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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조사, 합리적 정책결정 수단일 뿐"
"공론조사, 합리적 정책결정 수단일 뿐"
  • 황용철
  • 승인 2007.04.22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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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황용철 제주대 경영학과 교수
제주 해군기지 여론조사의 방향에 대한 견해

제주 해군기지 설치와 관련하여 최근 제주특별자치도가 여론조사 계획을 발표하고 난 후 여론조사 방식이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적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그것은 해군기지설치관련 정보제공 등의 부족으로 공론조사가 필요하며, 지역별 의견 중요도를 반영할 수 있는 가중치를 이용한 차등적 여론조사의 필요성 제기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주요 쟁점에 대해 전문가로서 몇 가지 지적해보고자 한다.

첫째 공론조사의 현실적 제약과 한계이다. 참여정부 들어 주요 정부정책이나 국가 현안문제에 대해 공론조사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공론조사가 기존의 여론조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인식되어지고 있다. 이론적으로 공론조사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면서 특정 현안에 대한 보다 신중하고 믿을 수 있는 여론을 살피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2005년에 재경부가 8.31 부동산 정책에 대한 공론조사를 최초로 실시하였고 최근 2006년 SBS가 한미 FTA 관련 공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공론조사의 목적과 취지는 상당히 혁신적이지만 실제 현실에서 구현하기에는 상당한 한계가 존재한다. 목표모집단을 대표하는 패널구축의 어려움, 패널의 학습(성숙)효과에 따른 편향(Bias) 문제, 공정한 토론진행의 어려움, 많은 인원을 한 곳에 동원하고 관리하는 어려움 등이 있다.

집단적 숙의과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TV토론을 패널들이 각자 시청하게 하고 공론조사를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번 사안과 같이 특정 지역의 주요 현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공론조사로 실시할 경우, 심각한 문제는 공론조사기간 동안 이해당사자가 패널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한 활동으로 인해 조사의 공정성 등 문제제기가 야기돼 조사자체의 신뢰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공론조사는 치밀한 과학적 설계와 상당한 시간을 가지고 접근해야만 그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내용은 없고 형식만 있는 공론조사로 전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 지역별 의견 중요도를 반영한 가중치의 문제이다. 해군기지의 경우 해당 입지지역 주민들의 의견은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나 해당지역 및 이해당사자들에 대해 가중치를 두어 전체결과를 산정하는 방식은 논리적 근거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해당지역 의견이 정책결정에 대단히 중요할 경우, 그 지역만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것이 여론조사의 일반적 방법이다.

문제는 목표모집단의 규정에 있다. 따라서 이번 사안의 경우 특정 리(里), 특정 읍면, 기타지역에 대해 중요도를 차등 적용한다면 이는 조사전문가의 판단을 넘어 결과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부득이 차등적용할 경우 이는 이해당사자들이 차등 수준을 협상하고 합의를 전제로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 과정이며 여론조사 방법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여론조사는 과학인 동시에 기술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엄격한 과학적 방법 즉, 우리 모두가 믿을 수 있고 옳다고 인지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한 여론조사만이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과정에 정치 논리의 개입은 배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공론조사 결과의 활용은 합리적 정책결정을 위한 수단이지 최종 정책 결정을 구속하는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

제주도민 전체의 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는 데 우선은 충실하고 이러한 도구를 통하여 만들어진 내용들을 종합하여,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향타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의 해답은 우리가 이 문제를 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고민하는 시간”에 있고 “과정 그리고 또 과정”에 충실하려는 “성의”있는 자세가 결정하여 줄 것임을 믿는다.                                       

                                                         <황용철 제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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