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02:42 (토)
“팔순이라고 방에만 있지 말고 나와서 걸어보세요”
“팔순이라고 방에만 있지 말고 나와서 걸어보세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11.02 14: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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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7개월만에 제주올레 2번 완주한 장예숙 어르신
50대 아들이랑 제주올레 권유한 택시기사가 동반자
“참고 걸으면 괜찮아. 그걸 넘기지 못하면 주저앉아”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걷기 천국의 섬. 바로 제주도다. 사단법인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우리나라에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덕분에 팔순이 되어서도 걷기의 즐거움을 누리는 이들이 생겼다.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여든 여덟인 장예숙 어르신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한 번 완주하기도 쉽지 않은 제주올레를 두 차례나 완주를 했다. 2일 화순해수욕장이 있는 제주올레 10코스에서 스탬프를 하나 더 찍음으로써 두 번의 완주는 마무리됐다.

“아프지 않을 리가 있나. 참고 걸으면 괜찮아지지. 그걸 넘기지 못하면 주저 앉는거야.”

장예숙 어르신(오른쪽)이 제주올레 2번째 완주를 마쳤다. 2일 제주올레 10코스 올레쉼터에서 스탬프를 찍고 있다. 미디어제주
장예숙 어르신(오른쪽)이 제주올레 2번째 완주를 마쳤다. 2일 제주올레 10코스 올레쉼터에서 스탬프를 찍고 있다. ⓒ미디어제주

 

그 나이에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던가. 장예숙 어르신은 방에만 있지 말고 과감하게 나갈 것을 주문한다. 아프다고 병원에 먼저 들를 게 아니라, 한번 걸어보라고 권한다. 이왕이면 제주에 오라는 제주올레 예찬자이기도 하다.

두 번의 완주에 걸린 시간은 6년 하고도 7개월이 된다. 지난 2011년 3월부터 제주올레 걷기를 시작했다. 시작은 그야말로 ‘얼떨결’이었다. 장예숙 어르신은 2011년 아들과 제주에 왔다가 택시기사의 권유로 제주올레라는 낯선 경험에 빠져들었다.

낯선 경험은 그를 제주 사랑에 빠지게 만들고, 이젠 낯섦보다는 친숙한 제주풍광이 즐겁기만 하다.

“재밌지. 경치도 좋고. 제주의 속살도 보고. 하다보니 오기도 생긴거지.”

하지만 장예숙 어르신이 제주올레를 두 차례 완주할 수 있게 만든 일등공신으로 50대 아들 역할을 뺄 수 없다. 아들인 김석주씨는 어머니랑 제주에 올 때마다 2주가량 머물며 동반자가 된다. 처음 완주할 때는 코스를 자신이 미리 익혀두고 어머니가 편안하게 걸을 수 있게 도와준다. 그가 어머니랑 제주에 오게 된 건 해외에서 돈을 뿌릴 게 아니라 이왕이면 제주를 택하자는 생각에서였다.

“어머니 팔순 때 남태평양 관광을 가긴 했어요. 이후 제주도를 오게 됐고 제주를 돌며 돈을 쓰자고 했는데, 마침 제주올레를 걸어보라는 권유를 받았어요. 처음에 10코스를 걸었어요. 걸어보니 좋았죠. 13코스와 14코스를 걷는데 머리가 맑아지더라고요.”

모자의 걷기는 그래서 시작됐다. 처음은 10코스로 시작해서 1코스부터 21코스를 돌았다. 첫 완주는 2014년 3월에 끝났다. 곧바로 두 번째 완주에 나섰다. 두 번째 도전은 21코스를 출발점으로 1코스까지 돌고, 제주올레와 인연을 맺은 10코스를 마지막으로 삼았다. 드디어 이들 모자는 2017년 11월 2일 제주올레 두 번째 완주라는 기쁨을 안았다. 특히 김석주씨는 어머니의 안전을 위해 제주올레를 사전 답사해야 했기에 그는 3번째 완주가 된다.

우리 나이로 여든 여덟인 장예숙 어르신(맨 오른쪽)이 2일 제주올레 두번째 완주를 마쳤다. 가운데가 어르신의 완주를 끝까지 도와준 아들 김석주씨이며, 왼쪽은 이들 모자의 동반자가 되어준 택시기사 전팔규씨다. 미디어제주
우리 나이로 여든 여덟인 장예숙 어르신(맨 오른쪽)이 2일 제주올레 두번째 완주를 마쳤다. 가운데가 어르신의 완주를 끝까지 도와준 아들 김석주씨이며, 왼쪽은 이들 모자의 동반자가 되어준 택시기사 전팔규씨다. ⓒ미디어제주

 

마침 그들 곁에는 제주올레 걷기를 권유한 택시기사가 있다. 전팔규씨다. 장예숙 어르신은 오전에만 몇시간 시간을 내서 걷기에 전팔규씨는 장예숙 어르신이 도착할 장소에 미리 가 있곤 했다. 제주올레를 권유했던 인연은 이젠 동반자라는 이름으로 아흔을 바라보는 어르신의 완주를 축하하는 사이가 됐다.

제주올레는 제주의 속살을 그대로 보여준다. 제주올레를 걸으면 제주의 참 멋을 보게 된다. 장예숙 어르신은 또다시 제주올레를 걸을까. 어르신 스스로가 다음 도전은 어려울 것이라지만 제주올레의 마약이 다시 그를 걷기로 끌어들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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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사랑 2017-11-02 16:25:28
정말 대단하십니다.
제가 다 부끄러워지네요.
오래오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