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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해군기지 양해각서 공개, 파장과 전망
[해설] 해군기지 양해각서 공개, 파장과 전망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7.05.09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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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합의 없다'던 도정 신뢰성 크게 실추
2차 여론조사 앞두고 해군기지 논란 '새국면'

‘제주 해군기지사업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안)'이 9일 전격 공개되면서 제주사회가 해군기지 논란과 관련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이 문건이 공개되자 그동안 '사전 협약은 없다'고 누차 강조해오던 제주도당국은 그 의심의 중심에 서게 됐다. 이 문건이 설령 완전한 합의가 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첨삭을 하거나 자구수정을 한 흔적 등을 미뤄 볼때 국방부와 제주도당국이 해군기지 건설을 전제로 해 협의를 해 왔다는 것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9일 오후 2시 기자회견을 통해 이 문건을 전격 공개한 제주도군사기지반대 도민대책위원회 는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제주도당국으로부터 입수했다고 밝혔다.

문건의 맨 마지막 장에는 '국방부 장관 김장수, 방위사업청장 이선희(이상 오른쪽에 적시), 제주특별자치도지사 김태환, 주민대표 000(이상 왼쪽에 적시)'라는 협약 당사자의 이름이 게재돼 있다.

국방부 장관과 방위사업청장의 직함과 이름이 왼쪽 측면에 적시돼 있고, 김태환 지사와 주민대표 이름이 오른쪽에 적시된 것을 미뤄볼 때 최초 작성자는 국방부일 것으로 추정된다.

양해각서안의 내용을 보면 제1조(목적)에서는 "본 양해각서는 국방·군사시설 사업에 관한 법률시행령 제1조 2에 따라 제주도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려는 사업과 관련하여 국방부(해군)와 제주도간에 합의 사항을 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제주도당국이 5월내에 TV토론회를 전후한 2차례의 여론조사를 통해 정책결정을 하겠다고 누누히 밝혀왔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해군기지 건설을 전제로 해 정책추진을 해 왔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제주도당국의 경우 행정신뢰성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제2조(합의 범위)에서는 "본 양해각서에서 정하는 합의 사항의 범위는 모슬포 알뜨르기지의 제주도 이양, 공군 남부탐색구조부대 설치, 지역개발사업지원, 군사시설 보호구역 설정 및 피해보상 등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또 제3조(알뜨르기지 이양 및 남부탐색구조부대 설치)에서는 "1.국방부는 모슬포 알뜨르기지 소유권을 법적인 절차와 제주도와의 협의를 거쳐 제주도에 이양한다. 2.제주도는 공군 남부탐색구조부대가 제주도에 설치될 수 있도록 부대창설 소요 부지와 함께 비행 활주로, 착륙대, 유도로 등을 제공한다. 3.알뜨르기지 제공과 공군 남부탐색구조부대 설치에 필요한 부지 및 활주로의 제공은 국방부(공운)와 제주도간 기부대여 또는 교환의 방식에 따라 추진한다."로 적시했다가, 제3항의 경우 줄로 그어 삭제한 흔적이 남아있다.

제4조(지역개발지원사업 및 주민지원)는 "1.제주해군기지 건설지역에 해당지역 주민과 지역발전을 위해 기지건설과 연계되는 범위내에서 700여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고, 해군기지 배후도시에 체력단련장(골프장 18홀) 및 해군호텔 등 500억원 규모의 군 복합휴양시설 건립을 추진한다. 2.지역개발지원사업 목적·성격은 전력투자비로 집행 가능한 범주이어야 하며, 해군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각종 복지시설·체육시설 등을 포함하되 구체적인 사업내용은 국방부(방위사업청, 해군)와 해당지역 주민이 협의하여 추진한다. 3.제주도민에게 해군기지에 설치되는 편의시설(민영 위탁시설)의 운영권을 우선적으로 부여하고, 군 운용 편의시설의 직원채용은 해당지역 주민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이중 '해당지역'은 '00지역'으로 자구수정됐으며, 맨 마지막 3항의 문구 중에서는 '해당지역 주민을'을 '주민을'으로 수정됐다.

