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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FC, 변화를 두려워 마라
제주FC, 변화를 두려워 마라
  • 박상준
  • 승인 2007.06.30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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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박상준 / 제주유나이티드FC 홍보팀장
제주 유나이티드가 쉽지 않은 여정을 거치며 2007시즌의 반환점을 돌았다.
국가대표 차출 문제로 인해 마찰을 일으키던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이 지난 23일 주말 경기를 오는 10월 14일로 연기하면서 삼성 하우젠 K리그 2007 상반기가 마감됐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4승 2무 7패 승점 14점, 중간 순위 9위로 상반기를 마쳤다.
정해성 감독이 시즌 초 목표했던 6강 플레이오프 순위권에 진입하지 못한 실망스런 결과이지만, 다양한 전술 시험과 세대교체 등을 통해 제주의 가능성을 엿본 시간이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주 유나이티드의 K리그 상반기를 되돌아보자.

#  진정한 ‘제주 유나이티드’로 새롭게 태어나다.

앞서 우리는 시즌 전 제주 유나이티드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지난 해 무늬만 제주였던 ‘제주 유나이티드’가 진정한 제주의 팀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제주는 제주 출신 올림픽대표인 심영성을 필두로 신병호, 강민혁, 황호령 등 제주의 건아들을 차례로 영입하면서 진정한 지역 밀착 팀으로 재탄생했다. 이들의 영입은 그간 제주가 고심하던 팀 정체성의 문제와 홈 관중 몰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줄 것으로 보였다.

또 제주는 스토브리그 동안 드래프트와 트레이드를 통해 가장 뜨거운 겨울을 보냈다. 이를 통해 선수단 전체를 물갈이를 하며 새로운 ‘제주 유나이티드’로 변모하게 된다.

제주의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정해성 감독이 서 있었다. 그는 지난겨울 리그 휴식기에 프리미어 리그에 승격한 레딩의 스티브 코펠 감독과 만나 지도 철학을 공유했고, “제주를 한국의 레딩으로 만들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정해성 감독은 선수단의 물갈이에 발맞춰 자신도 역시 변화하면서 위와 같은 겨울 동안의 구상을 점차 현실로 만들었다. 이는 그가 제주를 맡아온 지난 3년 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부임 이후 처음으로 시도되는 ‘도전’이었다.

# 제주에 부는 변화의 바람

정해성 감독은 올 시즌 준비한 ‘공격 축구’와 ’무한 경쟁‘ 이라는 카드를 야심 차게 꺼내들었다.
그는 먼저 휴식기 동안 제주 공격진의 수술을 위해 과감하게 메스를 댔다. 지난 시즌 제주는 승리의 9부 능선을 앞두고도 확실한 골잡이가 없어 여러 번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정해성 감독은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할 수 없는 제주의 현실을 감안, 공격적인 트레이드와 드래프트를 통해 새로운 제주의 공격 퍼즐을 하나씩 맞춰 나갔다. 이리네, 김재성 등 기존의 미드필드 라인에 창의적이고 기술이 좋은 전재운, 구자철 등을 새롭게 수혈하면서 무게감을 키웠다.

젊고 업그레이드된 미드필더들의 유기적인 전술변형을 통해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극대화시키는 공격전술을 준비한 것이다.
아울러 정해성 감독은 ‘플래툰 시스템’을 제주에 정착시켰다. 이는 상황에 따라 여러 선수를 투입하면서 선수 간의 경쟁 심리를 부추겨 전력 향상을 꾀하려는 노림수였다.

제주는 시즌 전 전지훈련과 연습경기를 통해 다양한 선수를 출전시켜 가능성을 실험하면서 제주 유나이티드 사전에 ‘베스트 일레븐’이라는 말을 지워버렸다.

# 공격진의 부진, 제주의 발목을 잡다

올 시즌 정해성 감독이 내놓은 승부수들은 K리그 상반기가 흐른 시점에서 평가해 봤을 때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 무엇보다 공격진의 부진이 발목을 잡는다.

제주는 상반기 13경기에서 총 10골을 기록해 경기당 평균 득점 0.77점을 기록해 K리그 12위라는 낙제점을 받았다.

