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3 18:27 (화)
장애물 없는 세상을 위해
장애물 없는 세상을 위해
  • 오미영
  • 승인 2007.04.12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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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오미영 지체장애인편의시설 제주지원센터 기술담당

몇 달 전 지체장애인편의시설 제주지원센터로 1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내용은 제주시 이도동에 위치한 KT(한국통신) 정문 앞 맨홀이 보도위에 설치되어 이동에 불편을 초래하므로 이 시설에 대해 이설 및 덮개교체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보도나 도로가에 설치된 맨홀은 하수관 따위 지하에 묻어 놓은 시설물을 점검하거나 청소를 용이하게 하고 우천 시 물이 잘빠지도록 하는 기능과 장애인이 보행을 방해하는 장애물로써 이동권을 침해하는 양면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시설이다.

현재 시중에 사용되는 맨홀덮개는 간격이 보통 4~7CM정도의 규격으로 제작되어 휠체어로 이동하는 장애인은 앞바퀴가 빠져 보행자체가 불가능한 이유로, 전면에 이런 시설물이 있을 경우 부득이하게 차도로 내려가는 위험한 보행을 감행하고 있으며,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도 맨홀구멍사이에 목발이 끼거나 철재 면이 젖어있을시 미끄럼 때문에 안전사고의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렇게 장애인에게 있어서 별것 아닌 시설물도 큰 장애물로 둔갑하여 난간에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장애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팡이를 짚고 가는 어른신이나 유모차를 끌고 가는 보행인, 하이힐을 신고 보행하는 여성 등 일시적 장애를 갖게 되는 비장애인도 크게 의식하지 않을 뿐이지 부지불식간에 불편을 안고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제기된 민원은 행정시로 해결요청을 의뢰했고 답변인즉 “KT(한국통신)정문 앞 보도의 맨홀은 통신시설의 환기 및 다른 시설과의 연결통로 역할을 하는 중요한 시설이라서 이설자체는 불가능한 부분이고 국유지가 아니라 사유지인 관계로 행정적 절차에 의한 민원해결이 어려워 사실상 개선하기가 힘들다”라는 답변을 통보받았다. 이에 직접 KT측에 이 내용과 관련 보행 시 애로사항을 설명하고 맨홀이설 및 덮개의 교체를 정중히 부탁드렸다.

한 달 정도 후 민원인과 같이 담당자를 만나 다시 한번 부탁하기위해 현장을 방문했는데 놀랍게도 맨홀덮개는 교체되어 있었다. 담당자로부터 맨홀덮개가 기성제품으로 제작되는지라 적정한 제품을 시중에서는 구할 수가 없어서 장애인의 불편을 최소화하기위해 특수 제작했고, 맨홀이설의 문제도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관청의 “권한 밖이라서 안 된다” 는 무성의한 답변과 달리 KT측의 신속한 민원처리와 비록 당사자는 아니지만 자기일 인양 민원인을 생각하는 담당자의 마음씀씀이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고, 편의시설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혹자는“맨홀덮개 교체가 무슨 대수랴, 당연히 해야 되는 일 아니냐” 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대수럽지 않은 일을 막상 실행하라면 쉽지 않은 것이 장애인편의시설이다. 왜냐하면, 비용의 문제도 있겠지만 더욱 큰 이유는 당사자가 아니어서 절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깊이 배어있는 “장애인은 항상 혜택을 받는 사람” “장애인화장실의 손잡이는 혐오시설”등등 부정적인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장애인은 수혜자가 아니라 우리가 편히 살기위해 만들어 논 시설 때문에 이동의 불편을 느끼는 이동약자인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편의시설은 그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장애물을 만들어놓고 그것을 극복하라고 만들어 준 시설, 즉 손과 발이 되는 시설인 것이다. 이로 인해 장애인에게는 의지와 상관없이 환경의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도전의 연속이고 비장애인과 구분되어 이용해야 하는 시설이라는 점에서 차별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결론은 장애인편의시설을 완벽하게 설치하는 것보다 생활환경속의 장애물을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별이 없는 생활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금이라도 장애인편의시설에 대해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자 그리고, 둘러보자. 혹시나 나로 인해 장애를 느끼지는 않는지.
일단 내 집 앞의 문턱을 1CM 낮추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장애물 없는 세상을 위해...

<오미영 지체장애인편의시설 제주지원센터 기술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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