또 볼펜으로 4항을 표시했다가 내용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 부분과 관련해 제주도가 추가적인 사항을 기재하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

제5조(군사보호구역 설정 및 피해보상)는 "1.국방부(해군)는 군사보호구역을 설정함에 있어서 군사보호법 4조에도 불구하고 그 범위를 육상으로는 해군기지 울타리 내, 해상으로는 군전용으로 조성되는 방파제 내로 정하며, 해군기지 외곽 및 군전용 방파제 외고가의 재산권 행사 등 제반 권리에 대한 제약을 하지 않는다. 2.국방부(해군)는 기지 울타리 및 방파제 바깥에서는 영농·어로·건축 활동 등의 포함한 행동 규제하지 않는다. 3.피해보상은 주민들이 추천하는 감정평가 업체를 포함하여 피해보상 규모 및 범위를 산출토록하고,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관련법이 정하는 한도내에서 최대한 보상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중 1항과 2항의 말미에 적힌 '않는다'는 볼펜으로 삭제돼 있어, 그 연유에 궁금함을 갖게 한다.

#여론조사 강행되더라도 도민사회 불신으로 작용할 전망

그런데 이 문건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유출되었는지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해군기지 논란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미 1차 여론조사와 8일 시청률이 최고로 저조한 시간대에 맞춰(?) TV토론회까지 강행한 제주도당국이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지 못할 경우 2차 여론조사가 설령 강행되더라도 행정정책결정 과정상의 큰 오점을 남기게 돼 도민사회의 불신으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내면 합의는 절대 없다', '솔직하게 도민에게 의사를 묻고 정책을 결정하겠다'던 김태환 제주도정은 이 문건이 전격 공개됨에 따라 납득할만한 해명을 할 상황에 처해 있다.

만약 이 상황에 대해 적절하게 해명하지 못한다면, 김태환 제주도정의 행정신뢰성은 크게 실추됨은 물론, 앞으로 해군기지 정책결정을 하는데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최악의 국면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덕상 환경부지사 "약속한 내용에 대한 신뢰도 높이기 위해 국방부가 작성해 보내온 것"

이에대해 제주도가 이날 오후 4시 해명에 나섰으나 원본공개 등은 미루면서 의문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유덕상 제주특별자치도 환경부지사는 "군사기지 대책위가 공개한 양해각서는 제주도가 작성한 것이 아니지만..."이라며 국방부에서 보내왔음을 밝혔다.

유 환경부지사는 "군사기지 대책위가 공개한 양해각서는 제주도가 작성한 것이 아니라, 국방부가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사전 공개하고 약속한 내용에 대해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작성한 초안으로 5월 7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보내온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협의도 되지 않은 상태의 문건을 (반대대책위가) 정상적이지 않은 경로를 통해 확보하고 이를 마치 국방부와 제주특별자치도가 모종의 거래를 하고 있다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본을 공개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는 난색을 표했다. 유 부지사의 말대로 국방부가 사전에 공개하고 약속한 내용에 대해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면 원본을 당장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어쨌든 제주도당국은 원본공개는 뒤로 미뤘다.

유덕상 환경부지사는 이날 오전 'MOU는 없다'고 말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해명하지 않았다.

이번 문건공개를 계기로 해, 국방부가 이 문건을 작성했다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제주도에 보내온 것인지, 아니면 사전에 교감이 이뤄져 보내온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일고 있다. 이미 제주도에서는 여론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해군기지를 국방부의 요구대로 수용하겠다는 전제가 깔린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책결정 방식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고, 그러한 가운데 제주도가 여론조사를 강행하고 있는 와중에 느닷없이 터져나온 이번 내부문건 공개가 앞으로 해군기지 논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도민사회가 다시 긴장감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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