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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노무현 대통령, 평화포럼 기조연설
[전문] 노무현 대통령, 평화포럼 기조연설
  • 미디어제주
  • 승인 2007.06.2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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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제4회 제주평화포럼 개막식 기조연설
 
  존경하는 피델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
  카이후 토시키 전 일본 총리,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전 러시아 총리,
  그리고 김태환 제주지사를 비롯한 내외귀빈 여러분,

  제4회 제주평화포럼을 축하드립니다. 멀리 해외에서 오신 참석자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곳 제주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섬입니다. 항상 오고 싶고 한번 오면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곳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자치권을 누리고 있는 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59년 전, 제주는 냉전과 분단이라는 역사의 수레바퀴 아래서 수만 명이 희생당하는 엄청난 비극을 겪었습니다. 정부 차원의 진실규명작업은 반세기가 지난 뒤에야 이루어졌고, 2003년 저는 국가를 대표해서 불법한 권력행사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습니다. 그때 제주도민 여러분은 용서와 화해로 대답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이 불행했던 역사의 경험을 화해와 평화의 정신으로 승화시켜 나가기 위하여, 2005년 제주도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하고, 앞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선도하는 지역으로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이번 포럼을 계기로 제주도가 다시 한번 세계 평화의 섬으로 그 위상을 확고히 하고, 제주의 평화정신이 세계로 확산되기를 기대합니다.

  참석자 여러분,

  이번 회의의 주제는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입니다. 이것은 참여정부의 국정목표이고 외교안보정책의 기조이기도 합니다.

  제가 대통령에 취임하기 직전, 제2차 북핵사태가 터지면서 동북아시아의 안보환경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긴박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중유공급 중단에, 북한이 봉인해제와 IAEA 사찰단 추방으로 맞서면서 무력제재의 가능성까지 거론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목소리는 작년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10월의 핵실험을 계기로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참여정부는 그동안 상황을 침소봉대하지 않으면서 일관된 원칙에 따라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왔습니다. 평화주의 노선의 원칙을 확고히 세우고, 국내 정치적인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인내로써 적대적 행위를 절제하고, 대화와 설득으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이제 북핵문제는 평화적 해결의 길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최근 BDA 문제가 해결되면서 북한이 IAEA 대표단을 초청하는 등 2·13합의의 초기조치가 이행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6자회담도 조만간 다시 열릴 것이라고 합니다.

  남북 간 교류협력도 크게 증진되었습니다. 연간 왕래인원이 1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올해 교역량은 1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지금 개성공단에서는 1만5천여명의 북한 근로자가 우리 기업인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7만명 규모로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북한의 군사요충지였던 그 자리가 한민족 경제협력의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달에는 분단이후 처음으로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가 휴전선을 통과했습니다.

  이 모두가 안팎의 대북 강경기조와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핵실험이라는 대결과 긴장의 와중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최대한의 관용과 인내로써 북한과 대화하고 신뢰를 쌓아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참여정부는 앞으로도 이러한 대북 화해협력의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나갈 것입니다.

  참석자 여러분,

  참여정부의 평화정책은 멀리 보면서 가고 있습니다. 남북관계와 한미동맹이라는 현재의 좁은 틀이 아니라, 미·일·중·러 간의 관계 변화를 포함한 미래의 동북아 질서를 내다보면서 현재와 미래의 안보를 조화롭게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동북아에는 지금도 제국주의와 냉전에서 비롯된 역사적, 이념적 앙금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있습니다. 잠재적 대결에 대한 미·일·중·러 간의 불신과 불안이 이대로 지속될 경우, 상호간의 군비경쟁이 지속되고 더욱 더 가속화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지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북아의 대결구도를 근본적으로 해소해야 합니다. 동북아가 아무리 경제적으로 발전하더라도 평화의 공동체를 구축하지 못하면 문명의 중심이 될 수 없습니다. 자국만의 이익의 울타리를 벗어나 상호존중과 협력에 의한 공존의 질서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추진해온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 구상의 핵심입니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구상 속에서 북핵문제를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전반에 걸친 문제로 다루어 왔습니다. 단순히 핵을 폐기하는 차원을 넘어 동북아의 평화와 안보문제를 보다 본질적으로 해결해가는 계기로 삼자는 것입니다.

  저는 6자회담이, 북핵문제 해결 이후에도 북핵문제를 푼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동북아시아의 평화안보협력을 위한 다자간 협의체로 계속 발전해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협의체는 군비 경쟁 우려가 높은 동북아에서 군비를 통제하고 분쟁을 중재하는 항구적인 다자안보협력체로서 기능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희망을 이미 9·19공동성명에 담아 놓았습니다.

  동북아협력체제는 안보분야에만 머물러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물류·에너지 협력은 물론, 역내 자유무역, 통화금융협력으로까지 이어져 궁극적으로 동북아 경제공동체로 발전해가야 합니다.

  동북아의 미래를 위해 또 하나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한·중·일 간의 역사문제입니다. 무엇보다 역사문제를 대하는 일본의 인식과 자세가 달라져야 합니다. 과거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여러 차례의 사과를 뒷받침하는 실천으로 다시는 과거와 같은 일을 반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역사문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만큼, 경제공동체를 발전시켜나가면서 병행하여 해결해 내는 방도가 가능할 것입니다.

  참석자 여러분,

  EU의 발전과정은 동북아시아가 나아가야할 미래에 많은 시사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세계대전을 겪은 유럽이 헬싱키 프로세스를 통해 유럽안보협력기구를 만들고, 석탄철강공동체를 발전시켜 유럽연합을 만든 것은 우리 동북아시아에도 좋은 모범이 될 것입니다.

  또한 독일의 과거사 청산과 철저한 반성, 그리고 역사교과서 공동 발간 등은 동북아 국가들이 어떻게 역사문제를 풀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동북아에 EU와 같은 지역통합체가 실현되면 그야말로 새로운 역사가 열리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도 크게 이바지하게 될 것입니다.

  그 첫 걸음은 한반도에 평화구조를 진전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한반도 비핵화를 조속히 달성해야 합니다. 반세기를 넘겨온 정전체제도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할 것입니다. 또 북·미간, 북·일간 국교정상화를 촉진시켜 나가야 합니다. 지구상의 마지막 냉전지대인 한반도의 평화정착은 동북아 지역경제협력과 지역안보협력 구축의 토대가 될 것입니다.

  저는 동북아에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6자회담이 이룩한 ‘9·19공동성명’과 ‘2·13합의’를 반드시 이행해서 평화의 희망을 키워가야 하겠습니다.

  제주평화포럼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프로세스를 구체화할 수 있는 방안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이번 포럼을 준비한 제주도와 국제평화재단, 동아시아재단 관계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7년 6월22일

대통령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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