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은 있는 그대로를 존중해주는 것”
“도시재생은 있는 그대로를 존중해주는 것”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10.2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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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배우다] <9> 기획연재를 마치며

도시를 기획하는 건축가의 역할 무척 중요
파괴하기보다는 건축 나름의 역사성을 인정

프랑스에 간 이유는 르 꼬르뷔지에를 보기 위해서였다. 근대건축의 아버지인 꼬르뷔지에가 남긴 작품을 죽기 전에 하나쯤은 봐둬야겠다는 욕심이기도 했다. 그는 대단했다. 건축가 한 사람이 건축을 문화로 승화시키는 장면이 죄다 보였다. 세계 곳곳에서 그를 보러 온다는 사실에 새삼 건축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게 됐다. 그 때문에 먹고 사는 도시도 생겼다. 기획에 담지 못했으나 피르미니라는 작은 도시는 그의 손에서 탄생한 건물이 줄줄이다. 그의 손을 거쳐 피르미니라는 도시계획이 이뤄졌다. 피르미니와 이웃한 도시인 생테티엔도 꼬르뷔지에 홍보에 열을 올린다.

건축가는 그래서 중요하다. 건축가는 집을 올리는 사람으로 아는데 그렇지 않다. 건축가는 문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달리 말하면 ‘도시의 기획자’가 건축가이다. 도시엔 사람이 오고가는 흐름만 있지 않다. 그 속에 수많은 이야기가 담기고, 그 이야기가 현실화되면 문화가 된다. 물론 그런 문화를 도시에 녹여 놓는 일을 하는 이들이 건축가다. 르 꼬르뷔지에는 그런 건축가 중의 한명이다.

프랑스에 있는 르 꼬르뷔지에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지도. 미디어제주
프랑스에 있는 르 꼬르뷔지에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지도. ⓒ미디어제주

 

우린 왜 그런 건축가가 없을까. 바탕이 다르기 때문이다. 건축을 바라봐야 하는데 건설이 먼저 끼어든다. 건축을 바라봐야 하는데 건물만 본다.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해온 건축가 탓도 있지만 대기업 집단과 건설지상주의, 거기에 행정의 적극적인 결탁이 있었기에 프랑스와 같은 문화를 만들지 못했을 뿐이다.

사실 꼬르뷔지에를 만났으나 프랑스에서 눈에 띈 건 도시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이었다. 그래서 기획은 꼬르뷔지에를 쓰지 못하고 전반적인 프랑스 건축 이야기를 하게 됐다.

게다가 요즘 우리나라에서 화두가 된 도시재생을 바라보는 프랑스인들의 자세도 보게 됐다. 프랑스는 도시별로 도시재생이 다르다. 그 도시의 상황에 맞는 도시재생이 이뤄진다. ‘세상에 이런 건물이?’라는 건축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프랑스는 도시별로 도시재생을 추구하는 방향의 차이는 있으나 공통점은 ‘있는 것의 활용’에 있다. 파리는 거기에 덧붙여 문화를 가득 심어둔다.

파리는 워낙 유명한 도시이다. 19세기 도시계획의 골격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있는 걸 잘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우리가 배워야 한다. 공원의 틀을 깬 라빌레트공원이나, 베르시 지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버려진 곳이 문화로 탈바꿈하는 현장들이 바로 이곳이다.

프랑스에 있는 건축물을 소개한 팸플릿들. 미디어제주
프랑스에 있는 건축물을 소개한 팸플릿들. ⓒ미디어제주

 

유럽 최대 규모의 도시재생을 진행중인 마르세유. 부정적 이미지가 가득한 마르세유는 ‘유로메디테라네’로 불리는 도시재생을 통해 변신의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뮤셈이라는 눈에 띄는 건물이 마르세유의 상징이 됐고, 마르세유 졸리에트 지구에 있는 부두창고를 그대로 살려 사람들이 오가는 곳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보면 프랑스의 도시재생은 ‘있는 것 그대로’와 ‘새로운 것’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다만 우리와 다르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면서 예전 것을 부수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는 건축물은 그 나름의 가치와 역사성을 지니기에 지켜내려 하는 이들이 그들이다. 거대한 새로운 건축물은 창작이 필요한 새로운 공간에 들어선다는 나름의 전략이 있다.

제주도의 도시재생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도시재생의 공간으로 지목되는 곳은 제주시 원도심 일대이다. 지금까지만 본다면 파괴일색이다. 새로운 걸 추구하려는 욕망으로 가득차 있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과거로 복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것 역시 새로운 것이어서 현재 보이는 모든 걸 파괴해야 가능하다. 프랑스는 말한다. 도시재생은 있는 걸 존중하며 하는 것이라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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