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논단> 행정혁신의 ‘양’과 ‘질’
<데스크논단> 행정혁신의 ‘양’과 ‘질’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5.05.26 15: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참여정부 들어 지방행정의 최대 화두는 단연 '혁신'이다.

혁신은 묵은 제도나 방식을 고쳐서 새롭게 하는 것을 말하며 보수와는 상반된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혁신의 필요성을 주창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혁신작업이 발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제주지역에서도 민.관으로 구성된 제주지역혁신협의회가 운영되고 지역혁신발전 5개년 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지난해 제주를 방문한 노 대통령은 '물고기를 잡아다 주지 말고,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좋다'는 격언으로 혁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를 다시 정리해보면 중앙정부가 계속해서 물고기를 잡아다 줄 수는 없고, 잡는 법을 배워줄테니 앞으로는 스스로 잡을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즉, 그동안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재정을 지원받아 이런 저런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앞으로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중 불필요한 사업은 과감히 줄이고 확실한 효과가 보장되는 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해달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확실한 효과가 보장되는 사업이라면, 중앙정부는 얼마든지 재정을 지원해주겠다는 약속도 곁들였다.

여기서 우리는 왜 혁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

# 질적 투자시대로의 전환사실

 21세기 정보화시대에 접어든 후 경제에서도 '양적 팽창시대'에서 '질적 투자시대'로의 빠른 전환을 하고 있다.

종전 투자의 주요 기준이 '규모'와 '크기'였다면 지금은 '실리'와 '질'로 바뀌고 있다.
중요한 것은 창의력과 효율성이다.

행정에서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불필요한 요소들을 과감히 개선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인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 하겠다.

최근 제주도가 ‘혁신은 고객만족 행정으로 가는 길’이라는 부제와 함께 업무혁신추진계획을 수립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제주도는 이 계획에서 혁신관리의 의미를 ‘혁신이 일어날 수 있도록 혁신의지를 불러일으키고, 적절한 혁신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유도하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장애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행하는 총체적 관리’로 정리했다.

또 고객만족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혁신을 추진하며 공무원 스스로 자발적 혁신을 통해 주민에게 신뢰받는 도정 구현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혁신과제 설계는 제주도의 바람직한 미래모습을 담아내는 비전설정,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소속된 부서의 임무를 확인하는 미션설정, 전략과제 발굴, 전략목표 설정, 핵심업무 도출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부서별 혁신업무추진계획을 살펴보면 그동안 계획했던 시책에서 ‘혁신’이란 미사여구를 곁들인 수준의 내용들만 나열돼 있어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한 부서의 경우 조직문화 혁신과제로 ‘동료와 업무내용 공유하기’, ‘전화는 내가 먼저 받기’가 올라있다.

또 어떤 부서는 ‘즐거운 직장 분위기 조성’을 추진하겠다며 이의 내용으로는 직원 생일 챙기기, 직원 단합 MT 시행 등을 실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직원 생일파티 해주기, 미혼직원 중매서주기, 공공물자 아껴쓰기, 직원회의 정례화 등도 혁신메뉴로 올라있다.

또 사업과 관련한 혁신내용도 마찬가지이다.

혁신이란 단어만 첨언됐을 뿐 그 내용은 종전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실제 한 부서의 경우 ‘경제살리기 업그레이드 추진’을 혁신과제로 내놓은 후 이의 내용에서는 지방언론 연계 경제살리기 동참 분위기 확산, 기관단체.종교계 공조체제 구축으로 범도민 확산 등의 내용을 적시하고 있다.

일반적 사업추진계획과 혁신사업의 차이점이 뭔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물론 사업추진방식을 전폭적으로 혁신하거나 방법을 개선하면서 예산절약을 도모하고자 하는 내용들도 일부분 들어있다.

# 갖다 붙이기식 '혁신' 곤란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일반적 업무와 혁신 그 자체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적어낸듯한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실망이 크다.

최소한 혁신이라 한다면 불필요한 사업추진 방식을 개선함으로써 예산절약을 추진한다든지, 낭비적.비효율적 요소가 있는 업무방식을 개선한다든지 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하지 않을까.

‘직원 생일파티 해주기’ 와 ‘미혼직원 중매서주기’ 등이 조직혁신 내용으로 포함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초딩(초등학생)’ 수준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혁신은 억지로 짜맞추기 해서 추진해서 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하고, 실천했을 경우 어느정도의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전검토도 있어야 한다. 원론적인 말이지만,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행정 혁신의 내용을 ‘양’으로 승부하려 하지 말고, ‘질’로 승부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행정혁신을 추진한다면서 백화점 나열식의 ‘양적 승부’에 집착하는 것은, 그 자체가 혁신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윤철수 편집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