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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노 대통령 해군기지 관련 발언에 대한 입장
[전문]노 대통령 해군기지 관련 발언에 대한 입장
  • 미디어제주
  • 승인 2007.06.2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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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2일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견해를 밝혔다.
비록,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이번 발언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대통령의 입장을 사실상 드러낸 것으로, 그 내용에 심히 유감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이에 우리는 이번 노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첫째, 노무현 대통령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국가가 필요한 필수적 요소”라고 하면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행정의 방향이 가고 있기 때문에 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이 내용이 대통령으로서 참으로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국가원수이자 국군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이 해군기지 건설문제를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다고 하는 것은, 향후에도 제주의 기지건설과 관련 여론추이에 따라 정부차원의 유동성을 드러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는 이미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제주사회의 혼란과 상관없이 행정절차적으로 결정된 일이기에 여기에 맡겨두겠다는 것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수장으로서 진정코 민의에 기반한 통치철학을 갖고 있다면, ‘행정의 방향’이라고 표현한 제주도지사 결정이 갖는 공적절차에 도 불구하고 오히려 확대되는 사회적 논란의 실체와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반영한 적극적인 해법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공식입장도 아닌, 간담회 비공식 답변형식으로 이뤄진 견해 수준으로 이를 매듭지어보겠다고 하는 태도는 제주도민에게 ‘불편한 모독’으로 밖에 다가오지 않는다.

둘째, 노무현 대통령은 이번 해군기지 관련 발언과정에서 스스로 분열적 평화관의 일단을 드러냈다.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를 갈망하는 국민적입장에서 매우 심각하고 불행한 일이다. 평화포럼 개막연설에서 노대통령은 “동북아 지역의 상호군비경쟁의 지속”을 걱정하면서, 이의 근본적 해소를 위해 6자회담이 동북아 평화안보협력을 위한 다자간협의체로 발전해 나가야함을 역설하였다.

그리고 이 협의체는 동북아지역의 “군비를 통제하고 분쟁을 조정하는 항구적인 다자안보협력체로서 기능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그럼에도 바로 한 시간 후에 제주해군기지 건설문제와 관련해서는 “무장과 평화가 같이 있는게 잘못이 아니다. 안심할 수 없을지 모르는 평화를 위해서도 무장“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제주도 해군기지건설을 합리화하고 말았다. 과연 노무현 정부가 구상하는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이 진정성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

이는 점증하는 미,일,중,러의 동북아 대결구도를 완화하고 균형자 노릇을 자처하면서도, 결국 군사력 증강으로 한미군사동맹에 기초한 ‘힘의 균형론’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던 지난 2005년 이른바 ‘동북아 균형자론’에서 보여준 노무현 정부의 딜레마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동북아평화협력 구상과 동시에 추진되는 제주 해군기지 문제는 이를 극명하게 대변하는 결정판이라 하겠다.

셋째, 노무현 대통령은 “미래에 있어 이상을 가질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역사에 있어 어떤 평화의 땅에도 비무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스위스 중립국도 무장없이 평화를 지켜가지는 않는다.”는 말로 사실상 본인이 직접 서명한 ‘세계평화의 섬 제주’는 허명에 지나지 않음을 시인한 결과를 보여줬다.

강조하건데, 제주 평화의섬 지정을 위한 지난 15년간 논의의 핵심은 바로 ‘중립화’와 더불어 ‘비무장’이었다. 국가전체의의 비무장을 논하는 것도 아니고, 동북아의 가장 민감한 고리에 위치한 제주를 한반도 정착과 동북아평화체제를 만들어가는 ‘평화지대’로 하자는 오랜 논의의 성과앞에서 해군의 필요에 의한 군기지의 요구에 단지 “무장과 평화가 같이 있는게 잘못이 아니다”고 가볍게 수긍해버리는 대통령의 발언은 평화이념과 철학, 신념의 부재를 그대로 보여준 것에 다름이 아니다.

이는 평화의 섬과 해군기지가 “양립 가능하다”고 한 지난 시기 정부대표(국무총리)등의 발언의 연장이기도 하지만, 선언 이상의 진지한 검토결과 하나 보여주지 못하는 무성의와 무책임의 연장이기도 하다. 이는 제주도민을 매우 기만하는 처사이다.

한편, 노대통령의 철학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도대체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통령에게 ‘나와 있는 정보’조차 파악해서 제대로 보고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였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대통령이 언급한 스위스는 이미 2002년 9월 중립국임을 포기하고 UN에 가입함으로써 보통국가가 되었다. 노대통령이 지적한대로 영세중립국의 대명사였던 스위스도 실제로 무장국가였다. 이에 비해 이미 1948년 군대의 폐지를 선언하였던 중남미에 위치한 영세중립국 코스타리카의 경우는 헌법을 통해 항구적인 제도로서 군대를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무장의 평화지대 실현은 노대통령이 밝힌것 처럼 ‘미래의 이상’이 아닌 것이다.

인구 360만의 작은 나라, 미국의 바로 무릎 앞에 있는 나라, 미국의 준식민지 국가인 파나마와 미국에 의해 좌절을 겪었던 니카라과의 틈바구니에 있는 나라, 미국의 집요한 압력에도 중립선언을 지켜내고 탱크와 기관총조차 단 1대도 보유하지 않는 나라 코스타리카는 그러나 중남미에서 가장 문맹률이 낮고 가장 소득수준이 높고 사회복지가 잘 갖춰진 나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는 코스타리카 역대 대통령들의 피눈물나는 비(非)군사정책에 대한 노력과 호소가 있었다.

1994년 국민 1인당 국방비 부담액 11달러(한국은 2006년 기준 약 48만원 수준)에 불과한 코스타리카는 국가예산의 1/3이 교육예산으로 투자되고 초등학교부터 평화교육에 주력해오고 있다.

군부파시즘의 경험, 잦은 분쟁과 내전, 근거리에서 전개된 미국의 군사적 지배력에도 불구하고 말 그대로 ‘평화의 땅’으로 60년 동안 존재해왔던 평화국가의 실체가 있음에도, 하물며 일국가도 아닌 한반도의 부속섬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공식지정해 놓고 이를 지키지 못하는 정부에 어떻게 신뢰를 보낼 수 있을까? 부끄러운 정부에 할말을 잃었을 뿐이다.

이제 제주를 법률적 근거를 동원하며 평화의 섬으로 지정해 준 정부도, 오로지 국가논리에 충실하고자 하는 제주도정에게도 평화의 섬 제주를 맡길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오로지 평화를 사랑하는 제주도민과 국민의 염원을 모아 우리들 스스로가 평화의 섬을 지키고, 이를 실현해나갈 것이다.

평화는 결코 이상적 가치나 허명의 논리가 아닌, 이미 국제적 트렌드요 실체를 갖는 외교역량의 방법론임이자 제주도를 살리는 미래의 길임을 평화를 사랑하는 도민들이 나서서 가르쳐 줄 것이다.


2007.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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