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5-22 18:53 (수)
'이 땅에 그리움 있다'
'이 땅에 그리움 있다'
  • 한애리 기자
  • 승인 2007.04.02 2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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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59주년 전야제, 2일 오후 7시 관덕정 일대서

뭇 사람들이여
제주 한라 성산을 함부로 쳐다보지 마시오
목욕재계 옷깃을 여미고 정신을 가다듬어
머리를 숙였다가 고개를 쳐다보시오
거기,
제주 4.3영웅들의 얼굴이 보일 것입니다.

뭇 친구들이여
제주의 풀 한 포기 돌멩이 한 개라도 무심히 짓밟지 마십시오
영웅들의 발자욱이 찍혀져 있느니
긴 동굴을 어영부영 스치지 마십시오
영웅들의 피목청이 들리느니

                            이기형의 '세계의 한복판 제주도여! 中'

2007년 4.3기념행사의 첫 장을 여는 제주4.3 59주년 전야제가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연구소,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제주도지회 공동주관으로 2일 오후 7시 관덕정 일대에서 열렸다.

평소 같은면 퇴근하는 직장인을 실어 나르는 버스와 자동차들로 빼곡할 관덕정 앞 거리가 이날은 4.3전야제의 독무대가 됐다.

4.3 59주년 전야제로 인해 버스를 비롯한 전 차량이 통제됐다.

겨울을 연상케하는 시린 바람속에서 전야제 각종 행사들이 속속 이어졌다.

첫 무대를 연 것은 장공철 심방.

"2007년 4월 초 이튿날 59년전 억울하게 죽어간 영령, 영신네들, 4.3전야제로 오십시오, 불쌍한 영혼님네 초혼님네 오십시오"

장 심방은 지켜보는 이들의 혼도 쏙 빼놓는 4.3영령들을 청하기 위한 '정해년 4.3열림굿'이 집전됐다.

열림굿이 끝난 후 객석의 빈 좌석에는 4.3영령들이 앉아있는 듯 꽉찬 느낌이었다.

제주민에총 영상위원회 김동만씨의 '4.3그리고 평화에 관하여' 영상물도 상영됐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예능보유자 이애주씨와 한국전통춤회가 보여준 화려한 춤사위였다.

곱게 빗어올린 머리에 하얀 긴 소매달린 옷을 입은 이들의 단아한 춤사위는 어떠한 말이나 글보다더 확실한, 4.3의 쓰라린 아픔을 넘어서 생생의 메시지로 다가왔다.

이외에도 전자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 비폭력 저항과 평화의 목소리로 노래하고 행동하는 랩음악팀 실버라이닝, '영혼을 노래하는 음유시인' 이정미, 통일을 노래하는 '우리나라' 등 4.3평화의 노래 공연이 마련됐다.

4.3 59주년 전야제에서는 김수열 제주민예총 회장과 이은주 4.3연구소장 등이 참가한 가운데 2007 제주평화선언 선포식도 있었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과 폭력의 역사였음을 우리는 지난 시대를 통하여 확인하게 된다. 지난 몇 년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 등 중동의 시시각각을 타전하는 통신사의 사진들과 뉴스들을 접하면서 우리는 59년 전의 닮은 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이 자리에 참여한 그 시대를 살아낸 어르신들의 기억의 깊은 상흔으로 자리잡은 4.3은 TV를 통해 생생히 재생되고 있다. 다만 시간과 장소가 다를 뿐이다. 그러므로 이는 4.3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웅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4.3을 기억한다는 것은 몸서리치는 야만의 시간을 떠올리는 것이요, 평화와 인권의 존엄함을 갈구하는 시간을 재생하는 일이다   '제주평화선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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