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할 수 없는 걸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
공원에서 할 수 없는 걸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10.31 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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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간이 우선이다] <12> 토야마 플레이파크

‘토야마공원 어린이놀이터를 생각하는 모임’이 출발점
행정 도움 받지만 유료 회원을 확보하며 모임 꾸려가
도쿄 번화가인 도심공원에 위치…“하지 말라” 없어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일본에 있는 수많은 플레이파크가 같은 모습은 아니다. 앞서 두 차례 보도한 플레이파크 역시 운영형태가 달랐다. 구청이 직접 관여를 하는 곳도 있고, 비영리법인이 운영하는 곳도 있다. 말 그대로 다양하다. 일본모험놀이터만들기협회가 지난 2014년 발표한 자료를 들여다보면 그런 모습을 알게 된다.

플레이파크는 행정과의 연결이 필수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더 많다. 행정이 직접 운영하는 곳은 4곳(2.2%)에 불과하다. 행정과 파트너십을 맺는 경우는 59건(32.4%), 행정과의 협력관계가 아예 없는 경우는 24건(13.2%)이다. 이들 사례 외의 경우는 광고 협력이나 장소제공, 자금제공, 물품출자 등의 협력을 받아 진행된다. 그런 플레이파크가 10곳 중 4곳인 76건에 달한다.

# 플레이파크 운영 형태 다양

상설 플레이파크냐, 아니면 비상설이냐에 따라서도 큰 차이가 난다. 바로 활동자금에 차이를 보인다. 상설 플레이파크는 아무래도 자금력을 지니고 있다. 연간 1000만엔 이상의 활동자금을 보유한 상설 플레이파크는 20%에 달하지만 비상설 플레이파크 가운데 1000만엔 이상을 보유한 곳은 1.3%에 불과하다.

플레이파크는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도록 도우미격인 ‘플레이리더’를 둔다. 앞서 소개했던 두 곳의 플레이파크는 모두 플레이리더를 둔 곳이다. 그렇다고 모든 플레이파크에 플레이리더가 있어야 하는 법칙은 없다. 일본모험놀이터만들기협회 조사에 따르면 67.5%만 플레이리더를 두고 있다.

플레이리더 참여형태도 다양하다. 돈은 받지만 급여형태가 아닌 경우가 31.5%나 된다. 아예 자원봉사를 하는 플레이리더도 27.6%에 달한다. 아르바이트도 18.1%다. 직업으로서 플레이리더를 택하는 경우는 22.8%에 지나지 않는다. 급여 수준도 매월 15만엔에서 20만엔 사이라고 한다. 급여가 많은 편은 아니다.

도쿄도립공원인 토야마공원에 자리를 튼 플레이파크. 미디어제주
도쿄도립공원인 토야마공원에 자리를 튼 플레이파크. ⓒ미디어제주

 

플레이파크 장소를 따지면 도시공원 등 공공영역에 포함된 곳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절반을 넘는 54.2%가 여기에 해당한다. 신주쿠 토야마 플레이파크도 도시공원에 들어있다. 처음 소개했던 하루노오가와 플레이파크는 요요기도립공원 인근이었으나, 토야마 플레이파크는 도쿄도립토야아공원 속에 들어가 있다.

# 화려한 도심 이면을 차지한 공원

토야마 플레이파크의 여건은 앞서 두 곳과는 차이가 있다. 하루노오가와 지역은 주변이 고급주택단지이며, 네리마구립 플레이파크는 전원지역이다. 토야마는 이들과 달리 공원 지역이지만 신주쿠라는 번화가의 뒷면에 해당한다. 신주쿠는 유흥가가 밀집해 있는 곳이며, 토야마공원은 노숙자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도 다른 지역과 차별이 있다. 어쩌면 도심 발달의 이면이 토야마공원에 옮겨진 느낌이다.

토야마 플레이파크 주변은 도쿄 번화가다. 멀리 대형 이벤트가 많이 열리는 ‘베르사르 다카다노바바’ 건물이 보인다. 미디어제주
토야마 플레이파크 주변은 도쿄 번화가다. 멀리 대형 이벤트가 많이 열리는 ‘베르사르 다카다노바바’ 건물이 보인다. ⓒ미디어제주

 

그렇다 하더라도 어린이 놀이에 지장을 받는 건 아니다. 토아먀공원은 메이지거리를 두고 두 곳으로 나눠져 있다. 토야마 플레이파크가 있는 곳은 메이지거리 서쪽에 해당한다. 와세다대학 이공학부와 바짝 붙어 있다. 서쪽 토야마공원 면적은 7㎢를 조금 넘는데, 여기에 토야마 플레이파크가 있다. 플레이파크는 서쪽 토야마공원 남쪽 일대 3000㎡ 정도의 규모를 지니고 있다.

기자들이 토야마 플레이파크를 찾았을 때 노숙자들이 듬성듬성 보이기는 했으나 플레이파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도시공원에 속한 플레이파크의 장점은 ‘하지 말라’는 걸 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도쿄의 모든 공원에서는 불을 피워서도 안되고, 나무를 건드려서도 안된다. 심지어는 땅을 파서도 안된다. 이런 행위를 하면 곧바로 경찰이 달려오는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예외는 플레이파크다. 어찌 보면 플레이파크는 마음대로 공원을 유린(?)하는 성역이기도 하다.

