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5-24 09:33 (금)
"그 고운 사람들 어디로 갔나..."
"그 고운 사람들 어디로 갔나..."
  • 한애리 기자
  • 승인 2007.04.02 17: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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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옛 주정공장터...제8회 제주4.3행방불명인 진혼제

앙상한 가지에 연두빛 새 생명이 움트고, 흐드러지게 핀 봄꽃들하며 봄인가 싶더니 2일은 꽤 쌀쌀한 바람이 불었다. 4.3영령들이 슬픈 바람을 타고 유족들을 만나러 온 듯 했다.

머나먼 형무소로 끌려간 것이 원통한 것이 아니라, 전쟁이 발발돼 어느 아무도 모를 골짜기에 묻혀서 비통한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땅'을 살아서 온전한 몸으로 밟지 못했던, 가슴을 후벼파는 그 원통함이 '4월의 바람'이 되어 찾아 온 것만 같다.

4.3을 하루 앞둔 2일 오후 4시 제주시 건입동 옛 주정공장 터에서는 김태환 제주도지사와 양대성 제주도의회 의장, 고충석 제주대 총장, 이성찬 전 제주4.3유족회장 등 제주도내 각 기관단체장과 유족 등 3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제8회 제주4.3행방불명인 진혼제가 봉행됐다.

4.3당시 영문도 모른채 옛 주정공장터에 끌려와 온갖 고문을 당한 후 육지형무소와 바다, 정뜨르 비행장을 비롯해 제주 곳곳에서 희생된 영혼들의 넋을 위령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까마귀 소리 처량한 울음따라 눈물마저 말라버린 통곡의 세월 주정공장 수용소 벼량의 동백꽃은 뚝뚝 떨어지고 그 고운 사람들은 어디로 갔나..."

진혼제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에 쓰여진 시귀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서글프게 만들었다.

초혼제, 진혼제, 추도사, 헌화 순으로 진행된 이날 진혼제는 1시간동안 진행됐다.

김두연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은 진혼사를 통해 "어느 시인이 얘기했든 4월은 잔인한 달"이라며 "이곳에 끌려와 인간 이하의 고초를 당하고 전국 형무소를 떠돌다 처참하게 죽어간 영령들을 위해 오늘 향을 피우고 제를 올린다"고 말했다.

그는 "님들은 생전 무슨 죄를 지었기에 모진 고초를 겪었냐"며 물으며 "'젊다'는 '사상이 불순하다'는 이유로 육지 형무소로 수감돼 옥고를 치르고 어느 골짜기에 묻혀 통한의 세월을 보내왔다"고 애통해 했다.

김 회장은 "언제, 어디서 학살당했는지 기록도 없고 묘도 없어서 성묘도 못하는 불효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한 뒤 "그러나 지금 역사의 진실은 밝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제주 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가 제12차 전체외의를 열고 4.3 당시 군법회의에서 사형, 무기형 판결을 받은 피해자 등 15만3000여명의 영령님들이 명예가 회복됐다"면서 목놓아 "영령들이여 기뻐하십시오" 외쳤다.

김 회장의 감격의 눈물, 그리고 감격의 외침에 행사에 참석했던 유가족들도 억누르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그새 바람은 잠시 잠잠해지고 햇빛이 비추는 것이 4.3영령들도 잠시 위안이 되는 듯했다.

그렇게 59주년 4.3의 역사는 다시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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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c 2007-04-03 11:54:36
오늘은4.3 59주년의 날이다 60평생을 살아오면서 할아버지 어머님께 들어서 어렴프시 그때의 무고한 사람들이 명을다못하고 갔음은 분명한 것 같다 같은날 같은 시간에 무더기 죽응이 증명이 아닌가 고인의 영영을 추모하며 앞으로는 이같은 사건이 없도록 국민 모두는 화합하여 잘살수있는 국가건설에 매진함이 현존하는 우리들의 임무라 생각된다 가해자 피해자 모두가 좀더 넓은 아량으로 서로서로 도웁시다 싸움은 죽는길