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고의 시간과 논쟁도 정치력이다"
"숙고의 시간과 논쟁도 정치력이다"
  • 장금항 객원필진
  • 승인 2007.06.16 06:19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칼럼] 장금항 전주 세광교회 목사

병인박해가 있던 1886년, 새남터에서 천주쟁이 남종삼(세례명, 요한)과 홍봉주(도마)가 순교한다.

극력 교인으로 온 가족을 처형하거나 노비로 삼고 가산을 몰수하는 노륙지전의 혹형을 받았던 이들에게 아들이 있었다. 남명희와 홍 모(이름 미상)였다. 이들도 아비의 죄를 따라 죽여야 했지만 나이가 너무 어려 전주감영에 수감되었다가 15~17세가 될 때까지 5년여의 세월을 수감시켰다.

전주감영에서 5년여의 세월을 보내면서도 그들은 배교하지 않고. 나이가 되자 발에 돌을 달고 전주천 초록바위 밑에 수장되었다.

콩나물국밥 먹고 구경 간 전주천 초록바위 밑의 수량은 남명희와 홍봉주의 아들이 수장되었을 만큼 풍부했던 그 때에 비해 개울 정도였다. 그러나 그들이 전주감영에서 살 길을 두고도 죽음을 기다리며 신앙의 절개를 지키기 위한 그들의 고뇌를 느끼기에는 충분한 곳이었다.

중독성이 강해 오히려 독서량을 떨어뜨리는 김 훈의 소설이 화제다. 병자호란 때 인조 임금이 피난 조정이 자리 잡았던 「남한산성」에서 주전파와 주화파의 논쟁과 말의 모사꾼 정명수와 쇠의 길을 순리로 믿는 서날쇠 등을 통해 삼전도의 항복을 결정하기까지 47일간의 잊혀진 공간의 말을 당대에 기초하여 재구성하였다.

몰락하는 출판업의 현실에서 벌써 10만부가 팔렸다니 유쾌하지 않은 치욕의 역사를 말로써 복원한 그의 문장력과 “아무리 치욕스러워도 사는 일은 경건한 것”이라는 종교적 도그마에 가까운 그의 충고가 놀랍다.

‘죽어서 아름다울 것인가. 살아서 더러울 것인가’라는 김 훈의 물음은 다분히 사변적이다. 질문자체가 삶의 의지를 전제로 한 것이고, 살아 있는 자가 겪어야 할 고난과 치욕의 날들에 대한 권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주천 초록바위 그 숭고한 천주교의 순교터에서 얻은 교훈은 신앙을 지키기 위한 칼날 같은 순교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배교하고 매제까지 고발하였던 정약용의 비겁한 삶의 애착이었다.

사실, 그리스도교가 세계 종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콜로세움에서 순교의 길을 택한 비장한 의지의 순교자들이 아니라 박해를 피해 흩어졌던 용기 없고 의지 없던 자들의 선행 때문이라는 것이 교회사의 오랜 결론이고 보면 ‘대의와 명분’을 강조하는 우리의 도식화된 세계관이 편협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살기 위해서는 가지 못할 길이 없고, 적의 아가리 속에도 삶의 길은 있을 것’이라는 주화파 최명길을 오독한 탓인지 대통령과 개방파들이 결국 한미 FTA를 체결하였다.

또 예상은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치졸한 방법으로 제주의 해군기지 부지도 결정되었다. 찬반은 항상 예정돼 있는 것이니, 결과에 따라 사는 일의 방향이 달라질 필요는 없겠고 이 사안에 중언부언 할 필요도 없겠다.

그러나 순교하기까지 5년여의 세월을 감옥에 갇혀 삶과 죽음의 길을 재었던 그 숙고의 시간과 항복하기까지 그 치열했던 주전파와 주화파의 논쟁은 기억되어야 한다. 논쟁과 지지부진함도 삶의 방식이고 정치의 수단 인 것을 인정할 때 정치력이 극대화된다. 그런데 제주도의 해군기지 부지 선정은 이러한 정치력을 스스로 포기하고 만 것이다.

어쩌면 해군기지의 폐해보다 지방자치시대에 지역의 정치력이 손상당한 것이 더 큰 문제일 것이다.


장금항 / 전주 세광교회 목사(미디어제주 독자권익위원)

# 외부원고인 '미디어칼럼'은 미디어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장금항 편집자문위원은 제주 상명교회 목사로 일하시다가 올해 4월 전주 세광교회로 자리를 옮기셨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한심한 동네 2007-06-17 11:43:32
그러니까 제주도가 이모양 이꼴이지.

다루 2007-06-16 14:19:04
올만에 재미있는 글 읽었습니다....
그리고 미친놈,, 니가 한심하다

정상인분 2007-06-16 12:36:44
난 기독교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저런 분이 기독교계에 많이 계시다면 정말 기독교에 굉장한 친밀감을 가지게될것같다.
해군기지는 치졸이 아니라 쥐새끼같이 결정한거지? 않그런가?
국가집단도 당연히 치졸하기도하고 좆같기도 하지
국가집단이 뭐 대단한 성인집단인가?\
종교인으로서 굉장히 순수한 분이로 판단되어짐

미친놈 2007-06-16 11:55:52
한심한 놈이 목사하고 있으니 올바른 기독교가 욕먹는 거야
해군기지가 치졸하게 결정되었다고? 미친놈. 너는 치졸한 방법으로 해군기지 반대 안했냐
국가집단을 치졸하다고 일컷는 것은 병신 아니면 돌아이지, 아니면 간첩이든지...
어떻게 종교인으로서 순수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