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주민직선제로 치러지는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감선거 예비후보등록이 21일부터 시작되면서 사실상 본격적인 선거운동의 포문이 열렸다. 사실 교육감선거는 12월19일 제17대 대통령선거와 함께 실시하는 것이 확정되면서, 예상보다 한달가량 앞당겨진 선거일정 때문에 후보군들의 움직임은 일찌감치 감지돼 왔다.

뜻을 품은 이들의 선거운동 채비도 이미 오래전부터 이뤄져왔다. 공식적인 선언만 없었을 뿐, 현 양성언 교육감과, 신영근 전 제주도체육회 상임부회장의 출마는 예견돼 왔다. 또한 공직사퇴를 하지 않고도 출마가 가능하다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이 내려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 중에서도 일부 출마가 예상되고 있다. 교육감선거의 움직임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부터 무수한 움직임이 있었고, 그에 따른 말들도 무성하다.

8월21일 선거법상 교육감선거 출마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예비후보등록이 시작되는 가운데, 현재 거론되는 양성언 교육감, 고점유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위원장, 신영근 전 상임부회장 등의 후보군 중 신영근 전 부회장의 예비후보 등록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점유 교육위원장의 경우 최근 미디어제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교육위원회 입성 1년이 경과하는 9월쯤 출마여부에 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후보군들의 활동은 사실상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다만, 도민사회의 관심만 여전히 낮다. 대통령선거 분위기에 억눌린 탓인지, 교육감선거의 정책아젠다가 공론화되는 분위기가 찾아보기 어렵다. 교육감선거가 코앞에 다가왔으나 후보군들의 움직임만 감지되고, 도민사회는 '무관심'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즉 후보군들의 움직임만 있고 도민사회의 관심은 현저히 낮은 현재의 분위기는 여러가지 우려를 갖게 한다. 무엇보다도 도민사회에서는 처음 치르는 교육감선거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뒷전으로 밀리면서 자칫 일반 정치선거와 다를 바 무엇이 있겠느냐는 우려가 크다.

올해 2월 전국에서는 처음 치러진 부산시교육감 선거는 선거를 앞둔 제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산시교육감선거의 문제는 크게 낮은 투표율, 그리고 정치선거로의 전락이라는 두가지 비판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첫번째 낮은 투표율과 관련해, 부산의 경우 15.3%의 극히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그동안 교육 관련인사의 간선제 선거에서 주민직선제로 전환됐음에도 이에 대한 홍보가 미흡한 것이 주 원인으로 지적된다. 그렇지만 그 이면에는 주민들의 무관심 또한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투표율 문제 없다 하더라도, '교육아젠다' 하나 없이 선거 치러서야...

제주의 경우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지기 때문에 투표율 걱정을 하는 이는 거의 없다. '대통령선거의 투표율=교육감선거 투표율'이라는 등식이 그대로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감선거에 관심이 있든, 없든, 최소한 대통령 선거 때문에 투표를 하는 사람이면 교육감선거 투표도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따라서 제주도교육감 선거에 있어서는 투표율 보다는 도민사회의 관심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가 최대 과제다. 교육감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본격적으로 개막될 교육자치에 대한 기대를 흔들리게 할 소지가 크다. 무관심한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제고시키고, 교육감선거의 정책 아젠다를 확산시킬 것인지에 논의가 모아져야 한다.

대통령선거의 분위기가 고조되면 될 수록 교육감선거 분위기는 짓눌리게 될 것이라는 예상은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 교육감선거를 어떻게 치를 것인가, 이번 제주도교육감 선거에서 교육아젠다를 어떻게 형성하고 폭넓은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벌써부터 '어느 지역출신...어느 정치인과 관계..' 심심치 않게 나돌아

도민사회 관심 저조와 함께, 이번 선거에서 우려되는 점은 교육감선거가 일반정치선거로 전락되지 않을까 하는 문제다. 부산교육감선거에서도 이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본격적인 지방교육 자치시대를 맞아, 지역 교육정책을 책임지는 인물을 뽑는 교육감선거가 혈연과 지연선거, 일반정치선거화 되는 문제가 노출됐다.

제주에서의 선거역시 이러한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장담을 하기 어렵다. 벌써부터 모 출마예상자는 어느 지역 출신이고, 어느 정치인과 어떤 관계에 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감선거는 일반 정치선거와는 달리, 가장 모범이 되어야 할 선거다. 제주 교육자치를 이끌어나갈 수장을 뽑는 선거이지, 명예적 감투의 정치인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교육감 선거의 '정치선거화'는 도민사회의 중지로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다행히 제주도선관위가 교육감선거에서 '공약은행'을 운영함으로써 정책선거를 유도하겠다고 밝힌 것은 의미가 있다 하겠다. 선관위는 '공약은행'을 통해 수집된 사항은 선거공약 작성 및 토론회 자료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후보자(입후보예정자 포함)들에게 수시로 제공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도민사회의 관심과 후보군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이제 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앞서 제기한 두가지 문제에 대해 후보군들의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할 시점이다. 또한 선관위는 물론 소중한 한표를 행사할 도민들 역시 교육감선거에 대해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 첫 직선제로 치러지는 선거를, 제주 교육자치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첫 선거를 대통령선거 때문이라는 이유로 소홀히 해서는 안될 일이다.

<윤철수 대표기자 / 미디어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