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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행정집행의 이율배반적 관행
<데스크논단> 행정집행의 이율배반적 관행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5.05.11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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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노출되지 않은 사업은 갈수록 쇠퇴해지고, 드러난 사업은 겉치장까지 한다.’

민선시대 이후 행정기관에서 추진하는 각종 사업의 우선 순위가 많이 달라졌음을 빗댄 말이다.

특히 완전한 민선시대를 맞은 1995년을 전후해 이전과 이후의 행정사업의 우선순위는 크게 달라졌다.

민선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눈에 잘 띄는, 겉으로 드러난 사업에 지나치게 중점을 두는 반면 눈에 잘 띄지 않는 이른바 ‘음지의 사업’은 예산타령과 이런저런 핑계로 늦춰진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관선시대에 있어서 중요한 사업 중 ‘낡은 상수도관 교체사업’이 민선시대에 들어와서 중요도가 점차 떨어지고 있는 것은 이의 좋은 실례라 할 수 있다.

이 사업의 가장 큰 목적은 시민들에게 양질의 맑은 물 공급에 있다. 물론 제주도의 경우 광역상수도가 건설됐으나, 아직도 교체해야 할 상수도관은 많은 실정이다. 그러나 민선시대에 각종 사업의 우선순위에 밀려 이 사업은 사실상 ‘관심 밖’이다.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사업 등 음지에서 묵묵히 해야 하는 사업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치단체장이 참여하는 소외계층 행사는 대부분 공개된 행사이다. 공개된 행사는 내적인 면보다는 형식과 격식에 치우치게 돼 일회성 또는 전시성 행사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이에반해 겉으로 드러난 사업은 중요도가 매우 앞선다. 도로의 경우 몇 년이 멀다하고 덧씌우기에 확장공사가 이뤄진다.

읍.면별로 들어선 체육관과 각종 회관 건립 등 시설사업은 민선시대에 있어 최고의 가치로 삼는 분야이다. 선거에서 자치단체장의 공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산안을 편성할 때만 되면 ‘돈이 없다’며 예산타령을 해 대지만, 선심적으로 지원해줄 곳 다 지원해주면서 돈이 없다는 이율배반적 제스처를 보이는게 민선시대 행정집행 관행이다.

크게 생색내면서 시행한 저소득층에 대한 우유와 도시락 지원은 행정의 관심 밖에서 엉망이 된채 피드백됐지만,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은 가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오죽했으면 사회단체 사이에서는 단체의 위상과 소위 ‘파워’를 과시할 때 일명 ‘눈 먼 돈’으로 불리는 민간단체보조금 지원규모를 기준삼는다 했을까.

민간단체보조금 지원관행은 행정기관의 이중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겠다.

여기에 최근 제주시는 내구연한이 지난 청소차량 교체는 아랑곳없이 6000만원을 들여 그다지 시급하지도 않은 국별 업무용 승용차 4대를 구입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내구연한이 지난 청소차량이 급한지, 아니면 국별 업무용 승용차가 급한지 제주시 당국은 그 마저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단 말인가.

자가용이 드물었던 시절이었으면 모를까, 요즘과 같이 대부분 공무원들이 자가용을 타고 출퇴근하는 시대에 있어 국별 업무용 승용차 구입은 ‘직원 출장용’이 아니라 ‘국장용’으로 사용하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청소차량을 보면 ‘재정난’이 앞서고, 업무용 승용차를 생각하니까 갑자기 재정적 여유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면 모를까.

제주시 당국의 일의 선후는 어딘지 어색함이 있다.

이런 저런 것들이 모두 민선시대 들어 나타난 보편적 현상이다.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는 시점에서는 이러한 이율배반적 관행은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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