문제는 엇박자 공격에 있다. K리그 상반기 내내 제주의 공격은 시즌 전 겪었던 빠른 변화만큼이나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새로이 무장된 제주의 창들은 번번이 K리그 타 팀의 방패에 어김없이 부러져 나갔다.

많은 활동량과 효과적인 패스로 공격을 지원해야 할 미드필더진이 상대방의 압박에 여러 번 무너지면서 제주의 투톱은 상대방 진영에서 고립되는 성향을 자주 보여줬다. 짧은 패스 플레이와 뛰어난 위치선정이 이뤄져야 할 최전방에서 제주의 공격수들은 호흡에 문제를 나타내며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과거의 약점을 답습해야만 했다.

그나마 답답한 제주 공격에 숨통을 트이게 한 샛별 구자철의 등장은 위안이 된다.

# 우려를 기대로 바꾼 수비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수비 라인은 든든한 수비력을 선보이며 정해성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2007시즌 개막 전 제주 수비의 핵이었던 조용형이 이적하면서 많은 우려가 쏟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제주 수비진은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제주는 상반기 13경기에서 총 15점을 내줘 경기당 평균 실점 1.15점을 기록, 전북과 함께 K리그 공동 6위라는 합격점을 받았다. 쓰리백과 포백을 넘나드는 유연하면서도 안정적인 수비를 펼친 결과였다.

수비 라인의 중심에는 황지윤이 있었다. 그는 중앙에서 올 시즌 새롭게 정비된 수비진을 이끌며 위기에 빠진 제주에게 듬직한 지원군으로 자리 잡았다.
에이스 킬러 이상호의 활약도 눈부셨다. 이상호는 경남의 뽀뽀, 울산의 이천수 등 상대방 에이스에게 터프한 대인방어를 펼치며 무력화시켰다.

인천에서 이적해온 이요한은 많은 수비 전술 변화에도 불구하고 센터백, 수비형 미드필더 등 다양한 위치에서 제 몫을 다해 '인천의 황태자'에서 '제주의 마당쇠'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올 시즌 제주의 수비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미드필드부터 시작되는 압박을 통한 수비 가담이다.
올해 K리그는 조직력에 스피드와 개인기량이 더해져 역동적인 리그로 탈바꿈했다. 이러한 흐름은 수비 전술에서 미드필드에서부터의 전방 압박을 필수 요소로 만들었다.

제주는 중원에서부터 압박을 가하는 협력 수비 전술을 선보이는 모법답안을 제시하며 경기지배력을 업그레이드했다. 이는 정해성 감독이 훈련이나 경기에서 강조하는 부분으로, 상대방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제주 만의 장점을 극대화한 것이다.

# 위기의 제주, 변화를 넘어 진화하라

올 시즌 제주는 앞서 말한 많은 변화를 통해 한 단계 도약을 위한 과도기 상태에 놓여있다. 만일 제주가 지금 상태에서 전진을 하지 못한다면 힘없이 그대로 주저앉을 수 있다.

현재 제주의 선수들은 변화 속에서 자신의 색깔을 찾고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제주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선수들 개개인이 갖고 있는,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그들 자신을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즐긴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축구는 정신력의 게임이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대표팀이 보여준 기적이 보여주듯, 축구에서 승리는 실력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제주의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나서면 자신의 최고 활약을 펼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부담감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해성 감독이 이번 시즌 야심 차게 시도한 도전에 있어 마지막 히든카드는 바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를 뛰어 넘어 진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하반기를 준비하면서 영입한 브라질 듀오 히칼딩요와 알렉스는 공수에 걸쳐 제주의 진화를 도와줄 수 있는 충분한 재량을 가진 도우미들이다.

앞으로 제주의 도약은 기존 선수들의 발전과 새로운 응원군의 시너지 효과에 따른 선수단 전체의 진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화를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있는 자는 없다. 올 시즌 변화의 위기 속에 흔들리고 있는 제주. 제주가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오는 7월부터 시작되는 그들의 반격을 지켜보자. 

                                            <제주유나이티드FC 홍보팀장 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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