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8:37 (목)
와(Wa)! 락(Rock)! 페스티벌!!
와(Wa)! 락(Rock)! 페스티벌!!
  • 조형근 기자
  • 승인 2005.05.16 0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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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와 열정으로 가득 찬 이십대 청년들의 질주.

15일 오후 6시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열린 ‘와락 페스티벌’은 열광적인 축제였다.

소위 ‘음악에 미친’ 제주 인디밴드와 청주에서 제주까지 내려온 록밴드가 의기투합해 개최한 이번 ‘와락 페스티벌’은 제주에서 보기 힘든 클럽공연의 진수를 보여줬다.

우선 청주.제주의 연합밴드인 '유 퍼스트 앤 깁더지 깁더지(You First And Gibduji Gibduji)'가 얼터너티브 록의 시대를 열었던 전설적인 록그룹 ‘너바나(Nirvana)’의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프리트(Smells like teen spirit)’로 무대의 시작을 알리자 관객들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어 ‘텐미닛츠 레이터(10Minutes Later)’의 '포(FOR)‘, ’트라이크(Trike)의 ‘이해관계’, ‘스턱 피그(Stuck Pig)’의 ‘해일’ 등 제주밴드가 무대를 휘저으며 자신들의 노래를 부르자 관객들이 흥겹게 리듬을 타며 무대는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또 공연을 위해 청주에서 내려온 ‘서틴스텝스(13Steps)’의 ‘더 테러리스트(The Terrorist)'가 폭발적인 기타사운드를 뿜어냈고, 서울밴드 '포티나인몰핀스(49Morphines)'의 '원데이(One Day)'를 끝으로 뜨거웠던 무대는 막을 내렸다.

이번 공연의 기획을 맡았던 강경환(26)씨는 “비록 많은 관객들과 함께할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최선을 다했고, 최고의 공연이었다”며 “하반기에는 비보이(B-boy)공연을 준비했는데 오늘처럼 재밌는 공연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와락 페스티벌’은 제주도청소년자원봉사센터가 주최하고 제주도가 후원했으며, 이날 공연에는 30여 명의 관객이 몰렸다.

미국의 힙합에서 전래된 브레이크댄스 등의 춤을 추는 비보이(B-boy)나 인디록밴드들은 연습할 곳은 어찌어찌 만든다 해도 공연할 곳은 마땅치가 않다.

그렇다고 제주에 서울의 홍대 앞 클럽처럼 공연만을 위한 클럽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들꽃축제나 벚꽃축제 등 축제행사 때 소위 들러리용으로 쓰일 뿐이며, 청소년들은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의 혜택에서 소외돼 있다.

처음에는 젊은 혈기로 거리에서 공연을 하려고 시도해봤지만 그마저도 경찰의 제재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청소년자원봉사센터의 지원을 받아 거리나 클럽이 아닌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공연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런 곳에서라도 조금씩 우리의 존재와 청소년들의 공연문화에 대해 알리다보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거리공연이 이뤄지고, 언제 어디서든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청소년들의 거리공연문화가 있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기획하게 됐다.

#제주 공연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록이든 재즈든 공연장에 들어서면 열기가 넘친다. 서울의 클럽에서는 밴드가 잘하든 못하든 관객들은 밴드와 같이 호흡하며 리듬을 타고 흥겹게 몸짓을 한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공연을 해도 관객들이 팔짱을 끼고 멍하니 쳐다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처음에는 이런 현상이 관객들의 문제로만 인식됐는데, 근본적으로는 정책적인 지원이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제주도는 관광이벤트에 신경을 많이 쓰지만, 청소년들을 위한 이벤트는 잘 알지도 못하고 지원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공연을 하게 되도 관계자의 지인들이나 구경하러 오고, 보는 사람만 계속 보게 돼 ‘그들만의 축제’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름에 탑동해변공연장에서 하는 ‘한여름밤의 해변축제’만 해도 기본적으로 무대와 같이 호흡하려 하는 청소년들의 습성을 처음부터 배제하는 등 서울에 비해 많이 뒤쳐져있다.

또 우리가 한여름밤의 해변축제에 참가하겠다고 했을 때 오히려 몇 십 만원의 거금을 참가비로 내라고 하는 등 예산지원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이번에 청주에서 내려온 밴드들도 정확히 비행기 값만 받았을 뿐이다.

이러다보니 문화의 주체가 돼야 할 청소년들이 어떻게 공연을 즐기는 지 전혀 모르게 됐을 뿐만 아니라, 서울 홍대 앞 클럽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가만히 서서 구경만 하는 제주의 관객들 사이에서 갈등을 하기도 한다.

제주도는 빠르게 변화하는 청소년들의 문화와 거리공연 문화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고, 좀 더 적극적인 대응과 지원, 전략적인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공연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작년 12월 31일에 시청 먹자골목에서 트럭 한 대를 가져다 놓고 그 위에서 게릴라콘서트를 한 적이 있었다.

연말이라 술에 취한 사람들이 무척 많았었는데, 갑작스럽게 공연이 시작되자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몰려나와 호응을 해줬다.

그때 먹자골목 내는 공연을 보면서 리듬을 타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들도 아마 이런 공연을 기다렸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제주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고, 같이 호흡했던 것은 처음이었다.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향후 활동 계획은.

‘와락 페스티벌’은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뉘어 상반기에는 록밴드 공연을, 하반기에는 비보이와 재즈댄스.밸리댄스 등 춤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제주인디밴드는 이미 두 달에 세 번 꼴로 공연을 하고 있으며, 청주밴드와 연합해서 계속 공연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문예회관 소극장 같은 일시적인 공간보다는 전문적인 클럽에서, 또 실내보다는 거리에서 공연을 펼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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