면서 주변부가 중심부보다 훨씬 더 자유롭다는 점을 들어 제주와 오키나와가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단초를 이 부분에서 찾을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케다 요시후미 류큐대 교수는 이날 기조강연을 한 츠하 타카시 류큐대 명예교수와 함께 지난 1998년부터 3년간 일본 문부성으로부터 연구비를 받아 제주에서 조사를 한 적이 있다면서 “지금은 류큐 열도를 중심으로 섬에 초점을 두고 섬들의 역사와 경제, 정치가 섬으로서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 연구하다 보면 동남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분포된 섬들과 비교 연구도 가능할 것이라는 시점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고 제주와의 연구 교류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조성윤 교수는 “지난해 1월 오키나와에서 2개월 가량 지내는 동안 오키나와독립연구회가 활동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학문적인 고증을 해가면서 따지는 것만 하는 곳이 학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미래의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살리고 어떻게 꿈을 꿀 것인지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장이 됐으면 한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이날 행사는 창립총회가 마무리되기까지 무려 8시간 동안 제주 증류주 고소리술과 오키나와 아와모리의 비교 연구에서부터 해양 신앙, 토지소유제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발표와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제주‧오키나와 학회 창립대회 겸 국제학술회의가 4일 제주대 인문대학 2호관 진앙현석관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제주‧오키나와 학회 창립대회 겸 국제학술회의가 4일 제주대 인문대학 2호관 진앙현석관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제주‧오키나와 학회 창립대회 겸 국제학술회의가 4일 제주대 인문대학 2호관 진앙현석관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제주‧오키나와 학회 창립대회 겸 국제학술회의가 4일 제주대 인문대학 2호관 진앙현석관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