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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제주어를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생생한 제주어를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10.2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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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봉 제주어연구소장 ‘말하는 제주어’ 펴내

제주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생생한 제주어의 말맛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 나왔다.

㈔제주어연구소 강영봉 소장(67·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이 펴낸 ≪말하는 제주어≫이다.

이 책은 일상적인 대화에서 사용되는 구어로써의 제주어에 집중하고 있다. 연구서나 교재의 형식이 아니라, 하나의 항목을 생생하고 풍부한 예문으로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어휘의 뜻과 용례를 쉽게 설명하고 있어 제주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원고들은 저자가 2008년 7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6년 반 동안 310회에 걸쳐 제주특별자치도청 인터넷판 <제주도정뉴스>에 ‘제주어 한마디’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것이다. 전체 310회의 원고 가운데 256개의 원고를 뽑아 오탈자와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품사별로 분류한 후 가나다순으로 배열해서 책을 엮었다.

원고는 동사 116개, 형용사 46개, 명사 57개, 부사 25개, 그리고 감탄사와 관용 표현 12개 등 총 256개 항목을 881개의 예문을 곁들여 언어 수필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가오다, 갈아어프다, 거끄다, 거념허다, 거려먹다, 고리다(동사), 건덥다, 공고롯허다, 버닥지다, 소드락허다, 숨바랍다(형용사), 거느리왕상, 곤죽, 구마리, 낭강알, 독무럽, 벳남석(명사), 마기, 밤새낭, 버버작작, 산득산득, 잘락(부사), 아마떵어리, 어크거(감탄사) 등은 어휘 자체만으로도 낯설고 신기하다. 여기에 곁들어진 생생한 예문에 따른 해설과 뜻풀이가 제주어의 말맛과 멋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국어학적 설명은 물론이고 제주의 민속과 문화를 담고 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고 흥미롭다.

“그 창곰 이 밥방울로 문데경 부찌믄 잘 부틀 거여.”(그 창문 구멍 이 밥알로 문대어 붙이면 잘 붙을 거야.)(문데기다)

“검질 짓곡 굴너른 밧듸 조라움이 내 벗이로고나.”(김 깃고 넓은 밭에 졸음이 내 벗이로구나.)(조랍다)

“무사 아니라, 게난 오장가난이주.”(왜 아니겠어, 그러니까 답답한 사람이지.)(오장가난)

이들 예문들은 제주 사람들의 삶 속에서 영근 것들이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멸 위기의 제주어는 일찍이 본토의 언어와 다르다는 점에서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아 왔다.

일찍이 ≪동국여지승람≫(1486)의 ‘제주 풍속’에 “지방 촌백성의 말은 간삽하고, 앞이 높고 뒤가 낮다.”라고 평가한 이후에 김정의<제주풍토록>(1521), 임제의 ≪남명소승≫(1578), 김상헌의 ≪남사록≫(1601), 이원진의 ≪탐라지≫(1653), 이형상의 ≪남환박물≫(1704) 등에서도 ‘어렵다’거나 ‘알아들을 수 없다’라고 평가해왔다. 이에 앞서 ≪삼국지≫≪위서≫<오환선비동이전> ‘한전’ 기사에도 “‘주호’의 언어도 한(韓)나라와 같지 않다.”는 기록을 통해서도 ‘제주의 언어가 한반도 남부의 언어와 다름’을 추론한 바 있다.

강영봉 소장은 “자연적 장애물인 제주바당으로 인하여 제주어가 낯설고 어려운 어휘가 되었지만 결국은 독특한 제주의 언어와 문화를 만들어냈다”면서 “이 책이 제주어와 제주문화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도서출판 한그루. 값 2만 5000원.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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