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장애인교육에 대한 행복추구권
장애인교육에 대한 행복추구권
  • 이정희
  • 승인 2007.06.27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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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이정희 / 주부
나는 54년생으로 54세다.
어렸을적 2세때 소아마비를 앓으며 병치례를 하다 보니 학교에 갈 시기를 놓쳐버렸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그 당시 어느 가정이나 마친가지 였듯이 부모님이 자녀를 많이 두시고 생계를 꾸려 가느라 고생 하시고 사셨는데 거기에다 두고 차마 나까지 학교에 가겠다는 내색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눈치만 보며 살았던 것 같다.

그리고 화장실 문제 뿐만 아니라 교실이 계단이어서 교실까지 업고 데려가 줄 가족이 없었으며, 밖으로 나가면 애들이 돌을 던지고 병신이 라고 혀를 내밀며 놀려서 그 당시 부모님은 나를 집안에 꼭 꼭 숨겨놓고 지내도록 하셨다. 그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신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그저 방안에서 책을 벗하면서 지내야만 했다.

아침에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새하-얀 카라를 세우면서 학교에 가는 여고생들이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봐야만 했다. 나는 동생들의 머리를 땋아주고 카라를 다려주면서 학교 다니고 싶은 마음을 눌려야 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동생들이 돌아오면 숙제까지 도맡아 해 주었다.

그 덕분에 동생들의 교과서를 보면서 조금씩 글자를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보는 것과 읽는 것만으로는 교과서의 내용을 알 수가 없어서 책을 덮어야만 했다. 나에게 유일한 책은 소설책이나, 문학전서였는데 난 닥치는대로 책을 읽었다. 그 후에 병원에서 수술도 하고 기술도 배워보고 결혼도 하여 아이도 낳고 가정을 꾸리다보니 공부를 할 여유도 생각도 못했다.

이제 어느덧 오십대에 이르렀다. 그래도 공부의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사설학원이나 일반 야간학교를 알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왜 그리 그런 곳들은 턱이 높은지..나 같은 중증장애인이 가기에는 편의시설이 안되어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있어도 엘리베이터까지 가는 거리에 계단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학업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그런데 제주자립생활센터에서 장애인 야간학교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희망에 부풀어서 문을 두드렸다.

검정고시를 치르려면 초등과정을 마치고나서 시험을 치뤄야 한다기에 조급하고 초조한 마음을 뒤로 하고 눈이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부나 열심히 야학에 다녔다. 젊은 학생선생님들이 얼마나 열의를 갖고 가르쳐 주시는지 난 당당히 초등과정 시험에 합격하였다.

내가 그렇게 수치스럽던 무학이 국졸로 인정되었으니 그 시절에 못다녔던 학교를 힘겹게 다니지 않아도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았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이제 난 무학에서 중학생이 되었다. 특히 아이들이 엄마의 최종학력을 물을 때마다 거짓으로 쓸 수는 없고 '무학이다'라고 하면 믿기지 않는 듯이 고개를 갸웃둥 저으면서 '정말이냐' 면서 되묻곤 하였다.

이젠 아이들에게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엄마 무학이 아니라고..아직도 배우는게 재미있다. 새록새록 지식이 쌓아가듯이 내 생활도 보람 있고 활기에 차 있다. 다시 중학과정을 공부하고 있으니 배움 이란 정말 끝이 없나보다. 흥미를 느끼고 재미도 있고 이왕에 시작하였으니 끝까지 해보자 하는 욕심도 생긴다.

이를 위해서 애써주시고 도와 주신 제주장애인야간학교와 선생님들에게 너무 감사 하다. 지금은 세상이 많이 변해서 신체적문제 때문에, 학교 편의시설 때문에, 학교에 못다니는 이들이 없겠지만, 그래도 단 하나의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런 이들에게 문을 두드리라고 말하고 싶다.

사회적환경 때문에 포기하지 말라고 말이다. 요즘 평생교육이라고 해서 지역사회에서 주민들을 위해 각종 교육과정을 만들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나 도교육청에서도 지원을 많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참가 하기에는 참 어렵다. 나같은 지체장애인은 편의시설이 안되고 인지장애인들은 교육과정이 어렵다.

비장애인들도 개별 특성이 있듯이 장애인은 더욱이 개인별로 장애상태가 달라서 개별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평생교육을 실시할 때 이런 점들을 생각해줬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 장애인들도 많은 교육을 통해서 자신을 알고 지역사회문제를 분석할 수 있는 힘을 키웠으면 좋겠다.

어디선가 본 듯 하다. 교육은 생명이라고...지금도 난 부지런히 제주장애인야간학교에 다닌다. 앞으로 중등과정, 고등과정이 남아 있다. 자립생활센터에 있는 이동차량을 타고 장애인야간학교에 간다. 살아 있는 행복을 느끼기 위해...

                                                  <이정희 / 지체장애 1급 /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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