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3 18:27 (화)
“학교 수업이 끝났는데도 애들이 집에 오질 않아요”
“학교 수업이 끝났는데도 애들이 집에 오질 않아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10.26 15: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북초, 올해부터 ‘교육중심학교시스템’을 완벽 구축
교육과정과 교육지원팀으로 구분…담임 행정업무 ‘제로’
학부모 학생들 만족도 높아 “교육 본질 되찾기” 실현

3000명에서 200명으로. 학생수의 변화다. 바로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인 제주북초등학교다. 제주시 중심의 이동은 이처럼 학생수의 변동을 가져왔다. ‘대북교’로 불리던 학교는 도심의 쇠락과 함께 작은 학교로 변하게 된다. 이런 변화는 학교에 대한 자긍심도 꺾이게 하고 있다.

그러나 달라지고 있다. 쇠락하던 학교에 새로운 교육 시스템이 안착을 하며, 가고 싶은 학교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제주북초는 올해부터 ‘교육중심학교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 성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학교 수업이 끝나도 학생들이 집에 오지 않고 학교에 남아 있다는 학부모들의 얘기를 들을 정도이다.

제주북초는 왜 바뀌었을까. 교육중심학교시스템은 말 그대로 학생들의 학습권을 회복시켜주겠다는 본질에 다가서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의 본질 찾기는 말처럼 쉽지 않지만 제주북교초럼 하면 된다.

제주북초 박희순 교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올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교육중심학교시스템을 서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주북초 박희순 교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올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교육중심학교시스템을 서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주북초는 업무분장표부터가 다르다. 이 학교 업무분장표는 교육과정운영팀과 교육과정지원팀으로 확실하게 구분된다. 교육과정운영팀은 담임이 맡는다. 담임은 학생들에 관한 사항을 모두 전담하고 그 외 행정업무는 일절 없다. 교육과정지원팀은 교감과 부장교사, 행정실, 교육행정실무원 등이 맡는다.

제주북초는 교실을 담임체제로 만들면서 일회성 행사를 폐지하고, 일제식 지필평가도 없앴다. 심지어는 받아쓰기도 없애고, 동시를 익히며 기분좋게 글 익히기를 하도록 바꿨다. 박희순 제주북초 교장으로부터 왜 이런 시스템을 전면 도입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학생들의 삶과 배움이 일치하는 교육찾기를 시도하려 했어요. 교육중심학교시스템은 그런 여건을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은 지식의 시대가 아니죠. 아이들 한명 한명이 소우주인데 스스로 주체가 되려면 수업방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교사들이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게 된겁니다.”

제주북초가 이런 방식을 도입하자 주변에서는 “진짜 가능하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박희순 교장은 “가능하다”며 제주북초의 모습을 보라고 한다.

제주북초가 추진하는 교육중심학교시스템을 설명하는 자료들. 미디어제주
제주북초가 추진하는 교육중심학교시스템을 설명하는 자료들. 미디어제주

 

그렇다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제주북초에 1학년과 5학년 등 두명의 자녀를 보내는 김수희씨. 그는 학부모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김씨는 이렇게 말한다.

“작은애는 한글을 다 깨치지 못하고 학교에 보냈어요. 그런데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이 따로 개인교습을 해줘요. 큰애 환경도 달라졌어요. 전에 선생님들은 출장을 자주 가곤 했는데 이제는 교실에 늘 선생님이 있어요. 큰애는 따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성적이 잘 나온다고 제게 말하곤 해요.”

제주북초 병설유치원 자모회장인 홍순옥씨는 세 명의 자녀를 이곳에 보낸다. 유치원과 3학년, 6학년 등이다. 홍씨도 변화를 실감한다.

교내 활동에 푹빠진 제주북초 학생들. 미디어제주
교내 활동에 푹빠진 제주북초 학생들. 미디어제주

 

“학원 갈 시간인데도 아이가 집에 오질 않는 거예요. 학원에 30분만 늦게 간다고 말해달래요. 왜 그런가 봤더니 담임 선생님이랑 눈을 맞추는 걸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세 명이 다 그래요.”

시스템을 바꾸니 학교가 바뀌고, 학생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시험이 사라지면서 두려워하던 학부모들도 대부분 바뀐 시스템에 만족한다. 박희순 교장은 당연히 가야하는 길이라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