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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 작전' 성공이 그토록 뿌듯한가?
'기습 작전' 성공이 그토록 뿌듯한가?
  • 미디어제주
  • 승인 2007.05.1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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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 특별자치도 출범 후의 해괴한 '행정행태'
한마디로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용의주도함을 보였다. 건너편에 있는 의회도 속이고, 언론과 도민도 속였다.

'여론조사 발표 오늘 아니다', '잘 모르겠다'고 일관하던 제주도 고위간부공무원들이 '거사' 20분전에야 각 언론에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발표하고, 속전속결로 업무를 마무리했다.

그 중심에는 김한욱 행정부지사가 있었다. 이날 김한욱 행정부지사는 외교통상부 업무협의차 오전 9시15분 상경했다가 저녁에 귀임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날 상경하지 않았다. 내내 간부공무원들이 행정부지사실을 들락거렸다. 오후 1시를 전후해 김한욱 부지사는 간부공무원들을 불러 모아 무언가를 숙의했다. 부지사실에서 빠져나가던 한 간부공무원에게 "해군기지 여론조사 결과 발표 때문이냐"고 묻자 아니라고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오후 1시30분, 제주도청 기자실에 남아있는 기자는 몇명에 불과했다. 이날 오전 양대성 제주도의회 의장이 여론조사 결과발표를 유보해달라는 공식 요청이 있었고, 점심시간 후 김태환 제주지사가 양대성 의장을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여론조사를 발표하겠다는 언급은 전혀 없었다.

이 때문에 도의회와 각 언론에서는 여론조사 발표가 14일이 아닌 15일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물론 이상한 기운이 감돌았다. 오전 11시를 전후해 난데없이 제주도청 출입문이 일제히 봉쇄된 것이다. '시민단체'라는 말만 들어도 노이로제를 보이던 제주도가 즐겨쓰는 방법이 '출입문 봉쇄'다. 출입문이 봉쇄되면 민원인이건, 일반 도민이건 아랑곳없이 냉대하는 김태환 도정의 이러한 행태는 과거 민선 1기와 2기 때도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방법'이다.

이러한 '출입문 봉쇄'가 있을 때면 시민단체와 민간단체를 전담하는 담당부서 공무원들도 '뉴제주운동'의 취지는 싹 잊은 듯, 도민을 무시하고 괄시하기 일쑤다. 바로 이같은 행태가 14일 오전에도 나타났다.

왜 출입문을 봉쇄했는지 청사경비 관계자에게 물어봐도, 대답은 한결같이 '해군기지 반대단체 사람들이 몰려올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하지만, 오후 2시가 넘어서야 그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제주도의 '계획적인 작전'이었던 것이다. 제주도는 의회도 속이고, 언론도 철저히 속였다.

야비하고 기만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해군기지는 꼭 유치하고 말겠다는 '독선'을 드러낸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양대성 제주도의회 의장도 크게 분개해 했다. 이날 여론조사 발표가 이뤄지자 양대성 의장실 주변에서는 큰 소리가 오갔다. 발표를 할 계획이었으면, 최소한 도의회 의장인 그를 면담한 김태환 제주지사는 귀띔이라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성토였다.

김한욱 부지사를 중심으로 해 '치졸한 작전'을 전개한 제주특별자치도 간부공무원들이 이번에는 의회를 무력화시키고 또다른 로비를 시도 중에 있다. 15일 오후 열릴 예정인 제주도의회 전체의원간담회를 앞두고, 의원들이 강경한 입장을 내지 못하도록 각개격파식 '여론 무마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실제 여론조사 발표 직후, 의원들은 제주도 간부공무원들로부터 전화가 일제히 걸려왔다고 한다. 먼 곳까지 직접 찾아가겠다며 읍소하는 공무원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보면 14일 오후 1시를 전후해 김한욱 행정부지사실에 모인 간부공무원들이 각 의원별 담당공무원을 전담하고 개별 설득노력을 전개키로 중지를 모은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가 절차상 전혀 문제가 없고, 여론조사를 선택한 방법이 최선이었다고 자처한다면 왜 '기습적 발표'는 했고, 그토록 치졸한 방법의 '여론 무마작업'을 벌이는가.

제주도당국의 이같은 행태는 '떳떳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격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전후한 제주관가(官街)에 전에 없던 '출입문 봉쇄'와 '눈속임'이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면서 진정 제주도정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혼란스럽다.

이유야 어쨌든, 제주도정은 자신들의 행정행태에 대해 다시한번 잘 생각해봐야 한다. 설령 해군기지 여론조사 발표가 옳았다 하더라도 그 일련의 과정도 과연 떳떳했는지 자문해 봤으면 한다. 캐치프레이즈는 멋있고, 말은 그럴싸한데, 정말 특별자치도의 정신은 무엇인지 혼란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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