# 엄마들이 뛰어들다

토야마 플레이파트는 엄마들의 모임에서 시작됐다. 18년 전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엄마들이 좀 더 즐겁게 아이들을 놀 수 있게 만들어보자며 시작했다. 그 전 해엔 1주일에 한 두 번 모임을 가지며 어린이들은 어떤 생각을 가질지 고민을 해왔다. 1년간의 고민 끝에 이름을 만들었다. 이름은 좀 길다. ‘토야마공원 어린이놀이터를 생각하는 모임’이었다. 올해 4월부터는 이처럼 긴 이름 대신 ‘신주쿠 토야마 플레이파크모임’으로 바꿔달았다.

이 모임이 토야마공원에 완전 뿌리를 내린 건 12년 전이다. 행정을 설득한 끝에 도쿄 건설국으로부터 토야마공원에 플레이파크를 구성해도 좋다는 확인을 받았다. 도립공원에 플레이파크가 들어선 이유는 이렇다.

그렇다고 토야마 플레이파크는 행정의 도움만 받지는 않는다. 회원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정회원과 후원회원이 있다. 정회원은 1구좌에 1000엔의 연회비를 내면 된다. 후원회원은 연회비 2000엔 이상이다.

토야마 플레이파크가 유료 회원을 확보하는 이유는 있다. 행정이 도움을 준다고 하지만 그 기금으로는 플레이파크를 운영하는데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회원들이 낸 회비는 플레이리더 수당과 운영진 연수 등에 쓰인다.

운영진 대표는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맡는다. 현재 토야마 플레이파크 대표는 이리에 마사코씨다. 그는 지난해 대표를 맡았다. 또한 처음 모임을 만들 때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그가 이 모임에 들어올 때 자신의 애가 3살이었다고 한다.

아장아장 걷던 아이는 성년이 됐다. 세상도 변했다. 이리에씨는 그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토야마 플레이파크 대표인 이리에 마사코씨. 미디어제주
토야마 플레이파크 대표인 이리에 마사코씨. ⓒ미디어제주
토야마 플레이파크 운영진과 플레이리더들. 미디어제주
토야마 플레이파크 운영진과 플레이리더들. ⓒ미디어제주

 

“예전에도 게임은 있었죠. 애들은 게임을 하고, 피아노를 배우고 하는 그런 일상은 지금도 변함은 없어요. 그런데 변한 게 있어요. 옛날 아이들이랑 지금의 아이들이 하는 것 똑같은데, 연령이 내려갔다는 겁니다.”

이리에씨는 어린이들이 각종 변화에 더 노출되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그래도 그는 한 가지는 같다고 한다. 그게 바로 땅에서 노는 아이들이다. 게임이나 각종 학원에 다니는 연령대는 낮아지지만 땅에서 노는 아이들이 있기에 그는 세상 변화에 덜 걱정을 한다.

# 기저귀를 차고 흙범벅에 노는 아이들

기자들이 토야마 플레이파크를 찾은 그날. 갓 걸음걸이를 배우기 시작한, 기저귀를 찬 아이의 모습이 들어왔다. 깨끗한 옷차림은 집어던졌다. 옷은 진흙범벅이 됐다. 얼굴도 마찬가지였다. 진흙이 묻어 있다. 사실 우리 부모라면 기겁할 일이다. 애가 진흙에서 뒹구는 것도 그렇고, 애를 말끔하게 씻어야 하는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토야마 플레이파크에서는 진흙범벅이 된 어린아이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미디어제주
토야마 플레이파크에서는 진흙범벅이 된 어린아이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미디어제주

 

토야마 플레이파크는 어린이들이 스스로 놀도록 만들어졌다. 사진에 보이는 공간은  어른 도움없이 올라가야 한다. ‘자신의 힘으로’라는 문구가 보인다. 미디어제주
토야마 플레이파크는 어린이들이 스스로 놀도록 만들어졌다. 사진에 보이는 공간은 어른 도움없이 올라가야 한다. ‘자신의 힘으로’라는 문구가 보인다. ⓒ미디어제주

 

토야마 플레이파크의 풍경은 그렇다. 여기서는 모래를 찾을 수 없다. 나무가 있고, 진흙이 있다. 아이들은 진흙에서 뒹굴고, 나무에도 오른다.

토야마 플레이파크는 공원에 들어서인지 큰 나무가 많다. 특히 커다란 두 나무의 중간쯤엔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런데 그 공간은 어른 키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그 공간에 오르고 싶은 어린이들은 머리를 짜내야 한다. 괜히 만들어둔 시설일까. 아니다. 애들은 어떻게든 올라간다.

일본에 있는 플레이파크 상당수는 토야마와 닮았다. 엄마들이 자신들의 아이들을 위해 시작한다. 그러다 주변에 알려지고, 차츰 다른 아이들을 위한 활동으로 번져가는 순이다. 토야마 플레이파크는 유치원에 보낼 나이가 되지 않았거나,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지 않는 부모들이 애를 데리고 많이 찾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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