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3 17:06 (화)
"독재시대에는 '유언비어 유포죄'가,
특별자치시대에는 '비방죄'가 무서워"
"독재시대에는 '유언비어 유포죄'가,
특별자치시대에는 '비방죄'가 무서워"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7.05.27 10:4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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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트논단] 제주시당국의 위법현수막 행정조치 논란

1985년 5월18일 저녁 제주시 중앙로에서 횃불을 들고 광주사태 진상규명을 외치던 제주대학교 4학년 학생 2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들은 이틀간 조사를 받은 뒤 즉심에 넘겨져 각 구류 15일에 처해졌다.

죄명은 경범죄처벌법 중 유언비어 날포죄다. 그들이 유언비어를 날포했다는 내용은 "광주사태 진상 규명하라"였다.

이에앞서 같은해 2월 국회의원 총선거 유세가 열리던 제주시 광양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유인물을 뿌린 제주대학교 4학년생인 여학생 3명(이중 한명은 오옥만 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도 경찰에 연행돼 경범죄처벌법 중 유언비어 날포혐의로 구류처분을 받음과 동시에 대학에서는 유기정학과 근신처벌을 받았다.

이들이 날포했다는 유언비어의 내용을 과거 신문지상에 발표된 보도기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12대 총선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란 유인물에서 "오늘의 현실은 유신체제의 반민주적 요소가 일소되기는 커녕 오히려 심화되고 있고 국민의 자유는 더욱 위축되었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앞의 '광주사태 진상 규명하라'와 '반민주적 요소가 오히려 심화되고 국민의 자유는 더욱 위축되었다'는 내용이 유언비어에 포함된 이유는 무엇일까.

유언비어란 민중 속에서 발생하여 전달되는 근거없는 소문을 말한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기도 하고 매스미디어를 통하여 전파되기도 한다.

과거 경범죄에서는 정권유지차원에서 '유언비어 날포죄'가 엄격하게 적용됐다. 마땅한 죄명이 없으면 무장 '유언비어 유포죄'다. 유언비어인지 진실을 말하는 것인지도 구분할 필요없이, 정권유지에 방해가 되는 듯하면 유언비어 날포죄가 어김없이 적용됐다.

#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집행과정의 '잣대' 언제나 논란

오늘에 이러 현행 경범죄의 종류는 40여가지에 이른다. 빈집에 들어가거나 건조물, 배, 자동차안에 숨어들어가면 '빈집 등에의 잠복'혐의가, 자격이 없으면서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제복·훈장·기장 그 밖의 표장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사용한 사람은 '관명사칭 등' 혐의가 적용되어 처벌을 받는다.

사람이 마시는 물을 더럽히거나 그 사용을 방해한 사람은 '음료수 사용방해' 혐의가, 담배꽁초나 껌, 휴지, 쓰레기, 죽은 짐승, 그밖의 더러운 물건이나 못쓰게 된 물건을 함부로 아무곳에나 버린 사람은 '오물방치'혐의로 경범죄 처벌을 받는다.

뿐만이 아니라. 길이나 공원 등에서 침을 뱉거나 대소변을 보는 행위, 개 등 짐승을 끌고와 대변을 보게하고 이를 수거하지 아니한 사람도 경범죄 처벌대상에 해당된다. 음주소란은 물론이고, 불안감을 조성한 이유만으로도 경범죄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굴뚝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속이 훤히 드러다 보이는 옷을 입고 다녀도 '과다노출'혐의로 처벌된다.

급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한 때에 그 곳에 있으면서도 정당한 이유없이 공무원이 도움을 청하여도 이에 응하지 아니한 사람도 '공무원 원조불응'혐으로 처벌된다.

사실 경범죄는 그 법의 시행취지에도 불구하고, 적용과정에서는 '형평성' 또는 '잣대'의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어느 것은 적용되고, 어느 것은 모른체 하고, 그러다 보니 경범죄 처벌대상이 된 사람들은 억울해하기 일쑤다.

