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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국제관광지 한복판의 '초가괴담?'
<현장취재> 국제관광지 한복판의 '초가괴담?'
  • 조형근 기자
  • 승인 2005.05.23 17:18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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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문민속어촌박물관 장기간 방치되면서 '흉물화'

천제연폭포의 맑은 물이 바다와 만나는 포구에 위치한 마을, '별이 내리는 내'라는 뜻의 일명 '배릿내'는 포근한 어촌마을의 정감을 더하게 한다.

어촌마을의 정감을 짙게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와 아프리카박물관, 중문해수욕장, 퍼시픽랜드 등 현대화된 관광시설이 즐비해 있는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의 중앙에 자리한 배릿내.

이 배릿내에는 몇해전 예전의 어촌마을의 전형을 그대로 재현한 '중문민속어촌박물관'이 들어서 관광객들에게 선보였다.

조용한 포구앞에 옹기종기 들어선 28채의 초가집과 제주돌담길.

초가집옆 한켠에는 재래식 변소인 '통시'에서 꿀꿀거리며 튀어나온 시커먼 '도새기'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등 배릿내의 중문민속어촌박물관은 중문관광단지의 주요 관광지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이후 이곳은 행정당국과 사업자가 안일하게 방치하면서 국제관광지인 중문관광단지의 '흉물'로 변모하고 있다.

세련된 건축미학을 자랑하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앞에 위치해 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마치 '전설의 고향'에서나 등장할 만한 소름끼치는 흉칙한 모습을 한채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중문관광단지의 '초가괴담'?
지난 22일과 23일 본지 취재팀이 현지 확인 결과 중문민속어촌박물관은 이미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눈살을 찌루리게 했다.

예전에 박물관 정문으로 쓰였던 곳으로 추정되는 입구에는 사람들이 통행을 하지못하도록 일부러 막아둔 것인지, 횟집 등에서 사용하는 커다란 수족관과 폐타이어 등의 폐기물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입구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본지 취재팀은 방파제가 위치한 해안가를 따라 박물관 동쪽으로 가 보았다.

첫번째 만난 초가집은 금방이라도 귀신이 튀어나올 것 같이 흉흉한 모습을 하고 있다.

초가지붕은 내려앉을 것 같은 형상에, 지붕을 받치고 있고 문과 받침대들은 바람에 뜯어진 듯 이리저리 나뒹글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관광객 김철연씨(37. 대구 수성구)는 "(박물관 동쪽에 위치한)횟집에 식사하러 왔다가 이 초가집을 봤는데, 박물관이었다는 생각은 하지못했고 예전에 사람이 살다가 이제는 폐가가 되어 방치되는 줄만 알았다"며 "국제관광지의 중심가에 이러한 곳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박물관 내 돌담길로 들어서자 장기간 관리가 안돼 있었던 듯, 덩굴들과 잡초들만 앙상하게 자라 있었다.

또 일부 초가집의 방과 고팡 등으로 쓰였던 문에는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려는 듯 못질이 돼 있었고, 또다른 초가집 내부에는 공사용 자제들로 가득차 있었다.

한마디로 중문민속어촌박물관은 1년전까지 관광진흥법상 박물관으로 허가받아 운영되던 곳이었다는 생각은 할 수 없을 정도로 '흉물' 그 자체였다.

#인터넷 정보로 낭패를 본 관광객들
얼마전 본지에 제보전화를 해온 김모씨(서울)는 "인터넷을 통해 이곳에 대한 관광정보를 얻었다가 큰 낭패를 봤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가족들과 제주관광을 계획하면서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이곳에 대한 장황한 설명이 있어 이곳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물어 물어 배릿내 포구까지 왔으나 중문민속박물관이라는 간판은 찾아볼 수 없었고, 흉물스런 초가집들만 즐비해 있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이곳이 바로 그곳이라는 설명을 듣고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해서 박물관이 운영을 중단했는지는 모르나 흉물스럽게 방치하고 있는 것은 관광도시행정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최소한 폐기물이라도 깔끔하게 치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사업자-당국 '나 몰라라'

이 중문민속박물관은 종전 전통호텔업인 씨빌리지에서 운영하다, 지난해 새로운 사업자가 호텔을 인수하면서 운영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호텔 관계자는 "지난해 6월쯤인가, 종전 호텔을 인수하면서부터 박물관 운영이 중단됐는데, 아직 이 박물관을 다시 운영할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서귀포시 중문동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호텔에서 인수했기 때문에 뭐라고 얘기하지 못한다"고 밝히고, 입구에 방치된 대형 폐기물과 관련해서는 "현장을 한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제주도 당국 역시 서귀포시에서 관할할 문제라도 책임 회피에 급급해했다.

이처럼 사업자와 관계당국이 서로 '나 몰라라'하는 식의 책임회피로 관광중심지속의 '흉물'은 장기간 방치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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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렬독자 2005-05-25 10:15:21
제주의 문화가 가장 잘 살아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초가 건축물이라고 한다.
어느 한 예술인은 중문에 있는 초가 단지를 도민들이 매입해 이를 보존하는 방법은 없느냐고 고민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안타까웠다.

문제를 제기한 미디어제주가 사라지는 전통초가에 대한, 그 나마 온전히 남아있는 초가집에 대한 보존 방안(복원이 아니다)을 제시했으면한다...

박정희 2005-05-25 08:36:58
담쟁이는 담쟁이라고 해주세요...

초가괴담 2005-05-24 12:00:28
공무원과 사업자의 안일한 자세가 큰 문제인듯.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보존방안이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뭔가 문제이다.
제3자가 나서서 해결할 문제는 아닌듯

독자의 눈 2005-05-24 11:22:48
흉물?...초가괴담?..

제주의 몇 안되는 전통초가인데...복원 방안을 제시하진 못하고...

아예 없애자는 건가? 그나머 온전히 남았는 수십채의 제주초가를 포크레인으로 밀어버리자는 의도인가?

관광제주에 걸맞는 발상이 필요한 것 같다..

도심속, 상가속 폐가가 아니다.

한때 어촌민속박물관으로 이용됐던...우리 제주만의 초가다.

사업자가 '전통' '문화' '관광'에 대한 진정한 마인드가 없어...

그 곳까지 생각이 못미치고 있어.. 방치되고 있는 것인데

후속 취재를 통해 보존방안을 고민하라

바다인 2005-05-24 09:09:04
거기가 아마 퍼시픽랜드 요트사업하는 포구가 맞을거에요
얼마전 요트한다고 해서 그곳에 가봤는데, 운영중단된 박물관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있었던 폐가가 방치된 것으로 알았어요.
기사 읽어보니 그게 아닌가뵈네.
관광객 상대로 장사하다 시원치 않으니까 그대로 내버려둔 꼴이네요.
그것도 중문관광단지 중심적 위치에 자리잡은채로.
그곳말고도 주변에 보면 공사하다가 중단된 곳 많아요.
중문관광단지 겉모습만 화려했지,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투성이.
서귀포시청은 도대체 뭘하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