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4:17 (목)
(e-취재파일) ‘현충일은 노는 날?’
(e-취재파일) ‘현충일은 노는 날?’
  • 조형근 기자
  • 승인 2005.06.06 16: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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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6일 제50회 현충일을 맞아 도내 충혼묘지 곳곳에서 추념식이 열렸다.

그러나 시장.군수 등 단체장이 참여한 추념식은 몇 백여 명의 인파가 몰리며 성황을 이룬 반면, 그 외 충혼묘지는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이날 북제주군 한림읍 협재리에 위치한 충혼묘지에는 겨우 백여 명의 유족과 기관단체장이 모였다.

게다가 10시에 맞춰 울리는 사이렌도 울리지 않았고, 묵념이나 현충일노래를 부를 때 반주를 하던 밴드도 오지 않았다.

추념식에 참석한 한 유족은 “해가 갈수록 현충일날 충혼묘지를 찾는 사람이 줄고 있다”며 “올해는 작년보다 눈에 띄게 사람이 줄었다”고 말했다.

다른 유족은 “오늘은 밴드도 오지 않아 너무 썰렁했다”며 “시외의 작은 읍에서 하는 추념식이라고 너무 신경을 쓰지 않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이날 오전 10시 제주시 충혼묘지에서 열린 추념식은 김태환 제주도지사, 김영훈 제주시장 등 도내 각급 기관장과 호국보훈 단체장, 국가유공자 및 유가족, 학생 등이 참석하는 등 수백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또 10시에 맞춰 사이렌이 울리고 밴드가 웅장한 연주를 뿜어내는 등 한림읍 충혼묘지와 대조되는 모습을 모였다.

이에 대해 한 시민은 “도지사나 시장이 참석하는 추념식만 호국영령들이 제대로 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한탄을 금치 못했다.

일각에서는 추념식에 참석하는 유족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충일을 소위 ‘노는 날’로 생각해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거나, 혹은 아침 일찍 와서 분향만 한 채 추념식이 시작되기 전에 나들이를 가거나 집으로 가는 유족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족을 제외한 학생들이나 일반인 중 현충일을 맞아 충혼묘지를 찾는 참배객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아 현충일의 의미 자체가 쇠퇴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림읍 협재리 충혼묘지에 참석한 한 시민은 “바로 옆이 관광지인데 관광객들은 충혼묘지에 눈도 돌리지 않는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고, 현충일만큼은 관광객도 잠시 충혼묘지에 들러 참배를 하고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6월 6일 현충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영령들이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외로이 방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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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2005-06-22 14:41:43
마음이야 그렇더라도, 그럼 어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