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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 없이 '위법 여론조사' 확인
계약서 없이 '위법 여론조사' 확인
  • 한애리 기자
  • 승인 2007.06.11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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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무조사委, 11일 해군기지 여론조사 과정 조사
계약서 'NO'...대천동 표본서 용흥마을 아예 빠져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사무조사위원회는 11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2층 소회의실에서 사단법인 제주지방자치학회 관계자를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시킨 가운데 행정사무조사를 벌였다.

이날 행정사무조사에는 이종만 제주도 해양수산본부장장 등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증인으로 출석하고 사단법인 제주지방자치학회 김성준 교수가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행정사무조사 소위원회 의원들은 여론조사 계약관계에 있어서 원계약자인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지방자치학회간 해군기지 여론조사에 따른 별도의 계약서 없이 진행된 배경 등을 집중 질의했다.

# 행정사무조사위원회, 계약서 없는 해군기지 여론조사 '확인'


제주도가 제주도의회에 제출한 자료중에는 2006년 12월 제주도와 제주지방자치학회간에 체결한 위탁업무계약서가 있다. 이 자료를 보면 위탁업무는 해군기지 관련 도민 대토론회 개최(제주발전연구원), 도민의견 수렴 전반 등이다. 소요예산은 도민대토론회 1800만원, 의견수렴 업무 2200만원 등 총 4000만원이다.

제주도에서는 지난해 12월 당시 위탁업무 계약에서 도민의견 수렴 전반을 수행하는 포괄적인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했고, 그 계약 안에 여론조사 내용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별도의 계약이 필요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5월 초 실시된 해군기지 여론조사의 소요경비는 1억원.
지난해 12월 체결한 업무위탁의 '도민의견 수렴'과 올해 5월 위탁된 업무의 '여론조사'는 소요경비에서부터 차이가 있고, 계약서 내용상 연장선상의 업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게 도의회의 시각이다.

이날 행정사무조사 소위원회는 제주도와 제주지방자치학회가 별도의 계약없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을 확인했다.

오옥만 의원이 최종적으로 "여론조사와 관련해서 별도의 계약서가 없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대해 김성준 교수는 "당시 제주도에서 구두로 해달라고 해서 계약서는 없다"고 대답했다.

장동훈 의원은 "'공공기관 위임.위탁에 관한 조례'가 있다"면서 "관련 조례와 규칙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어긴 것은 분명한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오영훈 의원도 "위탁업무이든, 계약업무이든 1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위탁업무계약 체결하지 않고 집행이 가능하느냐"고 물었다.

이에대해 고상진 총무과장은 "위탁업무를 진행할 때는 상호협약이 이뤄져야 한다"고 답변했다.

#  "검수과정 없는 여론조사 발표, 엄연한 직무유기"

행정사무조사 소위원회는 이날 참고인 및 증인조사를 통해 검수과정 없이 해군기지 여론조사를 발표한 것도 문제 삼았다.

김 성준 교수는 "13일 한국갤럽으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이메일로 받았다"면서 "(제주도에서)완료시점이 되면 빨리 보고싶다고 해서 1, 2차 자료를 빼서 13일 제주도에 전달했다. 그러나 13일이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공무접수는 14일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최종 보고서와 CD는 14일이 넘어서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이 에대해 오옥만 의원은 "표본추출이 잘 되어 있는지, 결과가 유효한지, 과학적인지 검수과정이 빠진 여론조사를 결과를 55만 제주도민들에게 발표할 수 있느냐"면서 "초보자 눈에도 보이는 문제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엄연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 모집단 연령 '오락가락'...해군기지 여론조사 신뢰도 '추락'

오 옥만 의원은 또 그동안 제주도로부터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5월 14일, 자료제출 요구(서면질의)를 통해 개별적으로 받은 5월 25일, 행정사무조사에 따라 제출받은 6월 4일 등 모두 3회에 걸쳐 전해받은 자료 내용의 '불일치'를 지적하면서 제주도가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오 의원은 "5월 14일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해군기지와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당시 모집단 연령은 '제주도에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 남녀'로 돼 있다"면서 "5월 25일 받아본 자료에 역시 1, 2차 모집단 연령이 14일과 마찬가지로 '제주도에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 남녀'로 돼 있지만 행정사무조사를 위해 받아본 자료에는 1차 조사 모집단은 '만 19세', 2차조사 모집단은 '만 20세'로 돼 있다"고 지적했다.

오 의원은 "한국갤럽에서 제출한 최종보고서 문건에서도 1차 조사 모집다는 '만 19세', 2차 조사는 '만 20세'로 돼 있는데 최종 보고서 CD원본 역시 1, 2차 모집단을 '만 19세' 로 하고 있는 등 내용이 모두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최근에야 모집단이 하나로 통일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전달자 입장이 소홀했다"고 말했다.

# 대천동 용흥 마을 표본에서 제외

행정사무조사 소위원회가 지적한 여론조사의 허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오옥만 의원은 "여론조사 대상 마을 중 대천동의 경우 강정, 도순, 영남마을을 대상으로 표본추출이 이뤄졌는데 용흥동이 가장 큰 마을인데 용흥 사람이 단 사람도 없다"면서 "대천동이 어떤 마을로 이뤄졌는지만 알고 있어도 쉽게 알 수 있는 내용들"이라고 말했다.

오 의원에 따르면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 표본 중 대천동에서 세번째로 인구가 많은 용흥마을이 제외됐다.

원래 대천동은 강정, 월평, 도평, 용흥, 영남으로 이뤄져 있지만 영남마을이 4.3 당시 사라진 마을이기 때문에 실제 마을은 4개 마을이 된다.

그러나 이번 해군기지 관련 여론조사는 강정, 월평, 도평마을만 대상으로 실시됐다.

장동훈 의원도 "용흥동이 빠졌다는 것은 여론조사에 굉장한 불신뢰를 가질 수 있다"며 "마을 하나가 빠진 것은 여론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용흥동에 대한 여론조사 재실시 여부를 물었다.

이종만 해양수산본부장은 "여론조사는 정책결정을 위한 참고자료일 뿐이며, 용흥동에 대한 여론조사 재실시 용의도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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