위에서 언급한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유언비어' 적용사건을 오늘에 비춰볼 때, 당시 유언비어 유포혐의로 유치장 살이를 했던 사람들은 정말 억울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광주사태 진상규명을 촉구한 것이 왜 유언비어 날포이며, 국민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고 울부짓는 것이 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처럼 매도당했던 것인지, 오늘의 시점에서 과거 사건을 되짚어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점들이 수두룩하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정권은 언제나 체제유지 차원에서 법의 잣대를 내밀어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정권이 마음대로 휘두르던 법의 잣대는 민주주의가 성숙되면서 '국민의 잣대'로 돌아오고 있다. 국민의 눈과 귀가 곧 잣대의 기준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제주시당국의 현수막 업체 엄포는 '지나친 월권'

그런데 최근 제주시 당국이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독선적 잣대'를 들이밀며 행정제재를 가하려고 하고 있어 눈총을 사고 있다. 해군기지 논란과 관련해 제주도정을 강하게 규탄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건 민주노동당 제주도당에 현수막 철거 계고장을 전달했는가 하면, 현수막 제작업체에는 전화를 걸어 '김태환 퇴진'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제작할 경우 처벌받을 줄 알라고 엄포를 놓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제주시당국은 두가지 점에서 분명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첫째, 민주노동당 제주도당 건물외벽에 걸린 현수막의 '위법성'을 설명하면서, 그 행정제재의 잣대를 공평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시 당국의 말이 맞다고 치자. 그들의 말을 빌려, 현행 옥외공고물 등에 관리에 관한 조례에 명시된 제15조 현수막 표시방법에서 벽면 현수막의 경우 일정규모 이상의 대형건물 외에는 내걸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고 치자.

현재 제주시내에서 민주노동당 외벽에 걸린 현수막처럼 비슷한 크기, 그리고 어떤 요구나 주장, 의견 등을 담은 현수막이 내걸린 곳이 유독 이곳 한 곳 뿐인가. 특정 정치문제가 있을 때에는 각 정당에서도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특정건물의 현수막만 갖고서 위법성을 논하는 것은 '사심 가득한 행정행위(?)'이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두번째, 제주시 당국이 현수막 제작업체에 전화를 걸어 '김태환 지사 퇴진' 등과 같은 현수막을 제작하면 행정제재를 받을 줄 알라며 엄포를 놓았던 행위는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지나친 월권이다. 해당 공무원은 '비방문구이기 때문'이라고 변명을 하지만, 비방과 사실적시 간의 정확한 기준점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비방이라고 판단했는가.

#도민들이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인가...공무원 사고부터 변해야

'김태환 지사 퇴진'이란 주장이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도 일을 잘못하면 '대통령 퇴진' 촉구현수막도 각종 집회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그 모든 것이 위법하다는 것인가. 의사표현 자체를 갖고 '비방'이란 억지규정을 들어 행정조치를 해 나가는 것은 과거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다. 특별자치도의 공무원 사고수준이 고작 이 정도인가 한심스러울 따름이다.

그럴듯한 포장으로 '뉴제주'를 여기 저기에 갖다 붙이면서 도민들을 변화시키려고 하지말고, 진정 시급히 바뀌어야 할 대상은 '공무원들의 구시대적 사고'가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한다. 도민들은 공무원들이 부르짓는 뉴제주운동의 대상물처럼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윤철수 대표기자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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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 2007-05-27 18:31:45
김 어른의 퇴진을 노래하는 이유만으로
밥을안주겠다는 공직자들의 아우상은 누가들어도 양아치의 노래라오
이해는 하오 얼마나고통 스럽게쏘
삼십여일남은 기간에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전부다이해하오
조금만참으시오 양아치보다 더 무서운 대법관 들의 심판을...

소섬 2007-05-27 18:18:04
섬에서 태어나 소태우리 하며
열심히 살아왔주 좁살밥이나 반직이 밥 유채나물
고맙게 살아신디 존경하는도백 그밑에서 좁쌀처럼 어지러운 나방들이
섬에서 태어난이유 하나만으로 불쌍한 제주인들을 전선으로전선으로 나가라하네
그래우리들은 언제나 제주역사속에 한페이지처럼 제주에서 죽어가마
너희들이사랑하는 도백과 같이 조용하게군사기지 만들어놓은 아메리컨 51번 하와이
그곳에서 살려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